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타로 Oct 27. 2020

쇼핑몰, 언제쯤 오픈할 수 있을까...

건기식 쇼핑몰 오픈을 준비하면서

엄마가 같이 사업하자고 한 게 5월쯤이니까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추석 선물세트 오픈을 준비하다 늦춘 게 한 달 전이니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줄 알았는데 할 일이 정말 끊이질 않는다...


초반에 구체화가 덜 됐을 때는 그나마 쉬웠던 것 같다. 약간 막연하게 쇼핑몰 이름, 컨셉, 타겟 이런 걸 정하던 때. 막막하긴 했지만 시장분석도 하면서 예전 마케팅 공부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즐거웠다. 다양한 자료로부터 필요한 부분을 추려내고, 간만에 STP 분석이라는 것도 하고..


그러나 역시 책상머리에서 생각하려니 막막했다. 절차적인 일들을 슬슬 준비하기 시작했다. 반차를 내고 사업자등록을 하고, 기업 계좌를 만들고, 건기식 영업신고를 위해 강의를 들었다. 행정 절차를 밟다 보니 참 내가 참을성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순서가 꼬여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 허탕 치고 오고 정말 화병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도 정해진 절차를 따르기만 하면 되니까 쉬운 파트였다.. 다시 순서를 복기해보자면 사업자등록 -> 기업 계좌 등록 -> 통신판매업 신고 -> 건강기능식품 영업신고 이 순서다. 나는 대충 알아보고 사업자등록 전에 기업 계좌 만들려 하고 통신판매 신고전에 건기식 영업신고하러 가고 허탕을 두 번 쳤다...(게으르면 몸이 고생한다...)


그래도 이건 그나마 바로바로 처리가 되는 부분. 막막하고 성과가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는 부분은 여기서 시작된다. 제품 소싱, 상세페이지 제작, 홈페이지 제작 등등. 나는 그나마 소싱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상세페이지랑 홈페이지 부분만 맡아서 하는데도 몇 달째 허덕이는 중이다. 디자이너도 퍼블리셔도 아닌 일개 신입 마케터일 뿐인데, 페이지를 만들고 디자인을 하려니.... 내가 만든 상세페이지는 봐도 봐도 구리고, 버튼 하나 살짝 바꾸고 싶은데 코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디서 바꾸는지 모르겠고, 주야장천 상세페이지를 고치다 보면 우리의 타겟은

과연 누구일까... 이 제품의 원료 효능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이런 미궁에 빠져들게 된다.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의 상세페이지를 참고하는 건 큰 도움이 된다. 온라인의 장점 중 하나는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검색 한 번이면 다 나온다. 참고서가 수두룩하다. 보다 보면 건기식 상세페이지의 내용은 어느 정도 비슷하고, 이 내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와 내가 파는 제품의 강점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정도가 차별화 포인트인 것 같다.


결국은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의 선택은 돈을 주고 디자인 외주를 맡기든지, 아니면 디자인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깔끔하게만 하자...) 내용에 집중하든지다. 나는 외주를 주긴 자금이 좀 딸려서 내 선에서 해결 보려는 중. 여기서 아예 후자로 노선을 딱 정하지 못하고, 밑천이 보이는 디자인실력으로 애매하게 디자인 욕심을 계속 내면.... 답이 없다....이리 고치고 저리 고쳐봐야 드라마틱하게 퀄리티가 좋아지지 않는다. 시간만 무진장 잡아먹을 뿐. 포기할 건 포기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홈페이지는 혼자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카페24에서 스킨을 사긴 했는데, 고치고 싶은 게 많았다. 디자인을 엄청 예쁘게 하는 게 아니라, 유저 프렌들리한 UI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8할은 사용자 편의성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숨고에서 전문가를 찾았다. 플랫폼 경제의 진면목을 본 느낌이었다. 온갖 분야의 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돈만 있으면 디자인부터 개발 마케팅까지 다 해결할 수 있었다. 내 요구사항을 간단하게 올리면 많은 고수들이 견적서를 메세지로 보낸다. 그럼 한 명 한 명 대화를 하면서 적합한 사람을 골라 일을 맡기면 된다. 마치 소개팅 앱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도 있었다. 여러 명과 동시에 얘기하며 각각의 장단점을 따지자니... 결국 적당한 견적을 제시해준 일처리가 깔끔하신 고수분을 통해 홈페이지의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


여담이지만 첨부터 다시 한다면 카페24에서 스킨을 사는 대신 아예 웹사이트를 새로 구축했을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카페24 종속적인 웹사이트가 되어서, 그 틀에 너무 갇히게 되는 것 같아 약간 불편하다. 물론 직접 구축하는 데는 또 그만의 어려움들이 있겠지... 유지보수는 누가 할 것이며...


현재 카페24 쇼핑몰 외에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입점을 해놓은 상태.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도 계정만 만들어놓은 상태. 이 많은 채널들을 어떻게 한꺼번에 운영할 건지 감도 오지 않는다. 상세페이지 10개 만드느라 진이 다 빠졌는데 (그마저 아직 다한 것도 아닌데) 이제 광고도 만들어야 한다. 광고비를 때려 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검색어/SEO 전략도 잘 세워야 한다. 블로그 등 콘텐츠 마케팅도 이제 시작이다. 이거는 회사 그만두고 풀타임으로 해도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다...


쇼핑몰을 애초에 왜 하려고 했냐? 엄마랑 나랑 이유가 좀 다르다. 엄마는 원래 하던 사업이 코로나로 주춤하면서 사업 상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 했다. 그리고 워낙 자신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반면 나는 영양제를 먹긴 하지만 건기식 전문가는 아니다. 나는 마케팅 커리어에 쇼핑몰 창업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 외에 다른 곳에서 재미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쇼핑몰은 여전히 오픈하지 못했다..) 슬슬 조급해지고 있다. 성과를 못낼까봐서가 아니라, 너무 준비기간이 늘어지는 것 아닌가 싶어서. 온라인에서는 test fast, fail fast 해야 하는데.. 어쨌든 이렇게 준비해보는 경험이 마케팅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직에 도움이 된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마케팅에 꼭 필요한 경영적 관점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보는 것만큼 시장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있을까. 그리고 마케터라는 게 기본적으로 내 전문분야가 아닌 분야에 대해 배우고, 그걸 다시 설명하는 역할인 것 같다. (물론 자기 전문 분야를 마케팅하는 사람도 있겠지... 만 일반적으로.) 그런 면에서 건기식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겪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


그러면 재미있는 경험이냐고 했을 때는 굉장히 복잡한 생각이 든다. 재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 뭐 아직 오픈도 전이니까, 더 해봐야 알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터, 뭐가 그렇게 중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