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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앳더리버 May 21. 2019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닐 뿐이죠

1.

   올해 들어온 1학년 남학생이 있다. 입학 첫날부터 실내화를 내 얼굴에 던지며 호되게 신고식을 한 녀석인데 6월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행동이 반복되고 있다. 부모님, 초등학교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그런 도전행동들의 추측되는 첫번째 원인은 '관심유발'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가 '아빠'인양 나를 찾고, 내가 보란 듯 벌러덩 누워버리며, 그래도 무관심할 경우 이내 집히는 무엇이든 던지고 만다. 특수학급 내에서는 최대한 환경을 구조화하고, 일관된 조치를 하려 하지만 통합학급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여러 행동수정 요법들이 있지만, 익히 알고 있는 다양한 방법을이 있건만 현장에서 효과적이게 사용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모든 행동에 관심을 달라고 두리번 거리며 미간을 찌푸리는 녀석을 보면, 이내 물건을 던지며 침을 '퉤'하고 벹는 그 학생을 보면 '뭐이리 자기를 봐달라고 발버둥을 칠까..'하는 생각이 든다.



2.

   대학원 수업 중 '생애주제'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됐다. '생애주제'란 내 삶을 이끌어온, 내 삶을 이끌고가는 가치든, 어떤 개념이든 내 삶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정도라고 한다. 5명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3명의 키워드를 요약하면 <인정욕구>라는 키워드로 모아졌다.


"내 삶은 누군가 나를 필요로하기 원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삶이었던 것 같아요."

"인정받고 싶었어요. 부모님에게, 친구에게, 직장 동료에게.. 그런 마음으로 살아온 것 같아요"

"안그런 척했지만, 저는 항상 무엇을 하든 주변인이었지만, 솔직한 제 마음을 그렇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나를 찾아주길 바랬어요. 사람들이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랬어요."


대부분 30대가 훌쩍넘고 40대이신 분도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며 한편으로 '나도 그래요..'하는 마음의 울렁거림을 부인할 수 없었다. '찡~'한 마음이 멤돌았다. 왜 우리는 이제야 깨달은 걸까. '내 삶'은 무엇을 하든, 어디를 향하든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유일할텐데..

30년 이상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반응하며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그분들은


"사실, 인정욕구는 대부분 '애정에 대한 결핍, 사랑에 대한 갈구'를 표현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할 수 있어요"라는 교수님의 말에, 사실 나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30대 중반에 깨달았다는 교수님의 첨언에 각자를 위로했다.



3.

   <브로콜리너마저> 밴드가 컴백했다. 참 오랜만이다. 그냥 오랜만에 나온 좋은 음반이라 생각했는데 이분들.. 웬지 작정하고, 30대를 대변하는 음악을 만든 것 같다. 20대에 만든 1집, 11년이 흘러 30대 후반이 되 만든 3집. 2011년에 나온 2집과 3집은 9년이라는 갭이 있다. 정확하게 20대에서 완전한 30대가된 차이가 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닐 뿐이죠.... 내 속엔 나쁜 생각들이 많아요. 다만 망설임을 알고 있을 뿐...... 단정하는 사람을 믿지 말아요 세상은 둘로 나눠지지 않아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당신을 미워하는 게 아닌 것처럼"


가사 하나하나가 살에 와 닿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완연한 30대이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이 아닌데 좋은 사람인척 피곤하게 살아온, 인정받으려 발버둥치며 살아온 탓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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