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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맘 Jun 30. 2021

어떤 하루

- 왜 이리 바삐움직인 지묻고 싶은 하루  -

허브로 만든 식물도감 - 주변에 흔하다.

일요일 아침, 이불에서 나오기 싫다.

근데 눈은 어김없이 6시이면 자동으로 뜬다. 

방바닥의 온기를 온몸으로 끌어 몰아 최대한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알람이 계속 울려, 하는 수없이 일어난다.

오늘은 안국역에 있는 “사찰문화 음식체험관”에서 사찰음식을 배우러 간다. 사찰음식체험관에 들어서면 따뜻한 차가 테이블에 놓여 있어, 바깥공기를 몰아낼 수 있다. ‘수삼 오색찰 쌀전병“을 스님이 보여주시면 조별로 만들어 본다. 오미자 우린 물, 녹차가루, 백년초 가루, 치자가루, 찐 단호박 다섯 가지 재료를 찹쌀가루와 섞어 익반죽을 한다. 자연에서 얻은 색깔은 눈에 부담스럽지 않다. 익반죽은 너무 되직해도 안 되고, 너무 퍽퍽해도 안 된다. 까다롭고 성질 사나운 애인과 만나는 기분이다. 음식 맛과 모양도 어떤 마음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뒷정리를 다한 후 인사동을 거쳐 광화문 벼룩시장을 둘러본다. 각 지역에서 올라온 농산물과 스타트 기업에서 선보이는 핸드메이드 제품 그리고 각 가정에서 쓰다 남은 재활용품 등이 줄지어 선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싸기만 하면 아쉬워서라도 사기만 했는데, 이젠 욕심이라는 것을 안 후 최대한 참는다. 그래도 비파차랑 율무뻥튀기를 샀다. 오로지 내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사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버스 안에서 눈이 자꾸 감긴다. 순간 왜 이리 바삐 움직이는지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 또한 부질없는 짓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산에 간 남편을 생각해서 간단한 간식을 만들어 놓고 4시경 또 다른 행선지로 향한다. 식물도감을 만들어 보는 가든 프로그램이 최근 개장한 문화 비축기지에서 열린다.



바람이 매섭다. 옷을 자꾸 여미지만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민다. 그냥 갈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길을 걷게 한다. 오늘은 ‘I SEOUL U"라는 축제가 열린다. 다양한 수공예품과 패션쇼, 음악이 어우러지는 행사이다. 넓게 드리운 천막들 사이를 지나 “안전제일”이라고 붙어 있는 건물로 들어선다. 옥상으로 가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허브에서부터 이를 모를 정원용 식물도 보인다. 진행자의 설명을 통해 허브 하나하나 이름과 용도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우리가 붙인 이름이지만 허브의 정확한 학명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강사가 허브를 소개할 때마다 “애네들은”이라고 한다. 친구처럼 대한다.



설명을 들은 후 각 조원들끼리 테이블에 놓인 도구를 놓고 허브 하나씩 잘라 붙이고 도감을 만든다. 허브식물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이다. 생각보다 작은 공간임에도 허브 종류가 다양하다.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됨에도 한국 사람들은 듬뿍 주어 빨리 생을 마감하게 한다고 한다. 어떤 허브는 이제 죽어가는 마당에 향기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만큼 강한 유언의 향기를 남긴다. 그중 ‘딜’이라는 허브는 꽃부터 뿌리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다. 뿌리만 살아 있으면 허브 종류는 지속적으로 사는 다년생 식물이다. 우리가 흔히 보이는 허브도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키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다르다.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보는 것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느꼈다.


이젠 눈을 뜨기 힘들다. 마무리는 숭례문 학당의 글쓰기를 해야 한다. 오늘 하루 다양한 일정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사물을 대했는지 반성해 본다. 이름 모를 허브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기로 다짐한다.

 그 아이들은 지금 우리와 만나기 위해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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