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미썬 Jan 18. 2022

교정지가 뭐길래!

[오늘도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_어쩌다 덕업일치] 13 교정지 A to Z

저자에게 발송할 깨끗한 교정지에 파란색 펜으로 교정을 봤다(빨간색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문학책이 아니라서 그나마 덜했지만 내 글을 동의 없이 수정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래서 어떤 부분을 수정하겠다고 미리 보여드리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일정에 너무 쫓길 때는 저자가 보내준 교정지에 나도 교정을 본 후 모든 내용을 수정해서 보내기도 했다.



n교 교정지입니다


교정지를 보낼 때는 안내문을 첨부한다. 


“1교 교정지입니다. ㅇㅇㅇ이라는 용어가 다른 장에서는 ㅁㅁ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11쪽 2번 자료는 기재된 출처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출처 확인 부탁드립니다.”


안내문에는 교정 횟수와 함께 이번 교정에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을 기록한다. 주로 저자별 원고의 특이사항이나 책 전체에 반영할 내용이다. 교정보면서 체크한 문의 사항도 정리한다. 해당 부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그 페이지에 플래그를 붙이고 연필로 내용을 기록한다. 정중한 언어를 사용한다. 

저자가 많을 때는 용어 하나를 여러 단어로 사용할 때가 많다. 이럴 땐 대표 저자의 의견을 묻거나, 대표 저자에게 협의해 달라고 요청한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교정 마감일도 잘 보이도록 표시한다. 명함을 눈에 띄게 끼워두고 회신 주소를 다시 한번 알린다. 혹시 우편이 불편하면 교정지를 스캔하거나 PDF에 표시해서 전달해도 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교정지를 발송하였습니다


책을 만들다 보면 정해둔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가 많다. 변수가 생기는 부분은 다양하지만, 저자와 교정지를 주고받는 기간은 늘 신경 써야 한다. 저자와는 교정지를 평균 3회 정도 주고받는다(나는 8교까지 진행해봤다). 그때마다 저자에게 연락하고 일정을 체크한다. 


“오늘 n교 교정지를 발송하였습니다!”

“보내드린 교정지는 잘 받으셨나요?”

“교정 마감일입니다.” 

“마감일이 지났습니다. 바쁘시겠지만 발송 가능한 일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감일이 며칠 지나도 교정지가 내게 오지 않는다면 상황을 파악하고 조심스럽게 독촉해야 한다. 저자와 연락이 안 될 때나 집필진이 너무 많아서 모든 저자와 연락하기 힘들 때는 편집위원들과 연락한다. 편집위원은 저자와 출판사의 중간 역할을 많이 해준다.



꼭 종이 교정지로만 주고받아야 하나요


원고를 PDF로 주고받으면 교정지를 못 보냈다고 애타는 일은 없지 않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렇다. 실제로 PDF로도 주고받는다. 다만, 회사 방침이나 저자 개인의 선호 방식을 따른다. 첫 회사에서는 95%를 종이 교정지로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직한 회사에서는 98%가 PDF 교정이었다. 이렇게 극과 극인 방침에 나도 적응이 필요했다.

나는 PDF보다 종이 교정지로 검토할 때 더 정확히 파악한다고 느낀다. PDF에서 안 보였던 것들이 종이 출력물에서는 잘 보여 오류가 눈에 띌 때가 많다. 

그래도 해부학처럼 일러스트가 많은 책은 그림 오류가 없는지 pdf로도 꼭 확인해야 한다. 교정사항을 수정할 때도 PDF가 더 좋다. PDF에 체크해준 수정사항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종이 교정지에 표시된 수정사항은 일일이 타이핑을 하니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탈자도 생긴다.



전자책을 만든 후로 교정지를 보지 못했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교정지가 그리워졌다. 교정지 때문에 그렇게 애가 탔으면서 또 보고 싶은 건 뭐람?

작가의 이전글 교정지와 택배 기사님의 상관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