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가을의 맛. 무화과와 감.
과일 값이 저렴한 망원시장과 망원동 분위기에 반해 망원살이를 시작한 지 5년 차가 되었습니다.
물가와 계절 보는 감을 잃고 싶지 않아서 망원시장은 일부러라도 한 번씩 찾는 곳이 되었어요.
알록달록한 자연의 색에 보다 보면 기분 전환도 돼서 새로 나온 과일, 채소와 그 값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얼마 전 망원동 3번째 집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요즘은 간단한 요리를 만드는 재미에 빠졌어요.
덩달아 일주일에 한 번씩 한 주 동안 먹을 과일을 구입하는 루틴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10주 동안 과일가게에 매주 출석한 보람이 있는 걸까요.
지난 4.5년간 시장 구경한 시간이 무색하게 과일을 바라보는 눈이 훌쩍 달라지더라고요.
이젠 제법 과일에 쓰여진 계절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9월 8일. 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백로(白露)였어요.
아니나 다를까 과일가게에 가을을 알리는 맛이 들어왔습니다.
무화과 한 상자에 12,000원.
엉덩이에 곰팡이 없는 상자가 없어서 망설이다 가을이 먹고 싶어 끝내 사 왔어요.
먹다 보니 14개 정도 들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벌레나 곰팡이 때문에 마음 한 편이 불편하기도 한 이 과일.
그래도 맛과 식감이 참 매력적이에요.
과일 살이 혀에서 솜사탕처럼 녹아내리면 아작아작 톡톡 터지는 씨가 고소하기도 해요.
이렇게 보니 별사탕 든 뽀빠이를 닮은 과일이네요.
9월 20일.
탱탱하게 무른 구석 없이 잘 익은 연시가 귀여워요.
그러는 새 무화과 한 상자가 6,000원으로 떨어지더니 벌써 찾아보기 어려워지네요.
그런데 단감은 다 곶감을 만들려나요.
단감 없이 덩그러니 연시 혼자 있는 모습을 보니 2주 만에 가을 깊어진 기분이에요.
바람이 차진 저녁에 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아닌 연시를 호록 호록 먹는데, 문득 이 계절이 아쉬워지는 것 있죠?
정말 가을이 더 짧아지려나 봐요.
2023년의 가을은 장대비와 열대야, 한여름 같은 낮을 반복하는 기상이변을 보이더라니.
이상한 날씨에 과일도 갈팡질팡하는 엉뚱한 가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