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사 Apr 27. 2024

시간맹의 시간 관리란...

집행 기능 (executive funcion)의 불기능 

내가 시간 관리에 대한 글을 쓸 날이 오다니.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매년 남편의 생일을 잊고, 시간 맞추는 것이 너무 어려운 내가 말이다! 


사실 시간은 아직 내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이지만 분명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내가 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나와 같은 사람들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이를 해결해야 하는지 감도 오지 않는 사람들. 영어로는 time blindness, 즉 '시간맹'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혹시 Executive function (집행 기능) 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ADHD 환자들의 90%가 바로 이 "집행 기능"에 장애가 있다고 한다. 


집행 기능(EF)란? 계획, 정리, 시간 관리, 자기 조절 등 책임감 있는 어른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능. 즉, 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수해 내기 위해 우리의 뇌가 발휘해야 하는 기능이다. 


아하. 내가 이래서 제주도 출장 갈 때도 출장 전날에 비행기를 예약하고 있었구나... 서울 출장은 심지어 당일 KTX 예약에 숙박은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예약한다. 부끄럽지만 이런 에피소드로만 책 몇 권은 쓸 수 있다.  
나는 얼마 전에도 출장 때문에 교통편 예약을 위해 미친 듯이 앱 새로 고침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남편은 고개를 내두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인간 구실하고 살았니?" 

"뭐, 대충 살았어. 나랑 결혼해 줘서 고맙데이."

시간에 강박을 가지고 가지고 있는 남편은 아직도 이런 나를 보면 심장이 아프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나와 같은 시간맹들은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해야 할까? 


1) 루틴화하기 + 알람 맞추기 

- 적당한 개수의 루틴 만들기  

- 필수 할 일은 알람 맞추기 (2개)


참고로 나는 루틴이랄 게 없는 사람이다. 어느 책에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는 매일 하는 행위와 엮어서 하라기에 나는 나름 머리를 썼다. 양치하고 나서 ADHD 약인 콘서타를 먹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꾸 양치하는 것을 잊어서 약을 먹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띠로리...

내 양치도 까먹는데 윤사나 양치를 매일 시키는 것을 매일 하는 것은 나에게 기적이었다. 그러다가 우리 사나 이가 다 썩으면 어쩌지? 두려워도 밤만 되면 자꾸 잊었다. 그래서 나는 스케쥴러 스승님의 제의로 루틴앱(마이루틴)을 사용해서 오전 루틴 체크리스트 만들고, 그중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알람을 맞추었다.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면 루틴을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지만 루틴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어서 현재는 그냥 무료로 쓰고 있다. 


가끔 일어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 나는 루틴앱을 켠다. 그리고 이를 순서대로 따른다. 루틴은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 계속 시도해 보고 자꾸 까먹고 하지 않는 것은 지우고, 너무 많으면 줄이고, 너무 익숙해서 루틴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운다. 


2) 업무 잘게 쪼개기 & 작은 성취하기 


앞서 말한 바 있지만 어릴 적엔 종종 사는 게 너무 귀찮아서 죽고 싶을 때가 있었다. 너무 할 일이 많아 거대한 산처럼 보일 때 나는 숨이 쉬어지지 않고 단 한발 짝도 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냥 벌러덩 누워서 계속 자기혐오에 허우적거리며 만화를 보거나 티비만 몇 시간씩 보고 있었다.   

특히 번역을 할 때 그랬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몇 백장 짜리 번역 프로젝트를 처음 맡았을 때 번역 기한의 절반은 책상 앞에 앉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나는 수면을 포기하고 30시간 이상 번역 공장을 돌렸다. 제발 끝내기만 하자, 기도하면서 말이다.

무질서하고 개념 없는 나 자신이 싫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일이 너무 하기 싫을 때, 나는 우선 하찮은 일부터 한다. 예를 들어 책상에 앉기. 딱 10분만 번역해보기. 

운동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하루에 딱 한 세트만 집중해서 운동하기를 하고 있다. 누구든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너무 하찮아서 이 정도는 누구나 한다 이 정도로 말이다.  

 3) 기억의 외주화   

하아... 시간관리에 대해서 쓸 말이 너무 많아서... 이번 편은 유난히 오래 걸린다. 기억의 외주화는 스케쥴러를 쓰고 기록하는 나의 여정이다. 


특히나 이 부분에서 스케쥴러 스승님의 공의 크다. 스승님의 스케쥴러는 너무나 정돈되고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그러나 나는 앞서 말한 8개의 루틴 이외에는 인생에 루틴이랄 게 없는 사람이다. 


하는 일도 너무 들쭉날쭉하다. 하루는 통역, 번역, 영어 사회를 보고, 하루는 릴스를 만드고, 편집을 하고, 하루는 아이를 보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하루는 전자책을 쓰고, 하루는 밀린 넷플릭스와 웹툰도 다 봐야 하고, 운동, 챌린지 진행, 학원 운영, 아이들 영어 수업 등 거의 매일 다른 일들을 산발적으로 처리한다. 


이건 병적으로 이것저것 너무 많이 하고 싶어 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다. 따라서 쓰지 않으면 나는 잊어버리고 만다. 다시 반복하겠다. 나는 쓰지 않으면 반드시 잊어버린다. 


내 스케쥴러는 아직 미완성이다. 스케쥴러뿐만 아니고 나의 기록장도 말이다. 지금까지는 스승님께서 선물로 주신 메일 스케쥴러 1개와 잡다한 것을 기록하는 위클리 스케쥴러가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어제부터는 노션으로 이 둘을 통합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노션 스케쥴러가 완성되면 얼른 짜잔 하고 공개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 관리와 기록만이 살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