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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박이 Jun 19. 2018

171226 비엣젯 항공 타고 치앙라이로 출바알~!

방콕 수완나품 공항 방황기 3탄  & 비엣젯 항공 추가 수화물 결제 에러

 내가 사는 곳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리무진 버스로 5시간이 걸린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데 10시간이 조금 덜 걸렸는데, 나는 꼭두새벽부터 인천까지 5시간을 달려야 했다. 그래서 해외에 갈 때면 '최선을 다해' 이곳에서 가까운 부산이나 대구 출발 비행기를 찾는다. 인천 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여행 전에 지쳐버리는 엄청난 피로도를 생각한다면 가능한 피하는 게 최선이다. 

  다행히 요즘은 지방 공항에 저가항공이 다양한 해외 노선 취항을 많이 한 덕분에 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이 아닌 이상 지방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도착 시간. 대부분 저녁쯤 출발해 자정이나 새벽쯤 시간에 도착이었다. 이번에 내가 탑승한 대구 발 티웨이 항공의 방콕 도착 시간도 새벽 1시, 처음 가는 낯선 나라에서, 오밤중에, 그것도 혼자서 숙소를 찾아갈 일이 걱정될 수밖에. 이미 홍콩과 코타키나발루에서 자정에 도착해 혼자 숙소를 찾아가다 식겁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고민이 됐다. 



수완나품 공항 천장 사진 (표시한 작은 점이 바로 나! ㅎㅎ)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 국내선 출국장
새벽 시간임에도 출발 대기 비행기들이 빼곡 빼곡


  자정에 도착한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방콕 시내로 가는 방법은 택시밖에 없다. 픽업을 해주는 호텔 숙박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동행자가 있다면 현지 택시의 바가지요금 정도만 걱정하면 되겠지만, 나처럼 여자 혼자라면 고민의 관점이 달라진다. 혼자 여행에서는 최대한 위험 요소를 피해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인터넷 카페에서 택시를 같이 탈 동행자를 구해볼 수도 있지만 목적지가 같은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터. 게다가 택시비도 혼자 내기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물론 우리나라보다야 싸지만. 

  고민하다 공항에서 밤을 보내고 바로 치앙라이로 날아가기로 했다. 그 돈 들여 새벽 택시를 타고 혼자 낯선 방콕 시내로 들어가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공항 노숙이 나을 것 같았다. 실제로 새벽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수완나품 공항은 쾌적했고 안전했다. 더불어 최근 핫한 치앙마이뿐만 아니라 조금은 덜 알려진 치앙라이에 가보고 싶기도 했다. 찾아보니 수완나품 공항에서는 새벽 6시 반쯤 치앙라이행 비엣젯 비행기가 있었다. 돈므앙 공항이 가격이나 시간에서 선택의 폭이 더 넓었지만, 날밤 새는 여행 첫날 공항 이동까지 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수완나품 공항 출발로 예매했다. 

  좋아, 치앙라이에서 태국 여행을 시작해 보자규! :D 







# 비엣젯 항공 추가 수화물 결제 에러! 에러! 에러! 


에러 난 수화물 추가를 직접 결제한 K22 비엣젯 창구
좌) 비엣젯 항공 수화물 추가 결제 오류 스샷 / 우) 수화물로 보낸 내 캐리어 무게


  태국에 도착해 수속을 밟고 짐을 찾고 출국장으로 나오니 새벽 1시. 피곤한 몸으로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카시콘은행 ATM 찾아 수완나품 공항 삼만 리를 하고, AIS 유심을 사서 끼운 뒤 편의점에서 산 컵라면을 먹고 나니 새벽 3시. 다시 AIS 부스에 가서 왜 LTE가 아니냐고 따지고 고치고 한 뒤 캐리어를 질질 끌고 국내선 출국장을 찾아가니 새벽 4시다. 새벽 공항에서 방황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쪽잠 한숨 못 자고 치앙라이행 티켓 발권 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치앙라이행 비행기를 예매할 때만 해도 짐을 줄여보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욕심으로 수화물 추가를 하지 않고 결제했다. 비엣젯 항공에서는 예매 후에도 짐추가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수화물 추가를 신청하고 결제를 하려고 하니 계속 오류가 떴다. 웹페이지와 앱 모두 에러가 났다. 혹시 내 카드가 문제인가 싶어 다른 사람의 다른 브랜드 카드로도 시도해봤지만 허사였다. 방콕에 도착한 뒤에도 마찬가지. 결국 짐추가 결제를 하지 못한 채 이대로 현장 결제의 폭탄요금을 맞아야 하나 가슴 졸이며 발권 부스를 찾아갔다. 





