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이솝 Sep 24. 2023

과일로 계절을 읽는 망원시장

9월. 가을의 맛. 무화과와 감.




과일 값이 저렴한 망원시장과 망원동 분위기에 반해 망원살이를 시작한 지 5년 차가 되었습니다.

물가와 계절 보는 감을 잃고 싶지 않아서 망원시장은 일부러라도 한 번씩 찾는 곳이 되었어요.

알록달록한 자연의 색에 보다 보면 기분 전환도 돼서 새로 나온 과일, 채소와 그 값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얼마 전 망원동 3번째 집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요즘은 간단한 요리를 만드는 재미에 빠졌어요.

덩달아 일주일에 한 번씩 한 주 동안 먹을 과일을 구입하는 루틴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10주 동안 과일가게에 매주 출석한 보람이 있는 걸까요.

지난 4.5년간 시장 구경한 시간이 무색하게 과일을 바라보는 눈이 훌쩍 달라지더라고요.







이젠 제법 과일에 쓰여진 계절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허니 마스카포네 치즈와 무화과

#무화과와 백로(白露)

9월 8일. 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백로(白露)였어요.

아니나 다를까 과일가게에 가을을 알리는 맛이 들어왔습니다.


무화과 한 상자에 12,000원.

엉덩이에 곰팡이 없는 상자가 없어서 망설이다 가을이 먹고 싶어 끝내 사 왔어요.

먹다 보니 14개 정도 들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벌레나 곰팡이 때문에 마음 한 편이 불편하기도 한 이 과일.

그래도 맛과 식감이 참 매력적이에요.

과일 살이 혀에서 솜사탕처럼 녹아내리면 아작아작 톡톡 터지는 씨가 고소하기도 해요.

이렇게 보니 별사탕 든 뽀빠이를 닮은 과일이네요.











제가 산 연시는 한 바구니 3,000원 (7개입)


#깊어지는 가을의 맛, 연시

9월 20일.

탱탱하게 무른 구석 없이 잘 익은 연시가 귀여워요.

그러는 새 무화과 한 상자가 6,000원으로 떨어지더니 벌써 찾아보기 어려워지네요.


그런데 단감은 다 곶감을 만들려나요.

단감 없이 덩그러니 연시 혼자 있는 모습을 보니 2주 만에 가을 깊어진 기분이에요.


바람이 차진 저녁에 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아닌 연시를 호록 호록 먹는데, 문득 이 계절이 아쉬워지는 것 있죠?

정말 가을이 더 짧아지려나 봐요.





2023년의 가을은 장대비와 열대야, 한여름 같은 낮을 반복하는 기상이변을 보이더라니.

이상한 날씨에 과일도 갈팡질팡하는 엉뚱한 가을이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팥앙금은 말했지. 제로 슈가가 뜬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