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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Apr 03. 2018

달래캐러  같이 가실래요?

개복숭아 발효액과 개복숭아 발효식초를 넣은 냉이무침

봄이 들어섰다.

산중 겨울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는지 산골의 봄은 더디게 들어선다.

4월에도 눈이 펑펑 오는 날이 있긴 하지만  햇살은 따갑다.

봄 햇살은 다른 계절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따갑다는 표현이 안성맞춤이다.

여북하면 옛말에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는 말이 있지만

귀농아낙은 그러거나 말거나 봄철은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들로 돌아다닌다.

언 땅을 뚫고 냉이와 쑥을 시작으로 달래, 두릅, 머위,

겹꽃삼잎국화싹, 원추리순, 오갈피순 등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둘러 몸을 키우기 때문에 부지런해야 한다.

까딱 잘못했다간 봄나물 국물도 없다.

사방으로 발길만 돌리면 지천이 약초들이다.

바구니에 호미 하나 작은 칼 하나만 장착하면 공짜로 다 얻을 수 있다.

가꾸지 않고,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이 알아서 이렇게 턱하니 내 앞에

귀한 약초들을 내려놓아주니 고맙기 그지 없다.

오늘은 바구니에 호미 하나 넣고 장화로 무장한 다음 들로 나서는 길이다.

오늘 만날 친구는 '달래'다.

달래에는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철분 등이 많아 우리 몸에 더 없이 소중한 먹거리다.

달래는 다른 봄나물과 달리 하얗고 동그란 알뿌리를 달고 나오는데

이것을 '은달래'라고 한다.

동그란 알까지 캐기 때문에 캐는 재미가 솔솔하다.

알뿌리가 다치거나 잘라지지 않게

호미를 깊숙이 밀어 넣어 흙을 떠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알 끝에 붙어 있는 잔뿌리들이 땅에 박혀 있어

알까지 잘리는 비운(?)을 맞지 않는다.

산골에서 자생하는 달래는

마트에서 파는 달래처럼 키가 크지 않다.

달래는 들에 여기 저기 흩어져 자연적으로 난 것을

캐는 것이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낮은 자세로

눈여겨 봐야 한다.

혹가다 달래가 있어도 나무 등으로 얽혀서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가운 햇살을 등에 업고 호미질을 해서인지

코끝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작은 바구니에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다.

이 정도면 저녁 반찬으로 손색 없는 산야초란 생각이다.

거저 얻는 것에다 오염되지 않은 곳의 달래라 여간

귀한 게 아니다.

조금 더 캐고 어둡기 전에 서둘러 내려왔다.

수확하고 산비탈에서 내려오는 기분은

날아갈듯 기쁘다.

이제 잘 씻어 새콤달콤 개복숭아효소와

개복숭아발효식초를 넣어 무쳐 놓으면

밭에서 돌아온 초보농사꾼의 입가가 올라갈 것이다.

흙이 많이 묻었기 때문에

꽃밭 한 켠에 마련한 야외 수돗가에서

냉이를 씻는다.

한번씩 물을 갈아줄 때마다

얼굴이 뽀얗게 변신한다.

청정지역에서 캔 것이라서 깨끗하지만

흙때문에 여러 번 씻어야 한다.

한번 물을 버리려니

애기 달래알뿌리가 눈에 보인다.

하나하나 주워 먹어보니 상큼한 맛이다.

씻으면서 몇 뿌리 입에 넣어본다.

달래 알뿌리에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약간의

매운맛을 지니고 있다.

귀농 전에 마트에서 사다 먹을 때는 이게 달래 맛인지도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냥 봄이라니까 달래를 사다 먹었을 뿐 그 맛이 생각나서

먹는 정도의 강한 본래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러나 산중에서 알아서 자라는 달래는

수분이 많고, 맛과 향이 강해

저절로 난 자연의 것이 월등 근사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물기를 제거한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거기에 고춧가루, 간장, 개복숭아효소, 개복숭아발효식초, 다진 마늘,

액젓 조금, 참기름, 통깨를 넣고 조물조물하면

달래 봄약초 한 접시가 완성된다.

철분이 많이 빈혈예방 뿐만 아니라 비타민C도 풍부하여 주근깨 등을

예방해준다고 하니 봄이면 꼭 먹어줘야 하는 것 쯤으로 귀농하고

챙겨먹는다.

개복숭아효소와 개복숭아발효식초가 오늘 달래무침의 포인트다.
(야생토종개복숭아다. 이것을 발효시켜 효소로 만들고 발효식초로도 만들었다.)


귀농주동자인 남편이 밭에서 퇴근해오고

약속이나 한듯 아는 분이 들리셨다.

밭일 하느라 힘들었을 그들을 위해

불고기와 달래무침을 안주로

막걸리를 내놓았다.

유리 천장으로 된 데크에서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농사이야기, 봄이야기, 비소식 이야기...

어디에도 욕심이 끼어들지 않는 대화다.

이야기를 엿듣던 해가 이제 자기는

달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며 서두른다.

오늘 하루를 땀흘리며 열심히 산 당신들이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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