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2일을 기다린 진실을 마주하며..
20살, 그 당시 유행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시작하면서 '100문 100답'이란걸 작성하게 됐다. 나에 대한 사소한 질문 100가지에 답하며 나를 소개하는 그런 거였다. 그때 '내 좌우명은?' 이란 질문에 처음 내 인생의 좌우명에 대해 고민했다. 딱히, 진지하게 고민했다기 보다는 남들이 볼 '100문 100답'을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멋진 보여주기 위한 '좌우명'을 고민했을 거다. 그때 나름대로 그 목적(?)에도 충분하고, 그럴듯하게 보였던 좌우명이 '사필귀정 (事必歸正)'이다.
20대 초반 내 미니홈피 대문에 항상 걸려 있었던 이 익숙한 사자성어가, 이토록 간절한, 반드시 그러리라 믿고싶은 단어였던 적이 있을까.
오늘 3년전 침몰했던 세월호가 드디어 본격적인 인양에 들어갔다. 인양 속보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어느새 오늘 새벽이면 선체를 볼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3년간의 피말렸던 과정들이,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갖갖이 이유로 인양에 소극적이었던 그 과정들이 무색하게.. 인양 시도 몇일만에 오늘 새벽이면 그 모습을 드러낸단다. 그 뉴스 뒤로 탄핵당한 대통령의 구속영장 가능성이 99% 라는 뉴스가 보이는 건 왜이렇게 씁쓸할까. 이토록 몇일만의 시도에 가능했던 일이라면, 1072일동안 우리는, 그들은 무엇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걸까. 304명의 희생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이 주판을 따지며 경제적 실익을 고민해보고, 정치적 이득을 계산해 판단할 그만한 일이었던가.
내일 곧 드러낼 진실의 일부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10여년 전 좌우명이 그토록 간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