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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Dec 01. 2023

2023년 12월 01일

잘도 흘러간다


이 글의 제목인 오늘의 날짜를 3번을 고쳐 적었다.

처음엔 2021년이라 적었다가 '어? 뭔가 아닌데' 싶어 다음은 2022년, 그것도 아닌 것 같아 그다음은 2024년, 그것도 헷갈리다 결국 스마트폰의 달력앱을 켜고서야 제대로된 연도를 적을수 있었다.

매일 다이어리를 적으면서 연도도 모르다니....

하긴 언젠가부터 나이가 몇 인지도 깜빡거리니 연도를 헷갈리는 게 큰 대수는 아니지 싶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연도와 나이를 한 번씩 헷갈리는 건 평소 그런 쪽에 무신경해서이기도 하고 점점 그런 것들을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특히 나이는 더욱이.

이제는 얼굴이 나이인지라 특별히 내 나이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거의 없으니 누가 내 나이에 관심을 가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긴 하다. 빠른 ㅇㅇ년 생이니, 늦은 ㅇㅇ년 생이니, 호적이 잘못되었니 잘되었니 하며 상대보다 한 살이라도 더 많아 보이려 기를 쓰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 해도 적다 해도 그저 그런 거지 싶다. 내가 나이가 많은들 어떻고 또 적은들 어떠랴. 나는 그냥 살고 있는데.



오늘은 12월 1일. 2023년의 마지막 달.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간다. 내가 관심을 가지든 말든, 걱정을 하든 말든, 희망을 갖든 말든, 웃든, 울든 상관없이 시간은 묵묵히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의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누구의 애정도 미움도 간섭도 상관 않고.

그런데 조금 달리 생각해 보니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그저 내 몸이 변해가는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시간이 참 잘도 흘러가는게 아니라 내 몸이 참 잘도 변해가는 것이 된다. 나의 상황과 감정과는 상관없이 내 몸은 흐름에 따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것이 된다.

그러니 내 몸은 잘 변해가는 것이고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셈이 된다. 내 몸은 기쁨도 슬픔도 원망도 미움도 없이 그저 고요하고 평화롭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정해진 길을 따라 잘 흘러가고 있으며 내 삶도 그렇게 잘 흘러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 나는 잘 지내고 있었구나. 내 오만 감정과 넘침과 부족함에도 상관없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나는 잘 지내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앞으로도 걱정 없겠다. 지금을 잘 지내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지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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