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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잉 Aug 08. 2021

새로운 세계에 발들인 지2년도 안 된 사람들

괜찮아요, 다들 똑같아요 ;)

-

두 달 전쯤 

공동 육아 모임에 가입하게 되어 

단톡방에서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게 됐다.


엄마 다섯 명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대략 아이의 낮잠 시간 즈음인 점심시간과 

아이가 잠든 늦은 밤, 10시 이후에나 가능했다.


핸드폰의 존재를 너무나도 잘 알아버린 아이들은

핸드폰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떼를 썼다.

그래서 엄마들은 핸드폰과 어쩔 수 없는 거리두기 중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핸드폰은 항상 무음 상태였다. (웃프다..)


늦은 밤, 각자의 고민거리를 나누다 보면 

결론은 항상

"저희 애만 까다로운 줄 알았는데 다들 똑같네요.."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비슷하게 듣는 말.


"저희 애만 그런 줄 알았어요"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 

"다들 똑같네요"




-

문화센터에 다니면서 사귀게 된 12개월 아기의 엄마.

이제 막 아이에게 유아식을 주기 시작했다며 


"재희도 밥 먹을 때 식판 엎고, 음식 던지고 그래?

재희 개월 수 정도 되면 덜 던지나?"


난 이 말을 듣고

언니가 아이가 내던진 밥풀을 치우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16개월인 내 아이도 

밥을 던지고 자작한 국물에 손을 씻는다.

흡착 식판이 아니면 밥을 줄 수 없고

기름진 손을 머리카락에 박박 비벼서 밥을 먹고 나면 머리까지 감겨줘야 한다.

여전히..


하루에 세 번 밥을 차리고 치우며 

매일 인내심의 한계를 갱신한다.

생각보다 내 인내심이 엄청나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그래서 난 언니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5개월 정도 빠른 내 아이를 보며 

언젠간 나아질 거라고 위안받고 싶어 하는 그 눈빛에 

금방 괜찮아진다고 답해주지 못했다.


"얘도 똑같아, 던지고 엎고.. 

조금씩 나아지긴 해도 한동안은 계속 그럴 거야...

언니 파이팅!"



-

"얘는 옆에 제가 없으면 귀신 같이 알고 깨요, 

잠귀가 너무 밝아서 아무것도 못해요. 재희는 잘 자요?"


"전 요즘 허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 다녀요, 저만 그래요?"

"저도 요 앞 병원에 도수치료 다니기 시작했어요"

"저도 그 병원 다니는데! 전 저만 이렇게 골골 거리는 줄 알았는데..."



부모들,

특히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엄마들은 

육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매 순간 해답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나만, 혹은 나의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받고

또 누군가를 위로한다.



나는 임신과 동시에 

이전으로는 되돌 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세계에 발 들였다고 느꼈다.

뭐 하나 쉽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세계.

매일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오는 그런 세계.


내가 만난 엄마들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서로에게 건네는 물음에서

아이와 마주 앉아 고군분투했음을 느낀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엇하나 정답이 없다고들 하지만

왜 이리도 고군분투해야만 할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덜 고독했을 시간들.




생각해보면 우리가 20대든, 30대든, 40대든

그저 아이의 시간에 맞춰

육아의 세계에 발 들인 지 만 2년도 안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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