02. 무인양품 포켓 노트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처음 스프링노트를 썼다.
필기할 내용이 늘고, 학원을 다니면서 두꺼운 노트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 노트보다 스프링 노트를 선호한다.
일반 노트는 180도로 잘 펴지지 않는다. 힘을 잘 못 주게 되면 표지가 사선으로 접혀서 보기 싫다.
종이를 찢어야 할 때에도 깨끗하게 찢기 힘들다.
반면 스프링 노트는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페이지를 찢거나, 한 장의 종이가 필요할 때 유용하다.
무엇보다 일반 공책보다 고급스러워 보인다.
오랜 기간 많은 스프링노트를 사용한 결과, 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무인양품의 포켓 노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무인양품 포켓 노트의 첫인상은 ‘하얗다’이다.
표지, 포켓, 내지, 고무줄 모두 백색이다.
반투명의 표지는 4개의 꼭짓점이 모두 귀도리(모서리를 둥글게 잘라내는 인쇄 후가공 기법)가 되어있다.
어린아이도 부상의 위험 없이 쓸 수 있다.
가방에 손을 넣어 뒤적이거나, 덥석 잡아서 꺼낼 때 찔리거나 베일 일이 없다.
또한 더블링이다.
일반 스프링 노트(스파이얼 링:철사 한 가닥으로 된 스프링)의 경우 왼쪽과 오른쪽 면의 높이가 다르다.
보기에 좋지 않다.
또한 쓰다 보면 스프링이 늘어난다.
장기적으로 노트를 사용하고, 보관하기 힘들다.
스프링의 꼬다리가 어딘가에 걸려 훼손될 경우, 내가 그것에 찔릴 위험이 많다.
무인 양품의 포켓 노트는 더블링이기에 앞서 말한 단점이 없다.
또한 더블링 크기와 종이 구멍의 크기가 적당하다.
종이를 넘길 때 밑부분이 차마 넘겨지지 못해 종이가 찢기거나 구겨지는 불상사가 없다.
반투명의 표지를 넘기면 미백 켄트지가 나온다. 나는 이 켄트지 앞에 사용 기간을 적는다.
그 다음부터는 도트 방안지가 있다.
만졌을 때 걸림이 없고 매끈하다.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수성 잉크펜의 경우 종이에 잉크가 스미는 정도와, 마르는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볼펜은 똥이 생기지 않고 부드럽게 볼이 굴러가느냐로 종이와의 궁합을 판단한다.
나는 잉크펜과 볼펜 모두 (몰스킨을 제치고) 무인 양품의 노트와 최고로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잉크가 번지거나, 거칠어서 종이가 찢어지지 않는다.
노트는 그저 조용히 필기구의 흔적을 담아낸다.
뿐만 아니라 색연필도 부드럽게 그어진다.
각종 스티커 또한 오래 붙어 있다.
오랜 시간 뒤에 노트를 펼쳐도 종이끼리 달라붙지 않으며, 색이 바래지 않는다.
포켓 또한 튼튼하다.
5권을 사용했지만 한 번도 망가진 적이 없다.
그 안에 종이 코스터, 스티커, 메모지, 클립 등을 가득 넣어 다녔다.
고무줄도 튼튼하다. 노트를 쓰는 내내 수 없이 튕기고 늘려도 탄성이 한결같다.
이 노트는 대학 강의나 아이디어 스케치, 스크랩 등에 유용하다.
빠른 속도로 글을 쓸 때, 줄을 다시 그을 때, 형광펜과 색연필로 채색할 때, 영수증이나 쪽지 등을 붙일 때 좋다.
사이즈는 A5, A6, B6가 있다.
전부 사용해봤지만 중간 사이즈인 A5가 가장 적절하다.
A6는 너무 작아 글을 쓸 때 스프링이 손에 걸리고, B6는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럽다.
이 노트를 처음 알았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만원이 되지 않는 가격에 이토록 깨끗하고 조용한 노트라니.
나의 수많은 기록 생활에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몰스킨은 몰스킨대로, 무인양품 포켓 노트는 이것대로 그 매력이 다르다.
조용하고 차분하며 깨끗한 노트를 만나고 싶다면
감히 무인양품의 포켓 노트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