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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앳더리버 Feb 28. 2017

새로운 학기를 앞두고

특별했던 아이들..

  2월의 마지막 날은 마음이 무겁다. 새학기를 시작해야하는 부담감과 졸업한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와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든다. 어쩌면 졸업한 아이들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으며 염려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일지도.

  얼마전 졸업한 아이들은 기억에 많이 남을 듯 하다. 2년동안 투닥투닥 함께 지내며 쌓인 추억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기대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것도 가르쳐줬어야 했는데..
아직 혼자서 잘 못하는데..



  일반학생들이  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의 짜여진 내용을 배워야 한다면, 장애학생들은 조금 다르다. 특히, 지적장애 또는 자폐범주성장애 학생들의 경우 어떤 교육을 받는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일반학생들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들을 장애학생들은 명시적이고, 반복적으로 가르쳐줘야 배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시계보는 법이나, 전화로 음식 주문하기 등.. 사소한 것들, 관찰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알아가기에 직접적인 터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해가 만족스러운 특수교사들은 없을 것이다. 항상 부족하고, 아쉽고.. 미안하고.

  

혼자, 또는 우리끼리 해보자



  작년 한해동안 나름 중점적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한 것이 있다.      


                                                                                '약속미션!'

     

  그래봤자 4명되는 특수학급 같은 학년 친구들끼리 약속 시간과 장소, 할 것들을 계획하고 만나는 미션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너무 당연한 일상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훈련과 계획이 필요한 일들이다. 처음에는 내가 개입해서 도왔다.

  시작부터 가관이다... 두명은 만나서 햄버거를 먹겠다고 하고, 2명은 돈까스를 먹겠다고 한다. ㅎㅎ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가장 현명한 방법인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는 내 의견에 가까스로 메뉴가 정해졌다. (가위바위보로 내 의견을 굽힌 것만해도 엄청난 사회성의 성장이다!!) 이젠, 시간이 또 문제다. 주말에 나보다도 바쁜듯 다들 자기가 가능한 시간만 얘기한다..  이것도 여차저차 결정해서 애매한 낮 2시로 결정됐다. ㅎ

  

  약속 당일, 내가 나가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끼리의 약속이니, 인증샷만 받기로 하고 사진을 기다렸다.

짜잔~

이렇게 너무나 훌륭하게 약속미션을 해냈다! (밥만 먹고 40분만에 헤어진건 비밀..;;)


  이렇게 미션을 실패하고, 완수하기를 몇번.. 연말에는 조금 무모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이동거리를 늘려, 서울에서 인천집까지 찾아가기 미션. 그것도 복잡하다는 홍대에서 인천까지 가는 여정이다. 2호선을 타고, 다시 1호선, 인천지하철1호선까지 2번이나 갈아타는 나름 초고난이도, 지방에 살다 갓 상경한 20살 청년들도 몇번 실패한다는 지하철 갈아타기 미션이다. 물론, 지하철 어플을 통해 어디 방면으로 가는 걸 타야하는지, 어디역에서 갈아타야하는지 등 여러번 이론과 시뮬레이션의 시간을 거쳤다.


  당일날 서울에서 같이 만난 뒤, 이제 집에 가야할 시간. 역시나, 아이들은 집에 갈 때 나를 의지했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만 졸졸...  드디어 합정역에서 엄포(?)를 놓았다.  

"쌤은, 이제 집에 간다~ 쌤 집 서울인거 알지? 얼른, 알아서 가도록. 집에가면 연락하고."


  에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한동한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보는 아이들..  이내 내가 '빠이빠이'하며 사라져줬다. (물론, 기둥뒤에서 예의주시.. ㅎ)

긴급상황임을 알아챘는지 서로 지하철 어플을 쳐다보는가하면 역내에 있는 안내판을 이리저리 뒤졌다. 다행히 합정역에서 신도림가는 전철을 잘 타고, 드디어 신도림. 가끔 나도 어디로 가야하는지 멘붕에 빠지는 역인데 과연 아이들이 1호선으로, 거기다 인천가는 방향을 잘 갈아탈 수 있을지..  나도 반신반의했다.


나름 힘을 합쳐 길을 찾는 중 ^^


  약간의 시간이 흘러, 전화로 힌트를 줘야하나 고민하는 찰나 어느새 아이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젠 내가 두리번두리번 아이들을 찾는데 1호선 인청방향 개찰구로 올라가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은 내 기대 이상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를 포함해 다른 교사들,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들을 한계짓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무력감으로, 자신감 저하로 더더욱 실패를 예상한다. 물론, 모든 면에서 기대이상으로 해내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하나하나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는 것은 아이들의 자립심에 심히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이젠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간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며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실패하고, 반복하며 지낼 것이다. 나는 곧 새로운 학년과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한다. 마찬가지로 그 아이들과 1년을 좌충우돌 보낼 것이다. 새로운 학년에 대한 새로움과 두려움.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인 나에게도 해당된다. 새로운 해는, 새로운 학년은 작년의, 지난 학생들의 1년보다 더 나아지고, 아쉬움이 덜한 1년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졸업한 제자들과의 추억을 뒤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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