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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ena May 04. 2019

육 년째, 나는 여전히 회사가 불편하다


#04 삶을 조금 더 사랑하기



  작년이었다. 회사원 오 년차에 막 접어들었다. 누군가는 편하고 행복하기만 한 곳에서 나는 여전히 불편하고 괴롭기만 해서, 어쩌면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 자조하던 때였다. 회사 프로그램으로, 처음 만난 상무님과 쿠킹클래스를 듣고,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 날 그가 말했다. 회사에서는 이미지가 전부라고. 본인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퍼포먼스를 내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그보다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어떻게 일한다고 소문이 나는지, 어떤 퍼포먼스를 낼 것처럼 기대되는지가 커리어를 결정한다고. 그것을 신경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회사원으로서 나름 성공한 그가 말했다.


  고작 육 년차 주니어지만, 여태까지, 회사에 대한 뻔한 진실을 그만큼 담백하게 전해준 사람은 없었다. 그의 말이 교과서에 적힌 명제 같았다. 한동안 그 말에 빠져 더욱 깊이 회사에 권태감을 느꼈다. 출근하는 날마다 어김없이 그 말을 체감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거라고, 오롯이 정직하게 일하고 묵묵히 성과를 내면,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곧 모두가 그 사람을 인정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말이다. 회사에서 나를 지키고 매 순간을 버텨내던 믿음이 매일 깨졌다.


  그 뒤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보았다. 누군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을 매번 떠넘겼고, 나는 그 또한 대충 없이 일했다. 일하기 싫다는 이유로 내 생각을 쉽게 묻고는 자신의 것처럼 떠벌리는 이들 또한 부지기수였다. 회사일이기에, 그럴 걸 알면서도 매번 속았다. 먼저 일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황당하기 그지없는 부탁, 아니 지시를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그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이니까.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을 지닌, 회사원으로서 성공할 자격을 갖춘, 직업으로 회사원을 선택하기에 아주 적절한 사람들인 것이다. 다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주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부단히 마음을 덜어내고, 곁에서 멀어진다. 그래야만 내 모습이 그나마 남아있을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회사가 불편하다. 누군가는 너도 그들처럼 살면 그만이지 않냐고 했다. 굳이 그들을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사는 방법을 모르겠다. 내가 아닌 모습을 나인 것처럼 만드는 데는 젬병이다. 결국, 회사에서 행복하고 편하게 지내는 것보다, 아프더라도 나에게 정직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탓이다. 그러니 육 년째,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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