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음식 중 하나가 만두라고 굳건히 믿는다. 속재료의 종류에 불호가 없을 뿐 아니라 구운 만두, 찐만두, 물만두 어떤 형태로든 맛나게 먹을 자신이 있다.
몇 해 전 상해에 출장 갔을 때는 유일하게 주어진 한 나절의 자유시간을 샤오룽바오 맛집을 찾아가는 기쁨으로 충만하게 보내기도 했다. 맛있는 만두집을 발견하는 것도 큰 재미지만, 입맛에 맞게 직접 빚어먹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요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중인지라, 애정하는 만두 또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렸다. 밀가루 만두피 때문이다.
그리하여, 올해 설에는 굴림만두를 만들기로 했다. 만두소를 전분가루에 굴려 끓는 물에 데쳐내면 전분이 투명하게 익으면서 만두소를 감싸준다. 전분도 탄수화물이긴 하나, 밀가루 글루텐 없이 만두를 만든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시작.
다진 돼지고기와 다진 소고기를 반반 섞어두고, 두부를 면포에 싸서 물기를 꼭 짠다. 으깨어진 두부에 부추, 당근, 양파, 청양고추를 다져 넣고 달걀도 깨 넣는다. 묵은지도 양념을 털어내고 찬물에 헹궈 꼭 짠 후에 곱게 다져준다. 고기의 누린내도 잡아주고 아삭한 식감도 내줄 것이다. 이 재료들을 모두 잘 섞고 후추와 소금을 뿌려 밑간을 해 준다. 피 없이 형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반죽은 충분히 치대 주어야 한다.
만두 알은 너무 크지 않게 빚는다. 끓는 물에서 빠르게 익혀내야 하므로 만두 알이 속까지 충분히 익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여야 한다.
잘 빚은 만두 알을 전분가루 위에 굴려준다.
전분가루 옷을 입힌 만두 알을 준비하니 어느새 웍에서 물이 끓는다. 이렇게 굴려놓고 보니 ㄷㅋ도너츠에서 파는 먼치킨이 떠오르기도 한다.
만두 알은 깨지지 않도록 끓는 물에 한 알씩 조심스럽게 퐁당퐁당 넣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으면 물 온도가 떨어져서 반죽이 풀어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적당히 익으면 만두 알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밑에 눌어붙거나 서로 부딪혀 깨지지 않도록 살살 저으며 익히고, 다 익으면 체로 건져낸다.
투명한 옷을 입은 굴림만두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넉넉히 빚어 소분해서 얼려두었다가 두고두고 먹을 예정이다. 전골을 끓일 때 네댓 알 넣고 끓이면 진한 국물을 우려낼 수 있을 것이다. 칼국수를 끓일 때 으깨어 넣어도 좋을 것 같다. 간식으로는 물론이고, 훌륭한 안주도 되어줄 것이다.
고기의 좋은 단백질과 지방, 넉넉한 채소로 건강하고 든든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동글동글 반짝반짝. 아아, 아름답다.
마음 같아서는 100개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초간장에 살짝 찍은 만두 한 알에 입 안이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