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도큐핸즈
나고야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F1 경기를 보러 일본에 갔었는데요. 우주, 항공급 다음으로 인간의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라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와.. 이거 실제로 보니까 인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왜 올림픽, 월드컵, F1이 3대 스포츠라는 건지 알 거 같았어요. (모터스포츠가 인기 없는 한국에서는 F1을 아는 사람도 잘 없는 게 슬픈 현실)
어쨌든!
저한테는 일본 하면 사무용품과 공구가 유명한 나라로 알고 있는데요.
일본에 왔으니 저 같은 사부작러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간 김에 뭐라도 보고 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도큐핸즈라는 브랜드가 눈에 띄었습니다.
마침 나고야역 쇼핑몰에 도큐핸즈가 입점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방문해 봤어요.
도큐핸즈는 아트박스+공구상가+사부작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고야점은 건물의 층마다 다른 섹션을 가지고 있었어요. 의류 액세서리, 문구, DIY 도구 등 정말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제품의 퀄리티는 좋았던 거 같아요. 그만큼 가격이 너무 저렴하지도 않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제가 취미로 배우고 있는 은세공 관련 용품도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종로에나 가야 구매할 수 있는 것을 이런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니.. 심지어 기본템만 파는 게 아니라 꽤 여러 종류를 판매한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당시 왁스카빙(비누 같은 재질을 조각한 다음 그 모양대로 녹인 은을 넣어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는데요. 왁스는 스크래치에 약해서 버니어캘리퍼스 같은 각진 측정도구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뭔가 신기한 측정도구가 있길래 찾아보니.. 세상에 왁스 전용 측정기가 있었네요. 기념품으로 딱 좋아 보여서 바로 구매했습니다. (나중에 한국에서도 싸게 판다는 걸 알게 됨..)
한쪽을 가보니 다양한 측정도구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바로 옆에는 버니어캘리퍼스도 종류별로 팔고 있었고요. 사실 평소에 저런 물건들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갖고 싶은 건 사실입니다.
왼쪽에 있는 도구는 벽의 단면을 그대로 본뜰 수 있는 도구인데 보통은 플라스틱으로 크게 구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금속판 재질로 견고하게 디자인되어있어 신기했어요. 오른쪽은 벽에 무언가를 박거나 설치하기 전에 석고벽 뒤쪽에 무엇이 있는지 미리 찔러보고 측정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저 펭귄모양 브랜드가 신기한 게 많더라고요.
한쪽에는 미니어처 관련 도구들이 있어서 세밀한 핀셋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명 히다리탭이라고 불리는 볼트리무버도 팔았는데요. Anex가 유명한데 그것도 종류별로 팔더라고요.
근데.. 어떻게 보면 백화점 내에 입점해 있는 곳에서 이런 것까지 판매한다는 사실이 다시 놀라웠습니다.
근처 빅카메라도 가봤었는데 거기는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위주라서 재미가 없었어요. 도큐핸즈가 확실히 사부작러한테는 잘 맞는 곳이었습니다. 언젠가 또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면 1순위로 다시 가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