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달려 온 나의 집
갑작스러운 거리두기 4단계 발표와 30분 이상 산책도 하기 어려운 무더위로
강원도인 내 집, 친정으로 피신 왔다.
처음엔 4박 5일 정도 있을 생각이었지만,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은 코로나와 무더위에 2주가 다 되록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남편과는 생 이별 중이다.
혼자서 밥 챙겨 먹고 빨래하고 출근할 남편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지만
친정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참 편하다...
왜 이렇게 편할까?
이젠 내 짐 하나 남아있지 않은 이 집이,
이제는 내 집이 아닌 부모님 댁이 되어버린 이곳이
좋다.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섭섭하겠지만 말이다.
난 친정에 와서 두 번 정도? 설거지를 했다.
집에 있을 땐 하루에 세 번 설거지를 하는데
이곳에선 2주 동안 두 번 했다.
엄마는 설거지를 하지 못하게 했다.
"그냥 나눠 엄마가 할게"
손주를 끔찍하게 예뻐하면서도 매 순간 1번은 '나'인 엄마다.
엄마의 마음을 느낄 때마다
불쑥불쑥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에 차오른다.
밥을 먹으며 사방으로 던져대는 손주를 따끔하게 야단치지도 못하시는 나의 아빠는
상보를 사 오셨다.
아이가 던진 밥풀들을 닦는 내가 여간 안쓰러우셨나 보다.
매일 저녁, 퇴근하시는 아빠에게서 전화가 온다.
"뭐 필요한 거 있어? 먹고 싶은 건?"
장어, 우족탕, 삼계탕.. 오늘 점심은 향어 백숙이다. ㅋㅋㅋ
엄마 아빠는 서울로 돌아가는 딸에게 좋은 걸 먹여야 한다며
매일 보양식을 차리신다.
오늘은 늦잠 못 자는 딸내미 좀 더 재워보시겠다며
아침부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 다녀오신 아빠.
손주를 그렇게도 예뻐하시면서
항상 나를 먼저 챙기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며
감사하고 또 힘이 난다.
괜히 더 어리광 피우고 싶기도 하고.
빨래, 청소,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친정이 좋은 1차 이유요,
진정한 이유는
이런 보살핌이 아닐까 싶다.
내가 조금 소홀해도 내 자식을 보살펴주시고
나까지 보살펴 주시니
부모님께서 출근하신 시간에 아이를 돌보는 건 서울이나 여기나 똑같은데
무겁게 날 짓누르던 책임감이 잠시나마 잊혀진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아이에게 너무 잘하려고 하면 너만 힘들어. 조금 못해줘도 돼. 내려놔도 돼."
엄마 말이 맞다.
난 아이를 위해 뭐든 노력해왔다.
엄마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견뎠다.
매 순간 날 짓누르던 "부모"라는 책임감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친정에서 나는
"부모"임과 동시에 "자식"이다.
어리광 피우고, "엄마~~" 한 마디로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는 자식.
그래서 친정에서의 생활이 좋은가보다.
내 집에 빨리 가고 싶고,
남편이 보고 싶으면서도,
떠나는 날을 앞두고 하루하루가 아쉬운 걸 보면...
친정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