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책을 만듭니다] 25
주로 의학 서적 편집디자인과 편집을 했습니다. 약 7년의 경력으로 인디자인을 하면서 전자책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전자책 제작 강의를 수강했고요. 수강 후 우연히 패드용 초등학습물을 편집했는데요. 직접 HTML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IT 팀에서 스크립트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니 HTML과 CSS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강의에서도 HTML의 기초를 배운 기억이 있는데요. 실제로 전자책 제작 환경에서 HTML&CSS는 어느 정도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이를 배운 사람만 취업이 가능한 건지, 단지 우대 사항 정도인지요. 전자책 제작을 체험해 보고 싶은데 종이책만 경험한 30대이기에 바로 전자책 환경을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여 여쭙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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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략)
메일을 보낸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 업무를 계속하려면 컴퓨터학원을 다녀야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실제로 학원까지 알아본 상태였지만, 이전에 출판 학교에 들어갔을 때처럼 원하는 게 아닌 다른 내용을 중점적으로 배우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컸다. 더는 엉뚱하게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메일을 받은 강사에게 연락이 왔다. 본인의 회사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전자책 경력이 없으므로 내 출판 경력은 전부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중고 신입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으면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배우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주말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우러 다녔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새로운 일을 배운다고 생각하니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거리가 문제였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편도로 2시간이 걸렸고 회사가 있는 지역은 내가 기피하던 곳이었다. 그래도 간절함이 통한 걸까.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다. 현재 근무지에서 계약이 종료되자마자 바로 회사를 옮길 수 있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지금까지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면접을 보았고 나는 결국 전자 출판의 길로 발을 들였다.
내가 전자책을 만들 줄 알기나 했을까? 사실 입사 후 한 달은 여러모로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다. 옛날에나 버티는 게 능사였지, 그만 둘 거면 빨리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은가! 하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업무가 아니었다. 분위기, 출퇴근 시간 등 환경 문제였으므로 퇴사가 타당하다고 합리화할 수 없었다. 그동안 퇴사한 이유는 주로 회사에서 더는 배울 게 없을 때였다. 지금은 일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으므로 물러서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감사하게 바라던 기회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버텨낸 한 달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도 같은 회사에서 전자 콘텐츠를 기획하며 업무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