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지 말라'를 읽고
2022년 섬북동의 첫 책은 [그냥 하지 말라](송길영 | 북스톤)다. 스스로는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 하고, 사회적으로는 빅데이터 전문가라 불리는 송길영의 책이다. 발제자는 매년 새해가 되면 트렌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이 최근 트렌드를 알려줄 것 같아 선정했다고 한다.
먼저 책을 읽은 사람들의 책에 대한 소감을 들어보기로 했다.
예 _ 매년 트렌드 책을 찾아보는 편인데, 베스트셀러 책들은 볼게 없다. 대중에게는 괜찮은 책일지 몰라도, IT계열의 일을 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 몇년 지난 정보들에 대한 성의 없는 보고서처럼 보인다. 그런 책에 비하면 이 책은 활용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데이터는 모으는 게 문제가 아니고, 그걸 모아서 어디에 쓸 것인가가 문제다. 어떤 목적으로 모아 어디에 활용하겠다는 게 있어야 하는데, 무작정 모으기만 하면 데쓰(데이터 쓰레기)가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벅스 데이터를 분석했던 차현나의 <데이터 쓰기의 기술>을 추천한다.
옥 _ 엑셀 시트를 만들어서 보는 걸 좋아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터지고도 확진자수나 사망자수 같은 걸 일일이 엑셀에 기록해 차트로 만들어서 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트렌드의 시작과 소멸을 볼 수 있으니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빅데이터 관련 부분은 재미있었는데, 나머지 부분은 개인적인 수필 같아서 별로였다. 미국 명상 트렌드 같은 거 가져와서 이야기하고... 통찰 보다는 가볍게 읽기 좋은 책 같다. 나는 괜찮았지만 추천하긴 좀 애매하다.
윤 _ 송길영을 전부터 알고 좋아했다. 김제동의 프로그램에 한 코너를 맡아서 진행할 때부터 알았고, 촌철살인하는 말들이 많아 그걸 듣고 기획서를 쓸 때 자주 활용하기도 했다. 내가 평소 불편하고 간지러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잘 긁어주는 사람이다. 폴인에서 세미나 할 때도 참여했는데, 플랜비 매거진을 만드는 입장에서 사이드잡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위로가 되는 세미나였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우리의 좋은 형질이다" 같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저자가 별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저자라고 생각한다. 이 책도 좋았는데, 문제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그 분들(모든 이야기가 3번 아이언으로 흐르는)은 안읽고 우리 같은 사람만 읽는다는 거다. (한숨)
정 _ 몇년 전에 송길영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진짜 말을 청산유수로 하고, 그냥 받아적으면 그대로 좋은 인터뷰가 되는 사람이긴 했는데, 일견 AI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내 업이 나보다 일찍 죽는다는 사실과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이 실은 선택적 대면이라는 사실이었다. 뜨끔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사실 뒷부분은 기업의 중간관리자에게 하는 말이라 나하고는 별 상관 없는 내용이었고.
포 _ 이 책을 내고 저자가 대표로 있는 바이브컴퍼니 주식이 2배나 올랐다고 하더라. 근데 바이브는 현재 3년 연속 적자라 올해도 적자를 내면 상장폐지 된다고 하더라. 뒤쪽에 메타버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거라도 해서 뭔가 수익을 내야 회사가 존속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현실을 보면 결국 우리나라에선 빅데이터로 수익구조를 만들기는 힘들다는 결론이 난다. 미국에는 캔들차트라는 게 있다고 한다. 워낙 양키캔들을 많이 쓰다 보니까 양키캔들 댓글에 "향초에서 향이 안나요"라는 댓글이 달리면 그 지역에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다는 거다. (다들 감탄. 우오~~) 우리나라는 향초 문화가 아니기도 하지만, 어쨌든 빅데이터로 뭔가를 하기에는 우리나라가 너무 작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음으로 데이터에 대한 나의 생각,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예 _ 전에 IT관련 세미나 일을 할 때는 모든 보고서가 데이터 기반이어야 했고, 팩트 위주로 써야 했기에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가면 안되었다. 그러다 보니 "~할 것 같다"라는 말 대신 "이래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말을 주로 쓰게 되었다.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 있다. 트렌드 책이 출간 되기 전에 이미 업무적으로나 자기계발로나 온라인으로 그런 소스를 다 보고, 콘텐츠 내지 홍보 전략을 짜기 때문에 그런 책이 나왔을 때는 이미 한물간 정보가 되고 만다. 그래서 이런 책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안 읽고, 모르는 사람들은 골치가 아파서 안 읽게 되는 것 같다. 업무가 업무다 보니 새로나온 앱이라든가 여러가지를 대부분 다 깔아보고 한번씩은 해본다. 그런데 그런 걸 모르는 대표님이 뒤늦게 이걸 해보자 저걸 해보자 하시고, 그때마다 안된다고 해도 귓등으로 듣고 넘기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이 알게 된 걸 절대 남에게 공짜로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노력해서 알게된 정보를 공짜로 빼내려고 하는 꼰대들을 싫어한다.
