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관해 책도 쓰고 브런치 글도 쓰다보니 가끔은 함정에 빠진다. 이제는 내가 괜찮다고 믿어버리는 것 말이다.
이런 책도 썼으니까, 이런 글도 썼으니까 나는 괜찮아야 되는게 아닐까. 내가 우울하고 고통스러우면 남보기 부끄러운게 아닐까. 책이나 글이 다 거짓말이 되는거 아닐까.
징징이를 경계하는 마음도 한몫했다. 너무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검열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런 마음에서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괜찮지 않은 것들을 덮어버리는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다. 내 마음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 괜찮지 않을 때도 있다. 내가 사라졌으면 싶은 순간들도 있다. 예전만큼 고통받는건 아니라도 괜찮다고는 할 수 없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럴 때 내 마음을 최우선으로 보듬기보단 '그냥 좀 괜찮아주면 안될까? 우리 그냥 괜찮은 걸로 하자'라고 묻고 넘어간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아닌 이상 (가나다 순으로 적었다...) 살면서 힘들지 않은 순간이 없을 수가 없다. 그 순간들을 다 잘 넘길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작은 것도 신경쓰고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는 유리멘탈이니 보통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고 더 아플수도 있다.
그럴 때 괜찮은건 내 몫이 아니다. 내가 해야될 일은 괜찮지 않은지 관찰하고, 괜찮지 않으면 나를 돌보기 위한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너무 쉽게 괜찮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잘못한 일에서조차 마음속으로는 내 편을 들어주기로 했다. 나는 왜 그런 잘못을 한 건지 내 안의 속마음을 들어주기로 했다. 남이 나한테 잘못한 경우에는 더 당연하다. '내가 기분 나빠도 되는 상황인가'를 묻지 않고 내가 느끼는 대로 기분 나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