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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Aug 03. 2017

너무 부러운 프랑스의 휴가

연차가 무려 5주!

바야흐로 8월은 프랑스가 정지되는 달이다.


모든 프랑스 인들이 휴가를 떠나기 때문이다.


법정 휴가가 5주에 달하는 프랑스는 여름휴가로 기본 3주 정도를 사용한다.

그래서 너도나도 남부나 해외로 떠나기 때문에 파리가 텅텅 비어서 파리지엔으로서는 가장 쾌적한 출퇴근 길을 맛볼 수 있는 황금 시기이기도 하다. 8월은 보통 날씨도 좋기 때문에 놀기에도 좋고 최고이다. 물론 관광객들은 많지만 관광지 외에서는 그들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 그곳들만 피하면 참으로 한산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그들의 휴가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여러모로 큰 차이가 나는데, 그들의 휴가의 최소 단위는 일주일이라는 것이다. 몇 주전 브르타뉴에 있는 친구의 별장에 놀러 가며 크게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아 일박이일만 머물다 갔는데 다른 프랑스인들이 적어도 일주일은 가있지 그러냐며 나보다 더욱 아까워했다. 나는 충분했는데...


또한 휴가 행선지 선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충분한 기간에서 나오는 여유는 언제 봐도 부럽다.

길어야 한 번에 일주일 정도의 휴가를 쓸 수 있는 한국은 그 일주일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동남아도 다녀오고 10시간 넘게 걸리는 유럽도 다녀오고 (그것도 1개국도 아닌 미니멈 3개국 이상으로!) 심지어 주말을 이용해 그리스도 다녀오는 등 전체적으로 빠르게 치고 빠지는 편인데, 시간적 여유가 흘러넘치는 프랑스는 한국인들이 가기 힘든 남미, 아프리카 등을 자유롭게 간다. 물론 남미와 아프리카가 한국보다 가까운 것도 크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먼 동남아도 그들은 자주 간다.  친한 친구 한 명은 작년에 나미비아를 5주간 사파리 캠핑으로 다녀오고 (코끼리가 새끼를 낳는 것을 목격했다나 어쨌다나) 그 전년에는 남미 투어를 다녀오는 등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도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프랑스인들은 동남아를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국적인 유럽을 좋아하 듯 그들도 마찬가지인 것.


차년도 휴가 계획을 1년 전에 미리 세워놓고 그날을 위해 일하는 프랑스 인들, 반면에 한 달 뒤의 휴가도 장담치 못하여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비싼 값에 비행기표를 구매하고 일정을 짜는 대다수 한국인들. 기간은 차이가 많이 나지만 쓰는 비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내 주변 또래들은 나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없는 휴가 쪼개서 잘들 다녀오는데 아무래도 긴 기간이 필요한 남미는 퇴사 후 혹은 휴직 후 여행 가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다. 나도 남미는 아직 못 가보았다. 그런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휴가는 1년 간의 자기계발 휴직 혹은 석사 휴직을 얻어서 떠나는 기이인 휴가였다. 안타깝게 현재는 삼성 일부 계열사만 가능한 제도이지만 얼른 모든 회사에 퍼지면 좋겠다. 그러면 나 역시도 퇴사하지 않고 석사 휴학을 택했을 것 같으니.


프랑스에서 어떻게 3주에서 5주 동안 회사를 비울 수 있을지 참으로 궁금했었다.

일주일 비우는 것도 큰 맘먹고 여러 번 상사에게 읍소하고 나서 얻을 수 있는 것인데, 3주라니!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모두가 긴 휴가를 당연히 가기 때문에, 부재 기간 중 업무 인수인계가 잘 되어있었다. 서로 기간이 겹치지 않게 수개월 전부터 미리 조율을 해놓고 서로서로 휴가를 축하해주고 응원해주니 안 가는 게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9월이 한 해의 시작인 프랑스는 특히 여름휴가가 한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힘차게 보내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영업자들도 최소 일주일 이상 휴가를 간다.

그리고 재밌게도 한국과 반대로 직급이 높을수록 더 휴가를 잘 간다 (하하!).


반면 우리나라는 업무 디폴트가 '주 5일 근무 가능한 신체 건강한 비장애인 남성'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비정상으로 본다. 또한 너도나도 못쓰기 때문에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시기하는 것도 큰 것 같다. 그 시기심의 큰 단면을 최근에 본 게 대통령의 '코리아 패싱' 논란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휴가를 떠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야당이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방통위원장 임명하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하는 등 국정을 돌봐 쉬는 게 쉬는 것도 아니었다. 연차를 다 소진하는 게 목표인데 21일의 연차 중 6일밖에 쓰지 못했다.

안보위기에 휴가를 반납해야 했다는 게 야당의 논리인데, 올해 들어 벌써 13회째의 미사일 발사인데 지금만 안보위기일까? 그 논리면 평생 쉬지 말라는 논리이고 이게 기본적인 한국인의 휴가에 대한 인식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확대해보자면 '주 5일 근무 가능한 신체 건강한 비장애인 남성'이 아닌 사람은 비정상인 사람으로 여겨 출산 시 필연적으로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여직원에 대한 기피, 예상치 못한 병가로 업무 공백이 생길 수 있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기피 등등, 그 기준에 맞지 않는 나머지 모두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GDP 많은 프랑스는 그렇게 한 달가량 업무 공백이 생겨도 잘만 돌아가더라.


10년 정도 지나서 베이비 부머 세대가 죄다 은퇴하면 연차 소진이 당연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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