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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 May 04. 2022

일상에서 발견하는 엄마 6

막창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의 첫 제사상에 막창을 올렸다. 살아생전 엄마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기도 했었고, 유난히 그 추억들이 많다. 추억이 사실은 엄마에게 신경질을 낸 기억이고, 이해받지 못했던 순간들이기 때문에 돌아가신 지금은 미안함과 결부되어 죄책감으로 다가오곤 한다.


우리집은 넉넉한 집안이 아니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엄마가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식당의 서빙이다. 4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도 않으며, 엄마는 가방끈이 길지 않았기에 더더욱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게 맞벌이를 시작했고, 엄마는 참 힘들어했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에 생소함도 많았으며,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트러블과 손님들의 불만, 일의 고단함으로 인해 우는 모습도 많이 봤다. 술도 많이 마셨으며, 한동안은 흡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성인이 되어 일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늦은 시간 퇴근을 하면 그렇게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엄마는 보통 밤 10시에 마쳐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식당 서빙은 저녁을 일찍 먹고 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에는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엄마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내게 막창을 먹으러 가자고 많이 얘기를 했다. 난 배도 고프지 않고, 거리도 멀어서 가기 귀찮아 했으며, 무엇보다 시험기간에는 더욱 예민했기에 그런 권유를 하는 엄마가 이해도 되지 않았고, 짜증이 났다. 결국 못이겨 몇번 가기는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막창을 볼 때마다 엄마 생각이 나고, 그럴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자주 갈껄,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먹게 할껄이라는 후회감이 몰려온다. 엄마는 일을하고 와서 고단했고, 배고팠으며 외로웠던 것이다. 철딱서니 없는 아들은 자기밖에 몰라 그런 것들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엄마가 살아생전 좋아했던 음식을 제사상에 올리곤 있다. 먼훗날 나이가 들어 저승에서 만나게 되면 내가 직접 막창을 구워서 엄마와 소주한잔 해야지. 엄마의 술친구가 되어 소주 한잔에 고단함을 털고, 들이마시며 외로움을 나누고, 막창을 먹여주며 배를 채워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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