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연민을 한다고 하면, 스스로의 세계에 갇혀서 자기만 불쌍하다고 믿고 주저앉아 징징거리는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나 자신을 돌보면서도 자기연민은 최대한 경계하려는 마음이 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슬픈 일을 겪다보니 누구한테 징징거리는 것만 자제하면 나 혼자 속으로 자기연민하는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아니면 누가 나를 불쌍해하고 우쮸쮸 해줄까. 나 아니면 누가 나를 신경써줄까.
남들은 각자 알아서 잘 살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나만 신경써도 된다. 그게 무슨 잘못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정신이 주저앉아버리면 같이 상대방 욕도 해주고 나 진짜 불쌍하다고 울어주기도 한다. 니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니가 이렇게 행동하는게 대단한 거라고, 너 진짜 대단하다고 칭찬도 해준다. 때로는 술 취한 딸바보 아버지가 자식들 앞에서 주정부리는 것처럼 나를 예뻐해주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나에게 해가 되는 마음은 '나같은 병신은 죽어야 돼'같은, 자해적인 마음이지 '나 정말 불쌍하다, 안됐다'하는 자기연민의 마음은 아닌 것 같다. 그동안 자기연민이 자해적인 마음 비슷하다고 착각해온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