치앙라이행 발권 창구인 K12. 바로 옆의 치앙마이와 달리 사람들이 거의 없다. ㅋ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발권한 치앙라이 행 비엣젯 항공 비행기 티켓


  짧은 영어로 띄엄띄엄 얘기를 하니, 역시나,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미리 스샷을 떠둔 결제 에러 이미지와 구글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 완성한 영어 문장들을 다시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제야 말이 통한 모양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게 이런 건가. 비록 여러 창구를 옮겨 다니며 같은 설명을 여러 번 해야 했지만, 다행히 폭탄을 피해 예약한 금액으로 추가한 수화물을 결제할 수 있었다. 덕분에 여행을 본력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식은땀 한 바가지 흘렸지만 어쨌든 해결됐으니 오케이! 우여곡절 끝에 결제한 15kg 수화물에 근접하는 14.7kg의 묵직한 캐리어를 떠나보내고 치앙라이행 티켓을 받아 들었다. 북적이는 치앙마이 창구와 달리 비교되게 한산한 치앙라이 발권 창구에서는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반전 아닌 반전이라면, 이런 생고생을 그 뒤로도 3번은 더 했다는 것이다. 방콕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비행기 포함 베트남 국내선 티켓도 모두 (가장 저렴한) 비엣젯 항공에서 예매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짐 추가 없이. 그땐 왜 10kg 이내에서 짐을 꾸리겠다는 무모한 생각으로 이런 고생을 자초했는지! 어쨌거나 착한 가격은 고맙지만 비엣젯의 결제 시스템의 잦은 에러는 정말.. 최악이었다. (반면 비행기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착한 가격의 유혹에 넘어가 비엣젯 항공을 탈 예정이라면, 수화물 추가는 웬.만.하.면. 예매할 때 같이 결제하길 추천한다. (결제 통화는 베트남 화폐인 '동'으로!) 아니면 나처럼 '추가 결제 에러'로 티켓 발권 때마다 공항 부스를 돌아다니는 생고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비엣젯 항공과의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건 다음 글에서.. ㅜㅜ) 





# 처음 타보는 태국 국내선, 비엣젯 항공 


치앙라이행 비엣젯 항공 탑승 대기실. 버스 터미널 대합실 같은 풍경.
셔틀버스로 기나긴 공항 투어(?)를 끝내고 드디어 만난 비엣젯 비행기
새 비행기라 그런지 좌석 공간이 나쁘지 않았다(베트남에서 탄 비엣젯은 훨씬 좁았음!)


  홍콩이나 유럽 공항에서도 그랬지만, 저가 항공의 탑승 게이트는 대체로 공항에서 가장 멀거나 외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수완나품 공항 역시 마찬가지. 그 큰 공항을 가로질러 한참을 걷고 또 걸어서 도착한 탑승 게이트는 어느 소도시의 버스 터미널 대합실 같은 분위기였다. (하긴 창고 같았던 비엔티엔 국내선 대기실보단 훨씬 나았다) 한참을 기다려 탑승 수속을 하고 공항 셔틀버스를 탔는데, 우와~ 버스가 끝없이 공항 안을 돌고 돌면서 달렸다. 공항 활주로 투어 하는 줄?! 공항이 얼마나 큰 건지, 아니면 비행기가 얼마나 외진 곳에 있었던 건지 몰라도 셔틀버스는 최소 5분, 체감 10분 정도를 달린 이후에야 비행기 앞에 도착했다. 공항 셔틀버스를 이렇게 지겹도록 오래 타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처음 타 본 비엣젯 항공의 기내 컨디션은, 마음고생을 시킨 괘씸죄를 적용하더라도, 나쁘지 않았다. 새거새거~한 느낌의 비행기로 깔끔하고 깨끗했다. 좌석 공간도 여유롭진 않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승무원들의 체크무늬 반바지 유니폼. 반바지 유니폼이라니,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젊고 발랄판 이미지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엣젯 항공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었..지. 






# 어쨌든 치앙라이 공항 도착! 


비행기 안에서 졸던 와중에 보게 된 구름 위 해돋이. 진짜 장관이었다!
소박한 치앙라이 공항. 나름 인터내셔널 공항이었던가..?!


  비행기에 자리를 잡고 앉자 그간의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와 졸음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왔다. 방콕에서 치앙라이까지 날아가는 동안 창문 밖에서는 구름바다 위로 황금빛을 내뿜는 황홀한 해돋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그렇지만 밀려드는 졸음을 털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해돋이에 감동하다 어느 순간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치앙라이 공항에 도착했다. 치앙라이 공항은 예전에 만난 라오스 루앙프라방 공항처럼 작고 소박함이 뿜뿜 돋는 지방 공항이었다. 그에 걸맞게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 따위 없이) 공항 건물까지 타박타박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곧.. 태국 여행 첫날, 첫 번째 도시인 치앙라이 공항에서 아직 시작도 못한 내 여행을 위기로 몰아넣을 사건을 만나게 된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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