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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Oct 12. 2024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게 이렇게 오래된 영화라는걸 몰랐다.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래전에 봤을 때와 지금 다시 볼 때 느낌이 많이 달라서 신기했다. 어릴 땐 그냥 영화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 내 삶과 영화는 다른 세계인 것처럼 느껴졌다. 평행우주처럼. 그런데 다시보니 이제는 내 삶에 비추어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다.


갈데가 없어서 새로운 곳에 취직했고, 아직도 방황하고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고있고, 불안정한만큼 성장하고 있는 내 모습이 앤드리아의 모습에 비춰보인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앤드리아가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웃는 장면. 나는 악마를 떠나왔지만, 다들 그걸 선택하니까 내 선택이 잘못된게 아닐까 의심할 때도 많다. 나는 단지 노력하지 못하고 약했던 징징이가 아니었을까 하고.


하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고, 그 순간 나는 악마로부터의 자유를 정말 원했다는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밀려난게 아니다. 그건 내 선택이었다.


깨어있는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열정도,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먼지에 덮이고 만다. 늘상 내가 이런 사람이고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고 하는 것들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먼지를 닦아내는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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