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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쟁이 초보를 위한 기구설계 꿀팁

16. 타 부서와 협업

 

기구설계는 타 부서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직업입니다.


기구설계는 보통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주로 어떻게 설계할지,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혼자서 단순히 설계를 하고 도면만 작성한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보통은 사내의 여러 부서와 협업이 꼭 필요한 직업입니다. 나아가서는 외부 협력업체와도 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설계단계에서 타 부서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품에 반영하고 그 결과로 나온 설계안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 같죠? 하지만 회사는 결국에는 사람들 간에 협업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잘되는지와 서로의 업무에 대해 잘 이해하는지에 따라 일의 효율이 달라지고 제품의 완성도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게 잘 안되면 서로 답답하기만 하고 프로젝트는 매끄럽게 진행되기는 어렵겠죠. 사실 좋은 제품설계는 원만한 협업에서 완성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엔지니어링 센스가 좋은 사람은 아주 드물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타 부서와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믹서기를 설계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예를 들어 타 부서와 협업을 잘 못하는 기구설계자 A와 협업을 잘하는 B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2명이 각자 신규 믹서기를 만들어야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A는 먼저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요즘 나오는 믹서기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떤 색상이 인기가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아! 신기술인 무선기능이 있는 초록색이 인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왠지 무선이면 편할 것 같고 기존에 없던 색이라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곧바로 설계에 들어가고 빠르게 Prototype을 만들었습니다.

 B도 신규믹서기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B는 영업팀과 고객지원팀에게 문의를 합니다. 영업팀은 고객사의 의견과 구매자들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고 국제시장에서의 트렌드에 대해서도 조사를 합니다. 실제 고객들은 무선기능보다는 파워가 좋은 믹서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객지원팀은 기존 모델에서 주요 이슈가 무엇이 있었는지 조사를 합니다. 기존 믹서기 버튼이 잘 망가진다는 이슈가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B는 A보다는 느리지만 영업팀과 고객지원팀의 의견을 반영한 Prototype이 나왔습니다.

 A와 B 중 어떤 기구설계자가  제대로 된 제품을 설계할 확률이 더 높을까요? 물론 요구사항이 명확히 정해져 있거나 일정이 급한 상황이라면 A가 적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설계 초반에 타 부서의 의견을 모아서 개발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기구설계자가 만나는 부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의 경우는 주로 아래와 같았습니다.


영업

 영업은 단순하게 보면 개발부서에 일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우리가 개발한 제품을 판매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장에서 요구되는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개발요청을 합니다. 보통은 촉박한 일정과 함께 경쟁사보다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실현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정리하고 일정산정을 하여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단순히 요구되는 스펙만 받고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시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스펙이 왜 요구되는 것인지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스펙을 만족시키려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영업에서는 좋은 제품을 빨리 판촉 하고 싶어 할 겁니다. 그래서 판촉을 위한 영업샘플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물론 기한 내에 완성도가 높은 샘플을 만든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프로젝트가 난이도가 높거나 다른 일들로 인해 스케줄이 나오지 않는다면 영업샘플을 만드느라 전체 개발일정이 밀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영업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현재 상황에 대해 이해를 시켜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품질검증

 품질검증은 개발품이 목표 스펙을 만족하는지 확인하고 추후 판매가 되었을 때 문제가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제품의 각종 문제점을 파악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발부서에서 기본적인 테스트를 했다고 하더라도 검증에서 심도 있는 테스트를 하다 보면 개발부서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견됩니다. 보통은 프로토타입 다음단계나 시양산 전에 검증부서와 함께 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원인을 분석하여 바로 조치를 취해주거나 개선품을 제출하여 재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게 되지만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때부터가 진짜 개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 품질 테스트가 한 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언제나 반드시 방법은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면 검증 기준이나 방법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턱대고 알아서 검증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가장 좋은 것은 개발 초기단계부터 함께 미팅을 통해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의견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품질검증에서도 검증입장에서 걱정되는 요소를 말해줄 수 있고 추후 어떻게 검증할지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기술

 생산기술은 제품을 생산자의 입장에서 바라봅니다. 제품을 만들 때 각 공정에서 걸리는 시간을 따져보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또한  불량률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죠. 개발부서에서 생산기술로 양산이관을 하게 되면 이관된 자료를 바탕으로 시양산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진짜 양산을 하기 전에 생산라인에서 한번 만들어보면서 혹시 문제는 없을지 개선할 것은 없을지 검토합니다. 이때 개발부서도 생산현장에서 같이 검토를 하게 됩니다. 이관한 도면대로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이관 과정에서 혹시 빼먹은 것은 없는지, 각 공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산현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 어떤 것이 어렵고 어떤 것은 괜찮은지 파악할 수 있는 아주 귀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생산기술도 품질검증과 마찬가지로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나 생산성 때문에 제품 콘셉트나 구조를 바꿔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초기부터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매

 구매 중에서도 개발구매와 함께 주로 일을 하게 될 겁니다. 구매는 구매요청한 개발품을 업체에 발주하고 전산관리를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개발 단계에서 여러 협력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보거나 협력업체를 정해야 할 경우 구매팀과 협업을 통해 진행하게 됩니다. 혹은 신규 자재가 필요하거나 신규 업체가 필요할 때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협력업체

 앞서 말한 각종 가공방법에 따라 여러 협력업체들이 존재합니다. 절삭가공, 판금, 사출, 부자재 등 각 전문 업체들이 있고 해당 업체에서 부품을 만들게 됩니다. 따라서 협력업체에 일정문의나 기술적인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계한 부품을 실제로 만드시는 협력업체분들이 잘 만들어주셔야 제품이 잘 만들어지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의견을 잘 듣고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협력업체에서 서브조립을 해서 납품하는 경우도 있어서 조립을 어느 수준으로 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어떻게 조립하는지 교육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업체와 충분한 미팅을 통해 함께 개발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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