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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n 16. 2024

아는 척이 힘이다

내 첫 직장은 부띠크 컨설팅펌이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전사 회식이 잡혔는데, 진행팀에서 친절하게 신입사원이라고 나를 사장님 옆자리로 앉혀주었다.. 그날 회식에서 누군가 사장님께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산업과 주제에 대해 아시는지 여쭤보았는데, 사장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아는 척이 힘이다


컨설팅은 고객사의 고민을 해결해줘야 하는 업이다. 그런데 한 고객사만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물론 회사마다 더 잘하는 분야가 있고, 컨설턴트들도 자기 전문 프랙티스를 두기는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서는 항상 비슷한 주제로만 컨설팅을 할 수는 없다. 특히 내가 다니던 회사는 규모가 큰 글로벌펌이 아니라 전 직원이 40명이 안되던 부띠크펌이다 보니, 금융 프로젝트 하던 컨설턴트가 다음 프로젝트엔 F&B 프로젝트로 가기도 하고, 제조업 프로젝트로 가기도 하고 했었다. 난생처음 보는 업계인데 컨설턴트는 어쨌든 고객사에게 뭔가 인사이트를 제시해야 하니 프로젝트 시작할 때마다 우선 시장 전반부터 파악하는 게 숙제였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아는 척이 힘이다'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 업계(금융, F&B, 제조...)나 분야(마케팅, 영업, 생산...)의 핵심을 빨리 파악하고,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분간할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었다. 컨설턴트가 업계에 10년, 20년 있던 사람들보다 세세하게 알 수 없고, 모든 걸 직접 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잘하는 곳과 못하는 곳을 알아볼 수는 있어야 다른 곳에 일을 맡기기라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잘하는 곳이 왜 잘하는지를 알게 되면 고객사와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춰서 대화하고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게 가능해진다. 직접 할 수 있는 게 '아는 것'이라면, 적어도 보는 눈은 있는 게 '아는 척'이다. 그래서 아는 척이 힘인 것이다.


벌써 15년도 더 지난 일이고, 직장생활 시작한 지 3개월도 채 안되어 들은 말씀이었지만 아직도 그 이야기가 뇌리에 박혀있다. 정작 그날은 그런가 보다 하고 듣고 넘겼었는데, 알게 모르게 내 직장생활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그 이후로 몇 번의 이직을 거치며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다양한 일을 해봤다. 전략기획부터 데이터분석, HR, IT 플랫폼, 심지어 갤러리와 미술품 경매까지 해봤다가 지금은 물류를 맡고 있다.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 업계에서 잘한다의 기준이 뭔지 & 잘하는 곳이 어딘지 찾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그 회사 사람을 찾아서 만나게 되고, 그 회사가 왜 잘하는지 더 깊게 알게 되고, 우리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디어가 생긴다. 때로는 함께 일할 좋은 인재를 영입할 기회도 생긴다.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 그동안 담당자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파악하는데서 멈추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니, 한 업계에 오래 있던 사람들도 막상 자기 업계에서 '잘한다'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잘하는 게 뭔지 모르면 기껏해야 현상유지나 약간의 개선 밖에 못하게 된다. 혁신을 하려면 지금 우리 상태가 아니라 시장에서 제일 잘하는 회사가 기준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세계 최고, 심지어 세상에 없던 수준까지 꿈꿔야 한다. 그 시작이 잘하는 곳을 알아보는 눈을 키우는 것, '아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다.


1. 당신의 업계/분야에서 '잘한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2. 당신의 업계/분야에서 '잘하는 곳'은 어디인가? 거기가 잘할 수 밖에 없는 이유(핵심역량)는 무엇인가?

3. 잘하는 곳의 직원을 만나보았나? 잘하는 곳의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가?






3분기 커피챗 오픈하였습니다.

미팅은 잠실역 or 천호역 인근에서 대면으로 진행합니다.

토요일 오전 10시, 11시 두 slot이 있고, 45분 정도 진행합니다.

아무 주제 없이 이야기하기엔 긴 시간입니다. 미리 저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려주세요.

커리어나 성장 등 개인적인 상담이나, 본인이 맡고 있는 조직에 대한 조직문화, 리더십 고민도 좋습니다.

공식적인 업무 미팅 시간은 아닙니다.

갑자기 토요일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거나, 가족 일정이 생긴다면 일정 변경을 요청드릴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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