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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un 23. 2024

당신의 현장은 어디인가?

고객을 쫓아내는 키오스크를 보며

오늘 있었던 일이다.


교회 끝나고 근처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늘 대기가 있어서 못 갔던 식당에 가봤다. 피크타임이 좀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앞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이길래, '오래 기다려야 하면 다른 데 가야지' 하고 식당 앞 키오스크에 대기 등록을 하러 갔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키오스크에 대기 등록하는 게 너무 오래 걸렸다. 인원수를 넣고, 그다음에 시킬 메뉴까지 미리 입력해야 했는데, 사람들이 대기 등록만 하려고 섰다가 그 자리에서 뭐 먹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키오스크 자체에 줄이 생겼다.


더 어이없는 두 번째 문제는, 그렇게 메뉴까지 고르고 핸드폰 번호를 넣고 등록을 끝내면 '10팀'이라고 크게 대기번호가 뜨는 것이다. 그리고 밑에 조그맣게 앞에 대기자가 2팀 있다고 뜬다. 헷갈리니까 다시 말하자면 대기'번호'가 10팀이고, 내 앞에 2팀이 있는 것인데, 화면을 언뜻 보면 지금 대기가 10팀 밀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 앞에 키오스크 줄 서있던 두 팀이 대기번호 10을 보고 그냥 다른 식당으로 갔다. 


앞사람들이 키오스크 누르면서 서로 대화하는걸 뒤에서 듣고 있었기 때문에 두 팀 다 잘못 이해하고 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니까 대기가 10팀인 게 아니라고 말 안 해준 내가 나쁜 사람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원래 앞에 대기가 네 팀 있었어야 하는데, 덕분에 두 팀만 대기하고 좀 더 빨리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교훈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주로 광고가 그 역할을 하고, 앱이나 키오스크 같은 온라인에서는 UI/UX가 그 역할을 한다.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로 오해를 살 수 있고, 오해한 고객은 구매를 하지 않는다. 더 심한 경우엔 클레임을 건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 오늘 본 키오스크는 매장 입구에서 고객을 쫓아내는 기계였다. 그 식당은 몇 달 전 처음 생겼을 때부터 항상 대기가 있는, 교회 주변에서 그래도 맛이나 분위기가 괜찮은 곳이었는데, 그 키오스크가 아니었다면 매출이 적어도 10%는 더 나왔을 것 같다. 


두 번째 교훈은 현장에서 직접 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 식당은 대기가 계속 있었기 때문에 안에 있는 직원은 문 앞에 키오스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바빠서 알 수 없었다. (자리엔 일찍 앉았지만, 점심이 나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하지만 누구 하나라도 왜 밖에 대기가 두 팀 밖에 없는데 키오스크 앞에 한참을 서있던 사람들이 다 다른 식당으로 가버렸는지 의문을 가졌다면, 그냥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든지 아니면 그 키오스크를 본인이 직접 눌러봤다면 어땠을까?


현장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그걸 모른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마저 바빠서 모를 때도 있고, 아는데 위에 보고할 방법을 모를 수도 있고, 그냥 포기했을 수도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방법은 현장에 가보고,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점이다. 임원 분들도 계산대에 서서 포스기를 두드리며, 어쩔 때는 후방창고를 뒤집어엎으며 왜 이 짬(?)에 이렇게 해야 하는지 농담처럼 하소연하신다. 다들 말씀은 그렇게 해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오프라인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도 회사가 버티기라도 하는 건 모든 리더 분들이 계속 현장을 보러 다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멀어지는 회사는 생존할 수 없다. 더 무서운 건, 현장에서 멀어진 사람은 은퇴하고 자기 장사도 할 수 없다. 당신의 현장은 어디인가? 식당 앞의 키오스크처럼, 남에게 맡겨두고 아예 신경을 꺼버린 영역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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