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로또를 삽니다. 자주.
임신 7개월쯤 회사를 그만두고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됐다.
아이를 키우며 지낸 지도 18개월.
엄마로 지낸 2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자주 똥 꿈을 꾼다.
누구나 그렇듯 나는 "똥 꿈"을 검색하고
재물운임을 확인하면 로또를 샀다.
거대한 똥, 가득 찬 똥,
보고, 먹고.. 겹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예상하듯
로또는 당첨되지 않았다..
단 돈 오천 원 조차..
어쩜 이럴까?
분명 어마어마한 돈 들어오는 꿈이었는데,
술술 잘 풀리는 꿈이었는데..
똥 꿈을 꾸고 깬 날 생각했다.
난 회사도 안 다니고 돈 생길 구멍이 1도 없는데
왜 자꾸 이런 꿈만 꾸는 거야?
역시 로또일까?
웃픈 건 아이를 안고 로또를 사면
혹시라도 욕먹을까 봐
온라인으로도 사고, 남편이랑 나왔을 때 아이는 남편이랑 저 멀리 두고 사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했다 ㅋㅋㅋ
최근 한 달간 연달아 똥 꿈을 세 번 정도 꾸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똥 꿈을 꾸는 이유.
하루에 최소 한 번, 많으면 세 번은 마주하는 내 아들의 똥 기저귀..
베란다에 나가면 희미하게 코 끝에 전해지는 기저귀 냄새.
기저귀를 너무 좋아해서 잘 땐 꼭 기저귀를 손에 끼우고 주무시는 아들,
그리고 바닥에 나뒹구는 기저귀들..
임신하기 전 나는
"아기 낳으면 똥 닦아주는 게 가장 곤욕일 거 같아, 난 내 똥도 안 보는데.."
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막연하게 똥 기저귀를 두려워했지만
막상 내 새끼를 마주하니 손에 똥이 묻어도 그다지 더럽지 않았다.
내 아이가 씹다 뱉은 과일도 곧잘 먹는 요즘의 나니까.
근데 그 똥 기저귀가 나에게는 꽤나 자극을 주고 있었나 보다.
재물이 들어올 길몽이 아니라
매일 보는 그 똥이 꿈에서도 날 따라다녔던 걸 보면.
아이의 똥을 닦다 이 사실을 깨닫고
그동안 샀던 많은 로또들이 떠올랐다.
바보같이..
하지만 또 똥 꿈을 꾸면
어김없이 로또를 사겠지..
괜히 사고 나면 기분이 좋으니까.
앞으로 난 몇 년은 더
아들의 똥을 닦아줘야 할 테고
언젠가는 진짜 재물이 들어오는 똥 꿈을 한 번은 꾸지 않을까?
오늘은 지난주 1등이 나온 판매점에서 로또를 샀다.
왠지 느낌이 좋다.
ƪ( ˘ ˘ )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