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미썬 Feb 24. 2022

편집자의 하루

[오늘도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_어쩌다 덕업일치] 18


# 08:30

커피 사러 갑니다, 같이 가실 분! 아침 커피 멤버들과 함께 사무실을 나선다. 카페에 가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의 짧은 수다는 아침을 여는 동력이다.


# 09:00

오늘은 또 어떤 메일이 왔을까?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며 메일을 확인한다. 한 통 한 통 차분히 읽고 내용을 정리한다. 일정을 체크하고 답장까지 보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있다. 


# 09:30

교정지를 한 아름 펼친다. 가장 집중이 잘되는 지금, 반드시 교정을 봐야 한다. 점심시간까지 지속할 수만 있다면 오늘 업무는 성공적이다. 제발 아무도 나를 찾지 마세요.


# 10:00

"회의 시작합니다."

제작 중인 도서의 진행을 체크한다. 편집회의 일정도 확인한다. 영업팀이 진행 중인 제작 예정 도서 정보를 나눈다. 일정이 급한 편집자를 파악하고 도울 계획을 세운다. 


# 11:00

한 시간이 지났네. 이 정도면 선방했다. 펼쳐둔 교정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 12:00

“오늘 뭐 먹을까요? 먹고 싶은 거 있으신 분~~~!”

메뉴를 정하고 기다리며 휴대폰을 확인한다. 다들 저자에게 메시지 하나쯤은 받는 시간.


#13:00

오전에 하던 일을 이어서 한다. 마음과 달리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다.


# 14:00

“교수님, 안녕하세요! 세모 출판사 루미썬입니다! 통화 가능하신가요?”

쏟아지는 잠을 쫓기에 전화 통화만 한 건 없다. 저자에게 연락한다. 지금 연락하는 진짜 이유는 점심시간 이후에 통화 성공률이 높기 때문! 하루에 몇 번 저자에게 연락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몰아서 한다. 


# 15:00

택배 수거 시간이 다가온다. 저자에게 보낼 교정지를 챙긴다. 프린트한 교정지에 문의 편지를 작성한다. 교정지 분실에 대비해 스캔도 하고 문의용 PDF도 만든다. 포장이 끝나면 교정지 검토를 의뢰하는 문자와 이메일을 보낸다. 송장 번호도 기입하는 건 필수! 


# 15:30

외주 작업자 A에게 새로운 책 작업이 가능한지 문의한다. B에게는 수정사항을 정리하여 전달하고 수정을 의뢰한다. 1교 교정이 끝난 책은 표지 작업이 필요하니 C 업체에 의뢰서를 보낸다. 


# 16:00

디자이너와 표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시안을 논의한다. 며칠 전에 넘긴 광고 카피로 디자인한 광고 시안도확인한다. 디자이너 경험을 살려 다른 편집자들보다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 16:30

광고 시안을 확인한 책의 가제본이 도착했다. 4가지 잉크의 핀이 잘 맞는지, 인쇄는 잘 되었는지, 그림이 깨진 곳은 없는지, 이대로 진행할지 꼼꼼히 살핀다. “잠시만요, 수정할 게 있어요!”를 외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신경이 곤두서는 단계라 피로가 몰려온다. 검토 의견을 제작팀에 전하고 안도한다.

“이상 없어요. 진행 부탁드립니다.” 


# 17:00

이상하다. 오늘 뭐 했다고 벌써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거지? 비교적 조용한 시간이라 소통이 필요하지 않는 일을 한다. 야근까지 이어서 몰입할 수 있는 일로! 저녁을 먹으면 퇴근이 늦어져 거의 먹지 않는다.

인쇄를 넘겨야 할 책이 있을 때는 다음 날로 넘어가지 않도록 마무리하고 퇴근한다. 

“안녕하세요, 세모 출판사인데요. 네모 책 검판용 PDF 부탁드립니다. 퇴근 안 하고 기다릴 거니까 데이터 올리시면 연락 부탁드릴게요.”

최종 PDF까지 확인하면 다시 인쇄소에 전화를 걸어 OK 진행을 알린다.  


편집회의가 있을 때는 참가 인원을 파악해 회의 자료를 만든다. 1차 회의라면 경쟁사 도서와 비교한다. 이 자료를 만드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 회의실에 혼자 들어가 인원수만큼 클리어 파일을 펼친다. 오리고 붙여서 만든 자료를 차곡차곡 정리한다.  


2차 회의부터는 가제본을 만들어서 교정을 볼 때가 많다. 이럴 땐 일정 관리에 더 민감하다. 저자 모두의  교정지를 취합하는 시간, 취합한 교정지를 수정하는 시간, 가제본을 제작하는 시간, 택배 운송 시간을 전부 고려해야 한다. 인쇄소와 연락하고 회의 장소에 미리 짐 보관을 의뢰하는 등 자잘한 내용을 확인한다. 


# 21:00

어? 그런데 내가 오늘 교정을 봤던가? 한 챕터도 못 보는 날이 있다. 그렇다고 회사에 더 있으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늦다. 교정지 한 뭉치를 가방에 쑤셔 넣는다. 집에 가서 열어 볼 시간도 없으면서 불안해서 꼭 챙긴다.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오늘도 역시 바깥은 어둡다. 퇴근할 때 밝은 풍경을 본 게 언제였더라? 정시 퇴근보다 차도 안 막히고 좋지 뭐! 위로는 필수다. 오늘도 고생한 나, 칭찬해. 



편집자가 하는 일 중 일부를 예로 들어 가상으로 꾸민 하루. 

내근으로 한정했다. 팀 업무로 한정했다. 

기록한 일을 매일 다 하는 건 아니다. 물론 다 하는 날도 많다. 

정해진 시간에 계획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선호하는 시간이 있고 매일 할 일은 정한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오전을 보낼 때가 많다. 그리하여 교정 볼 시간이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생겼다. 교정이 기본이잖아?! 

이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한다.

시간 빌런이 참 많다.


이전 08화 그냥 제가 할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