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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덕 Jan 26. 2024

2024년 01월 25일

심장과 인생


어제 잠을 통 설쳤더니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질 않았다. 날이 조금 섰다고 해야 하나?

꽁무니에 바짝 따라붙어 비키라고 압박을 하는 차를 보며 왜 저럴까 싶었고 동료의 툴툴 거림이 괜스레 고깝게 들리기도 했다. 일을 할 때도 여러 번 버벅거렸고 가져와야 할 물건을 놓아두고 오기도 했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날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퇴근길엔 정말 멋진 석양도 보았다. 파노라마로 길게 펼쳐진 첩첩의 산등성이 사이로 동그란 태양이 붉고 노란빛으로 사그라들고 있었고 산등성이에서 시작한 불그스름한 빛은 하늘 꼭대기를 향해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운전을 하고 있어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그랬다면 내가 본 멋진 풍경을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심장은 항상 불규칙하게 뛴다고 한다. 보통 휴식기의 심박수가 분당 60회 전후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50에서 80을 왔다 갔다 한다고 한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고 한다.

숨을 쉴 때도 들숨에선 심장이 조금 빨라지고 날숨에선 반대로 조금 느려진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심전도 기기를 봐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두↗근↘

심장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의성어인 '두근'.

'두근'은 그 자체가 리듬이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리듬. 그러니 심장은 정말로 오르락 내리락을 쉬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이다. 두근두근 거리면서.(두근 두근을 입으로 내뱉으면 그 리듬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사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떤 때는 조금 낮고 어떤 때는 조금 높다. 때로 엄청나게 치솟기도 하고 엄청나게 가라앉기도 한다.

그러니 컨디션이 좀 나빴기로서니 별 일 아닌 것이다. 실수를 좀 했다고 해서 별 일 아닌 것이다. 가까운 사람이 듣기 싫은 말을 했다고 해도 별 일 아닌 것이다.

또 컨디션이 좋다고 해도, 일이 잘 풀린다고 해도, 누군가 좋은 말을 한다고 해도 그렇게 별 일은 아니다.

올라가면 내려오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간다. 올라가거나 내려갔다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심장의 움직임처럼 오르락과 내리락을 반복하는 것이 정상이고 그것이 삶이다.


혹시 누군가 오늘이 힘들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정상이라고. 별일 아니라고. 당신 때문이 아니라고. 때가 되면 바람이 불고, 때가 되면 비가 오듯이 그냥 그렇게, 나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뿐이라고. 그러니 그냥 가만히 지나면 된다고.

좋은 것과도 나쁜 것과도 싸울 필요 없다고.

이 말을 나에게도 그리고 힘들었을 누군가에게도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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