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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박이 Jun 17. 2018

171226 방콕 공항 노숙기: 유심과 컵라면

방콕 수완나품 공항(BKK)에서의 노숙기 2탄

 자, 그럼 이제 돈도 찾았으니 유심을 사야지! 좌절모드도 잠시 다시 눈을 굴려 통신사의 유심 가격을 스캔했다. 미리 추천 통신사를 알아본 것도 아니었고 패키지 금액대도 비슷비슷해서 혼자 어슬렁대며 고민하다가, 한국 유심에 자동 연결된 태국 통신사인 AIS를 선택했다(SKT는 AIS로 자동 연결됐다). 태국 내 NO.1 통신사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걸어놨는데, 특별히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사용하는 동안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여행 막바지에 농카이에서 탑업 할 때 버려지는 잔액이 아까웠던 것은 빼고..;)

  태국에서는 일단 3주를 머물 예정이었기에 '데이터 4.5G, 통화 및 문자 50밧에 549Baht인 30일 패키지'를 선택했다. 30일 패키지 중에도 가장 싼 거였지만, 그럼에도 비쌌다. 21일 쓸건대 30일 패키지라니 나머지 기간이 아까웠지만, 8일, 10일, 30일 패키지 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역시 공항 유심은 비싸,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하는 마음으로 거금 549밧을 내고 유심을 구입했다.




BKK 공항 내 AIS에서 판매 중인 유심 패키지


비싸지만 공항에서 (안전하게) 유심 구입!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공항에서 비싼 유심을 사지 않고 치앙라이 시내에 도착해 유심을 구입해서 충전하거나 또는 아예 현지 유심 없이 다니는 방법도 있었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는 현지 유심 없이 여행했지만, 그때만 해도 여행의 초반이었다. 인터넷이 안 되는 휴대폰을 들고 낯선 곳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내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최소한 구글맵으로 내 위치는 확인할 수 있어야 안심이 됐다. (실은, 구글맵에서 해당 지역의 지도를 미리 다운받아 놓으면 데이터가 없어도 지도에 현재 내 위치는 표시된다는 걸 그때만 해도 몰랐었다. 쿨럭)  

  그렇기에 조금 비싸더라도 공항에서 현지 유심을 구입하는 것은 뭐랄까, 일종의 보험 같은 든든함이랄까. 특히 혼자서, 첫 방문하는 나라에, 한밤중이나 새벽에 도착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혼자 여행은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까. 우버나 그랩을 호출할 때도 (통화 가능한) 유심이 있어야 편하다. 그럼에도 필요 이상의 과대 옵션과 그에 비례하는 높은 요금은 불만. 이번에 구입한 패키지의 데이터 4.5G는 3주 동안 다 쓰기엔 너무 벅차게 많았다. 여행 막바지엔 일부러 숙소 와이파이 끄고 데이터로만 셀럽파이브 뮤비와 판벌려 동영상들을 다 돌려봤는데도 결국.. 남겼다. 내가 졌소! ㅋ)





뭐야? 니가 4G랬잖아!


  유심을 구입할 때 이거 4G 맞지? LTE 되는 거지?를 몇 번이고 확인했었다. 그때마다 직원은 응, 맞아, LTE야, 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마지막으로 낯선 발음의 태국식 영어로 말하는 직원의 설명을 짧은 영어로 듣고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분명 나한테 4G 맞다고 했는데 휴대폰 우측 상단에는 3G 마크가 떠있었다. 헐, 속은 거임?

  오던 길을 되돌려 다시 직원에게로 갔다. 니가 4G 맞다며? 근데 여기는 왜 3G라고 뜨는 거야? 물었더니 뭐라면서 폰을 달란다. 그러고는 뭔가를 몇 번 툭툭 누르더니 내게 폰을 돌려준다. 어랏? 그새 3G 로고가 LTE로 바뀌어 있다. 이거 왜 이런 건데? 하고 물으니 뭐라 뭐라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안 들리는 내 슬픈 영어 실력이여. 흑. 그럼에도 이유를 알고 싶어서 계속 물어봤고, 결국 지친 직원이 설정 과정을 직접 내 앞에서 재연함으로 이해했다. 즉, 3G와 LTE 둘 중 원하는 걸로 설정하면 된다는 것.

  아니 그런 거였어? 그럼 유심 끼우고 처음 설정 잡을 때 같이 해줬으면 됐잖아! 아니면 설명이라도 해주던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짧은 영어의 소유자, 그냥 고맙다는 말만 남긴 채 돌아 나왔다(왠지 슬프네ㅋ). 통신사 직원과의 폭풍 같은 영어듣기평가(?)가 끝나고 다시 편의점으로 올라가면서 생각해보니 조금 괘씸해졌다. 팔 땐 LTE라고 해놓고선 정작 설정은 3G로 건네주고, 왜 4G 아니냐고 따지니깐 그제야 슬쩍 재설정해주고. 왠지 꼼수의 냄새가 난다. 어쨌거나 하마터면 비싼 돈 내고 여행 내내 3G로 쓰면서 욕할 뻔했다. 귀찮고 번거로워도 다시 가서 물어보길 정말 잘했다!  