- 이 의견에 대해 강연에서 강의록을 주지 않는 것은 강연을 그대로 베끼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고, 그렇게 자기 정보를 손에 쥐고 남에게 내놓지 않으면서 선배들이 안가르쳐준다고 하는 MZ세대가 얄밉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 _ 예전에 광고에서 디자인(카피 포함)은 공짜로 해주는 것이었다. 매체비만 받고 제작비는 공짜로 해주던 것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디자인비와 카피료가 생기게 되었다. 그게 그닥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광고업에 몸담은 초창기에도 디자인비는 공짜였다. 그런 것처럼 현재 데이터라는 게 과거 디자인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는 데이터를 돈 내고 사야한다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데이터에 값을 내려면 아직 세월이 좀 가야 할 것 같다.
옥 _ 영화 마케팅 쪽도 마찬가지다. 영화 마케팅은 이미 온라인으로 다 넘어가 있다. 그런데 결정권자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거기에 가는 돈은 '광고비'라는 명목으로 퉁쳐서 간다. 그 안에 세부적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광고비에서 수수료 떼어가라는 식이다. 그러니 한정된 인원으로 사람을 갈아넣어 일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의 세분화 같은 건 골치아파서 알기 싫어하고, 그냥 버스 광고나 하면 좋아하고 그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그런 분들이 여전히 결정권자로 일을 한다는 거다.
정 _ 내가 마치 그 버스광고 좋아하는 꼰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전히 책이 좋고, 댓글 소통하는 게 좋은데, 이미 SNS를 넘어 유투브까지 다 갔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블로그를 하고 있고, 그것도 거의 20년째 하는 중이다. 전에는 블로그 하는 게 즐거웠는데, 이제는 의무감으로 하는 것 같고, 누군가 "언니는 언제 책읽고 글 쓰고 블로그까지 해요? 참 부지런해요."하면 그게 이제는 칭찬이 아니고 욕같이 들린다. 그래서 새해에는 블로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마지막으로 새해 나의 해쉬태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 _ 인스타에 비누 사진만 간간이 올리고 있는데, 새해에는 비누에 대한 콘텐츠를 더 다양화할 예정이다. 비누 만드는 과정이라든가 재료 같은 것들에 대한 정보 등등. 이 책에도 라이프스타일의 시대에서 가치관의 시대로 옮겨간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런 콘텐츠 다양화를 통해 비누를 만드는 가치관을 표현해야 겠다.
우 _ 아직 해쉬태그를 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발을 담글 것인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이직을 할지 여러가지를 고민 중이다.
옥 _ 나도 마찬가지다. 요 몇년은 섬북동 모임과 플랜비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이제 좀 적응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윤 _ 이 책은 제목마저도 <그냥 하지 말라>이지만, 무작정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봐야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뭘 좋아하는지 알 게 아닌가? 양이 질을 담보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 _ 새해 나의 해쉬태그는 #성질급한 거북이다. 17년만에 드라마 작가 입봉한 일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싶은데, 어느 매체(블로그? 브런치? 워드?)에 쓸지 고민하느라 2년을 그냥 흘려 보냈다. 올해부터는 써야겠다. (예의 조언에 따라 브런치에 쓰기로 결심!)
포 _ 포스터 판매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고 했더니 1. 신제품을 내라. 양이 질을 담보한다. 2. 광고 왜 안하냐? 광고 해라. 3. 잘 나가는 사람을 따라하는 것도 빠른 길 중 하나다는 해결책이 나왔다.) 카포에이라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했더니 줌 수업을 추천하는 의견이 있었다.)
이렇게 디지털 시대의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책도 듣고 하면서 새해 첫 모임을 마무리했다.
그냥 하지 말고 생각하고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작정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끼리는.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 북스톤)
2022. 1. 8. 오전 10시 ZOOM
참석자 : 포, 예, 우, 윤, 옥, 정 (총 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