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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동분 소피아 Jun 24. 2018

울진 죽변항과 물회국수

바다가 그리울 때, 울진 죽변항으로 오세요!!!!

산골 꽃밭에 키작은 달맞이꽃이 피었다.

어느 순간부터 노란색이 좋아졌고, 언제부턴가 노란색은 누군가의 아픔에 동참하는 색이라 나는 생각했다.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전세계의 생각인 것같다는 것을 얼마 전 스페인 여행 중에 알았다.

     

그래서일까.

산골 어둔 밤 달맞이꽃이 노란빛을 달과 공유할 때면, 난 누군가의 아픔에 따사로운 위로를 한도 끝도 없이 주는 사람인지 내 마음의 온도를 재본다.   

  

(얼마전에 갔던 스페인 람블라스 거리에 내걸린 노랑색)

산골에 산다는 것은 이렇듯 내 안의 뜰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산골로 바로 돌아오려고 했다.

우선 나의 세 번째 책 원고가 많이 밀려 있어서 그 숙제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귀농 주동자가 물회국수를 해먹고 싶단다.

여기서 '해' 자가 중요하다.

그냥 먹고 싶으면 사먹으면 되는데  집에서 해먹고 싶다고...

그까이거 해먹으면 되지 싶어 점심을 먹고 우린 죽변으로 달렸다.

(울진의 죽변항에서...)

귀농하고 우리 부부는  되도록 상대방이 바라는 바를 자신만의 고집으로 묵살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죽변으로 내달리는데 이미 내 몸은 천근...


내가 귀농한 울진에는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죽변항이 턱하니 버티고 있다.

귀농 때부터 가는 곳은 죽변항에 있는 18호집이다.


아저씨가 살아계실 때는 내가 글 쓰는 일을 많이 대견해하셨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아주머니는 우리 부부를 보면 늘 아저씨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저씨가 우리를 많이 좋아하셨다며...     

사람이 함께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은 또 무엇인가.

함께 했던 이야기들이 아직도 주위를 맴돌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떠난 사람을 떠올리는데...아주머니와의 돌아가신 아저씨 이야기는 나의 삶이 허투른 시간이 되지 않도록 상기시켜주시는 분 중 한 분이다.   

  

아주머니는 장사를 하시면서도 쌩얼로 계신 것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물론 머리도 늘 단정하시고...

(귀농주동자가  산골의 이야기를 소상히 말씀드리고 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곳은 울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죽변항이고, 죽변을 찾는 외지 관광객에게 다가서는 첫인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머님은 우리 부부를 보자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부터 왜  최근에 방송 출연한 것을 안알려주었냐고 서운해하신다.


아주머님은 우리가 자주 방송에 나오는 것을 아주 기뻐하셨다.

딸이 방송에 나온 듯...    


그래서 자주 방송날짜를 알려드리곤 했는데 최근에 방송분은 바빠서 알려드리지를 못했더니 서운하신 모양이다.     

다음에는 꼭 방송에 나오면 꼭 알려달라는 당부와 함께 회뿐만 아니라 산골에서 매운탕해서 먹으라고 한보따리 싸주신다.


(울진 죽변에서...)
인연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밤하늘의 별을 볼 때, 그 사람과의 따스함으로 눈가가 흔들리는 것이 아닐런지.   

  

사과밭에서 일하고 돌아온 귀농 주동자를 위해 나는 물회국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육수에 매콤한 전라도에서 선물받은 찹쌀 고추장, 그리고 막 밭에서 뽑아온 신선한 야채를 준비했다.

거기에 청양고추, 마늘, 4년된 개복숭아효소, 참기름, 호두 등을 준비하고 그가 환장하는 국수를 삶았다.

사실 국수를 좋아하는 귀농주동자는 사진의 국수 4개 정도를 물회에 말아먹었다.

   

죽변에서 사온 신선한 회와 준비한 것들을 곁들이니 훌륭한 산골밥상이 차려졌다.

훌륭한 밥상이란 무엇인가.

반찬의 가지 수가 아니고, 반찬의 고급짐이 아니고, 그것을 영접할(?) 사람을 위해 어떤 정성이 들어갔느냐가 훌륭한 밥상의 조건이다.    

 

이웃분과 함께 먹을 계획이었는데 귀농 주동자가 늦게 밭에서 돌아왔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둘이 먹게 되었다.

오늘 사과밭에서 뙈약볕에 고생한 귀농 주동자에게 수고했단 말 대신 붉은 미니 장미 한 송이 꽃아주었다.    


귀농 주동자가 좋아하는 국수를 곁들여 큰 그릇에 회와 양념 국물을 담아 위에 고명으로 호두를 잘라 얹었다.


저 숟가락 받침은 며칠 일전에 포르투갈에 갔을 때 산 것인데 저녁상에 훌륭한 그림이 되어 준다.  

여행이란 그곳을 떠났다고 끝난 게 아니라 이렇듯 사온 소품으로 향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난 여행지에서 소품 사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매운 고추를 많이 넣어 분명 입안에 불이 날테니 한 켠에 삶은 계란도 준비해주었다.

사먹는 것보다 훨씬 맛이 깊고 산뜻하다며 국수를 말아 잘 먹어주니 흐뭇하다.     

(이 계란 홀더는 유럽 배낭여행 중 독일에서 득템한 것....)

산골 하늘에 별들이 나와 앉아 있다.

설거지하고 원고고 뭐고 나가서 수다를 떨고 들어와야겠다.

그들은 나의 위로자이므로....

   

산골 다락방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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