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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Oct 03. 2024

나의 내면 아이가 말했다

한 아이/김나리 지음


친구가 첫 동화책을 냈다. 그러면서 동화책에 삽입된 작품들과 원래 그렸던 그림들을 모아 전시회를 하고 있어서 다녀왔다.


전시회에서 예술치유에 관련된 워크샵도 열었는데, 오늘 마침 공휴일이라 참석할 수 있었다.


워크샵의 주제는 '나의 내면 아이 깨우기'였다. 내면의 목소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감정 카드, 워크지가 사용되었고 콜라주 전단계 작업인 다양한 그림 만들기도 있었다.



맨 처음에는 마음에 끌리는 감정 카드를 고르고 각자 이 카드를 왜 선택했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요즘 느끼는 삶의 기쁨, 사랑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혼자라는 슬픔에 관한 카드를 뽑았다.


요즘 막 아무데로나 달리고는 있지만 방향을 알 수 없다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는 기분이었는데, 카드에 관해 내 이야기를 하는 순간 내 감정의 흐름이 좀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사랑하고 싶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지만 혼자라서 외롭고 슬프다. 그 자리를 즐거운 것들로 메우고 있어서 삶의 기쁨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슬픔과 공허함이 사라진건 아니다.



내가 가고 싶은 여행지에 관한 카드를 뽑았는데 또 커플에 관한 카드를 골랐다. 인생이라는 여행을 함께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부모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싶은 마음이다. 보랏빛 들판은 내가 가고 싶은 꿈의 공간이다.



카드를 고르고 워크지를 쓰다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속마음들이 나오고 있었다. 신기했다. 내 안에 내가 의식하지 못하던 목소리들이 있었다.



그 다음엔 그림 작업이었다. 우리는 투명 고무판 같은 곳에 원하는 색의 물감을 짜서 롤러로 밀고 종이에 찍었다. 김나리 작가의 동화책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 종이들을 오려붙여 만든 것이라고 했다.


색채의 향연에 빠져 정신없이 그림을 찍어낸 시간이었다. 정말 즐거웠고 색깔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아마 내 안의 무의식들이 내 그림들 속에 드러나있을지도 모른다.



한참을 그린 후 우리는 마지막 워크지를 받았다. 가능하다면 과거로 돌아갈지 아니면 미래로 갈지, 간다면 무엇을 할지를 쓰고 그리는 거였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딱 지금처럼만 즐겁게 살고 싶다. 결국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기쁨의 불꽃놀이를 그렸다. 여러 줄기로 팡팡 터지는 즐거운 불꽃놀이. 내 삶이 그런 순간에 머물기를 바라면서. 내 여행이 그런 것이길 바라면서.


모르겠다. 머리와 마음이 깨끗하게 비워졌고,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안의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본다. 나라는 존재의 심지를 꿋꿋하게 세워본다.


두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진행된 워크샵이었다. 몰입도도 높았고 의미도 있었고 짜임새가 치밀했다. 친구의 워크샵에 거의 다 참여한 것 같은데 매번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도 생각한다. 워크샵에서 내가 얻는 도움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끝.



* 워크샵 문의:

https://www.instagram.com/mind_designer_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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