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에서 셋으로
남편은 코로나의 여파로 3년 만에 팀 회식을 갖고 돌아와 말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팀 내 내 위치가 많이 바뀌었더라
그걸 완전 체감했어"
맨 끝자리에서 고기 구우며 소소하게 밥만 먹던 내가
오늘은 메인 자리 선배들 틈에 앉아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한껏 들떠 열심히 상황을 설명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거 같아 나까지 뿌듯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뱉은 말.
그간의 노력을 확인해 성취감에 불타올라 뱉은 말.
난 남편과 긴 대화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
이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3년
임신 6개월쯤인 19년 10월 31일에 퇴사했으니
딱 3년이 지난 22년 11월.
난 3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그 3년은 날 어떻게 성장시켰나?
우린 둘에서 셋이 됐다.
없던 존재를 만들었다.
애지중지 돌봐서 말도 잘하고, 이젠 숫자도 제법 아는 아이가 됐다.
어린이집에 울지 않고 들어갈 만큼 자랐고,
3년이란 시간 동안 한가한 날 하루 없이 노력했다.
그런데 그 노력은 날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찾는 답의 범주가 성장이라 더더욱
10kg 쌀 정도는 가뿐하게 들고,
15kg 아이도 감당해내는 내 팔근육이 성장?
타인에게 큰 소리 한번 쳐본 적 없는 인생에서
복식호흡으로 호통도 잘 치게 된 단호함이 성장?
찾지도 않던 부처님에, 불경까지 읊으며 참아내는
지하 10층 버금가는 인내심의 성장?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잠이었던 내가
늦잠을 잔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아침형 인간으로의 성장?
나도 남편처럼
내 노력의 결과물을? 노력의 지표?를 확인하고 싶었다.
내 아이, 그 자체가 결과물인가.?
그럼 이 사회는 아이를 내 결과물로 바라봐주는가?
맞다.
결국, 난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찾지 못했다.
11월 한 달 내내..
3년간 마음속에 맴돌았던 질문들의 답은 대부분 이렇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긍정적인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나도 너 3년 동안 잘했다고,
이만큼- 성장했다고,
충만한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