공항에서 먹는 편의점 컵라면


  이렇게 방콕에서 돈을 만지자마자 첫 거금을 쓰고는 뭐라도 먹자는 생각에 편의점으로 향했다. 세븐일레븐의 천국인 태국, 역시나 공항 편의점도 세븐일레븐이었다. 그런데 딱히 땡기는 게 없었다. 고민 끝에 생수 한 병과 똠양꿍 국물 맛 컵라면을 하나 샀다. 그런데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러 갔더니 헉, 그 앞에 벌레들이 널브러져 있다. 심지어 직원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그냥 지나간다. 아, 그래 여긴 태국이지. 첫날부터 뜻밖의 상황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동남아 라면들은 대부분 면발이 가늘어서 식감이 좀 독특하다. 얇은 면인데도 왠지 약간 덜 익은 것 같은 그런 맛이랄까. (설마 매번 먹을 때마다 덜 익혀 먹은 건 아니겠지?!) 어떤 이들은 태국 컵라면이 너무 맛있어서 돌아갈 때 잔뜩 쟁여가기도 한다는데, 나는 원래 라면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가 동남아 라면 역시 그다지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여행 간 김에 한 번씩 먹어보는 정도로 만족한다. 사실 컵라면 사 먹을 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로컬 식당의 따끈한 쌀국수를 먹는 게 낫다, 가 나의 소신이기도.

  아 참, 동남아시아에서는 컵라면을 사도 우리나라처럼 나무젓가락을 안 준다. 처음에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컵라면만 들고 엄청 당황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컵 안에 일회용 포크가 들어 있었다. 플라스틱이라는 점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함께 포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게 더 편한 것 같다. 한 번 도입을 검토해보는 건 어떨까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젓가락 인심이 후하기도 하고 대부분 뜨거운 물이 있는 상점 안에서 컵라면을 먹는 편이니 굳이 필요 없겠다 싶기도 하다.










# 덧 1, 태국 AIS 유심 4G 설정하는 방법



+ 내 폰인 갤S6 edge+의 설정 방법:
휴대폰 설정 → 연결 → 모바일 네트워크 → 데이터 네트워크 방식 → LTE 우선 모드로 선택! :D



  4G 설정은 기본적으로 '모바일 데이터 네트워크 방식'과 관련된 항목을 찾으면 된다. 설정 경로는 안드로이드폰이라도 제조사에 따라 다르고, 같은 갤럭시도 모델명에 따라 운영체제 경로가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S7까지는 위와 같은데, S8은 그런 설정을 못 찾겠다는 카페글을 봤다. 웬만하면 현지 통신사 대리점에 가면 알아서 설정을 잡아주지만, 너무 오래된 폰이나 그 나라에서 잘 안 쓰는 회사의 휴대폰의 경우 끝내 못 찾기도 하니 여행 전에 미리 고객센터를 통해 설정 방법을 알아두는 것도 좋겠다.

  치앙마이에서 만난 언니의 오래된 구형 엘지폰이 그런 경우였는데, 너무 느린 3G 속도를 참다못해 타페 거리에서 님만해민의 TRUEMOVE 대리점까지 친히 찾아갔더니만 직원마저도 경로를 찾지 못해 백기를 들었단다. 다행히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4G로 바꾸는데 성공했고, 새삼 LTE의 속도에 감사하게 됐다나 뭐라나. 그러니 그 언니처럼 같은 돈 내고 답답한 3G로 분통 터지는 일 없게 유심 바꾸고 난 뒤에는 'LTE'인지 꼭 확인하자. :)




# 덧 2, AIS 폰번호와 잔액 확인 방법


내 번호(*545#통화) 확인과 데이터 잔액(*121*32#통화) 조회


AIS 유심을 사면 같이 주는 안내장에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그 윗부분의 숫자가 전화번호다.
갑자기 전화번호가 생각이 안 날 때는 *545#통화를 누르면 내 번호를 알려준다.
충전 잔액 확인은 *121#통화를, 데이터 잔액 확인은 *121#32#통화 버튼을 누르면 알려준다.
선불 유심이기에 수시로 잔액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요렇게 바로 조회할 수 있어 편했다.

이렇게 *숫자# 코드로 잔액 조회를 하는 건 이번 동남아 여행의 낯설고 재밌는 경험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으려나 급 궁금해지지만, 귀차니즘에 그냥 묻어두련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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