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소한 스텔라C Jan 04. 2023

1. 그가 왔다

그날 그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책을 쓰게 된다면 그에 대한 이야기로 쓰고 싶었다.  이건 분명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또렷했지만,  이야기의 마무리는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했다.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가 왔다'로  끝내고 싶다고.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책을 쓰는 일을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 두었다. 그러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정말로, 그가 왔기 때문이다.  


그해는 정말 힘들었다.  자신의 불행이 전부 나 때문이라는 어느 분에게 생애 처음으로 소송을 당하고 있었다.  그분의 소장 한 줄 한 줄을 읽으며, 어떤 날은 억울했지만 어떤 날은 나 자신이 정말 몹쓸 그런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갑갑했다.  관계는 엉클어졌고,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걷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 하루가 몹시 피로했다. 그분이 아니더라도 이미 내 인생은 충분히 무거웠으니까.  


그가 어떤 행사에 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충동적으로 그에게 나도 그 행사에 간다고 디엠을 보냈다.  여느 때와  같이 그는 답이 없었다.  메시지를 보낸 것도 잊고까 정신없이 밀린 일을  챙기다, 행사 하루 전 다시 디엠을 보냈다.


 " 혹시 인사드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끝나고 식사는 어떠세요?"


밥 먹자고 문자를 보냈다고 하자, 행사에 같이 가기로 했던 보미씨는 내가 진짜 용감하다며 폭소했다.   


"그래도 혹시 알아요? 식당을 예약해야겠어요"


이때만 해도 농담이었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그가 문자를 보내기 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축하 감사드립니다.  인사 나누는 것이야 반갑죠.  내일 일정으로 식사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를 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왔다.

정우성



* 2017년도에 처음 만들고 지금껏 운영하고 있는 정우성독서클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