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기로 결심했다.
학창시절 동안 나의 즉흥적이고 똘끼 가득한 성향을 억누르며 열심히 살아서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솔직히 과는 상관없이 대학만 보고 들어갔다. 다들 그렇듯 대학교에 대한 큰 로망을 가지고 있던 나는, 정말여러 번 좌절했고, 그 좌절을 혐오스러워했다. 열심히 노력할 기력이 없는 스스로를 책망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공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던 나는 의욕을 잃어갔다!
그러고 결국엔 4학년을 앞둔 시점에서 휴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다가도 나 앞으로 뭐하지? 언제까지 용돈받아써야 되지? 라고 문득 생각이 들면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두려워서 무작정 밖으로 나간다.
휴학이 이래서 무서운 것 같다. 잠깐 학교를 쉬는 것이지만, 쉬는 것이 마냥 쉬는 것이 아니고, 쉴 틈 없는 생각들에 빠져버려서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 영화를 계속 틀어놓거나 게임을 한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쓰레기 같이 느껴져서 잠시밖을 내다본다.
또다시 생각을 한다. ‘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한 순간일 지도모른다.. 내가 일을 하게 되면 언제 이렇게 잉여롭게 지낼 수 있겠어.즐기자. 그냥. 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하자.’
집 근처에 인공잔디가 깔린 운동장이 있어서 가끔 밤 운동을 나가곤 한다.그날 따라 노래를 듣지 않고 내 뒤에 있던 가족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나는 귀가 밝아서작은 소리를 잘 듣곤 한다.(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아빠, 엄마, 아들의 대화였는데, 아들의 진로에 대해 모두가 의논하면서 운동을 하는 신기한 가족이었다. 주로 아빠와 아들이 이야기를 했다. 아들은 빨리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고 있었고, 아빠는 조금 더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내 분야와는 다른 전공이야기여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아들은 아빠가 인생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고, 조금 더 공부를 하다가 일자리에 들어가면 이미 너무 늦은나이일 것이라고 했다. 그 때 아빠가 이렇게 말을 했다. 지금은 그 나이가 참 많고 길게 느껴지지만, 인생의 한 부분으로는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고.
많은 어른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네가 내 나이 돼봐 그런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그들은 모른다. 그들은 이미 내 나이를 지나왔고, 현재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불안정 했던 삶들이 좋은 추억으로 느껴지는 것이겠지. 원래 지나고 보면 좋은 기억으로 남기 마련이니까.
우리 나이 때는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23살이 뭘 알겠어! 그래서 나는 모르는 채로 계속 막 살아볼까 한다. 그래도 그들은 ‘어른’이고, 나보다 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기에 그들의 말을 반만 새겨 들을 것이다.
지금, 이 ‘잉여로운, 아무것도 안하는 삶’이 내 인생의 아주 짧은 기간일 것이기 때문에 즐기기로 결심했다. 문득 나타나서 날 괴롭히는 불안감도 즐기기로 결심했다.
사실 1시간 전에 나타났던 불안을 글을 쓰며 즐기는 중이다. 나는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