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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호기 Oct 26. 2020

가짜 뉴스를 만드는 신박한 기술

  요즘처럼 온라인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가짜 뉴스 몇 개쯤은 나올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말 대단히 큰 착각이다. 가짜 뉴스는 ‘번식력’이 대단해서 하나의 가짜 뉴스가 수 백, 수 천 개의 가짜 뉴스를 만들어낸다. 또 가짜 뉴스는 속삭이며 온 동네로 퍼져나가는 소문이 그렇듯 점차 과장되고 변질되기 쉬우며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흉측한 가면을 뒤집어쓴 채 더 많은 대상을 향해 퍼져 나간다.     


  가짜 뉴스는 반드시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말도 안 되는 오명을 뒤집어쓴 가짜 뉴스의 등장 인물도 피해자요 거짓 정보에 속은 가짜 뉴스 소비자도 피해자다. 그런데 가짜 뉴스의 상처는 정말 지독하다. 그 어떤 것으로도 피해를 보상할 수 없으며 뒤늦게 사실을 바로잡으려 해 봐도 그 안타까운 진실은 잔인할 정도로 쉽게 외면당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나 착오를 쉽게 인정하지도 또 수정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번 믿어버린 가짜 뉴스는 진실보다 더 단단하게 뿌리내린다.     


  가짜 뉴스는 자극적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 조금 더 자극적인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가짜와 손을 잡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형용사를 살짝 바꾸거나, 사실 관계를 모호하게 표현하거나, 문장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이슈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자극적인 제목과 사진을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면 아주 단순하고 재미없던 뉴스도 클릭을 유도하는 흥미로운 콘텐츠로 변신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팩트는 조금씩 희미해진다. 가짜 뉴스가 더 멀리, 더 많이 퍼져나가는 사이 팩트는 온데간데 사라져 버리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만 떠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토록 뉴스가 자극적이어야만 할까?     


  요즘 언론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인터넷 언론사만 6000곳이 넘는다고 하니 더 설명이 필요할까. 그러니 경쟁사보다 더 빨리,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은 언론사가 아닌 인플루언서들이나 유튜버 그리고 일반 네티즌들도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최근의 언론 시장은 이전 어느 때보다도 넓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이 시끌벅적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클릭. 클릭. 바로 기사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다. 클릭은 곧 돈이다. 그러니 온라인 기사는 클릭을 유도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의미 있는 기사라도 클릭되지 못한다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것과 마찬가지니까.     


  여기서 알아둬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주로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소비한다. 그런데 포털 알고리즘의 특성상 많은 클릭을 유도한 기사일수록 계속 상단에 노출되고, 다시 상단에 노출된 기사일수록 또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다. 결국 먼저 클릭을 빨아들인 기사만 맨 위에서 살아남고 나머지 기사들은 찬밥 신세가 된다. 온라인 기사는 속도가 생명이다. 팩트를 체크하거나 의미 있는 기사를 작성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취재 중에 아주 기막힌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됐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어떤 인터넷 언론사에서 아주 기발한 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들은 이 비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클릭 흡수’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 방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우선 배우 A의 스캔들 이슈가 터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이 언론사에서는 ‘배우 A 스캔들 논란, 은밀한 데이트 현장 포착?’ 이런 식으로 재빨리 키워드 몇 개를 섞어 적당한 제목을 만든다. 그리고는 일단 온라인 기사를 내버린다.     


  그렇다면 기사의 내용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당연히 채울 수 없다. 10분도 안 돼서 기사를 완성하는데 어떻게 의미 있는 기사 본문을 작성할 수 있겠는가? 그냥 아무 내용도 넣지 않거나, 엉뚱한 기사의 내용을 긁어다가 채워 넣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 언론사가 작성한 유령기사가 해당 이슈에 대해 ‘가장 먼저 탄생한 기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 이제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것이다. 클릭. 클릭. 클릭. 기사는 껍데기뿐이지만 많은 관심 속에서 점점 더 위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는 사이 기자는 부랴부랴 기사의 본문을 채워 넣고, 다시 잽싸게 본문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다. 짜잔!     


  당황하긴 이르다. 나는 취재 중 매우 흥미로운 문서도 하나 입수할 수 있었다. 바로 모 언론사의 ‘검색 기사 아르바이트 매뉴얼’이었다. 다수의 언론사에는 ‘검색 기사팀’이나 ‘온라인 이슈 대응팀’ 혹은 ‘디지털 이슈팀’ 등의 이름으로 기사를 생산해내는 별도의 팀이 있다. 이들은 보통 정식 기자들보다는 아르바이트로 일 하는 대학생들이나 인턴 기자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이들이 하는 일은 간단하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기사를 마구마구 생산해 내는 것이다. 이 ‘친절한 매뉴얼’은 그런 대응팀에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주목할만한 ‘꿀팁’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00 언론사의 검색 기사 아르바이트 매뉴얼]

     

- 실검 1-10위 확인하고 ‘대박’을 칠만한 핫한 키워드를 택해 기사 작성


- 대상

  네이버 3개 : 메인 키워드, 실시간 급상승 키워드, 핫토픽 키워드 + 기타 요즘 뜨는 이야기

  다음 2개 : 메인 키워드, 실시간 이슈 키워드


- 대응 원칙 : 클릭을 유발하는 제목 + 눈길 끄는 사진 + 간단명료한 내용의 기사를 제목과 내용을 조금씩 바꿔 자주, 많이 내는 것.


- 기사 작성 + 출고까지 합해 1개당 평균 10분을 넘지 않아야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음.


- 네이버와 다음 검색어를 크로스 체크해서 제목과 네티즌 반응에 비슷한 주제의 검색어를 같이 넣어줄 것.

  예 : 김희애 눈물(네이버) + 김희애 폭풍오열(다음)

-> 김희애 폭풍오열 눈물


- 경쟁지인 동아일보, 스포츠동아, MBN, 매일경제의 검색 기사에 대한 대응이 중요. 이들 기사가 상단에 올라와있으면 가장 먼저 그 키워드로 기사를 써 우리가 우위를 점해야 함.


 - 검색 기사 전쟁이 엄청나므로 기사를 빠르게, 많이 내는 게 중요함. 가장 중요한 건 클릭을 유발하는 제목.      


  실시간 검색어나 핫토픽 키워드를 가지고 온라인 기사를 쏟아내다 보니 내용은 크게 의미가 없거나, 이미 나온 기사들을 적당히 짜집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10분 안에 기사를 내야 하니 팩트체크를 하려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정말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나올까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제 이런 방식으로 탄생한 괴물 같은 기사를 하나 예로 들어보겠다. 기사의 제목은 무려 <교촌 치킨 회장 6촌 ‘권 상무’ 직원 폭행 갑질 폭로 보도에 신메뉴 허니순살 출시, 2018 독도 골든벨, 결식 아동 급식 지원 줄줄이 묻히나?>였다.        

       

 

  솔직히 언론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끄럽지만) 가짜 뉴스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자신들이 생산해낸 뉴스가 가짜 뉴스로 밝혀진다 한들 슬그머니 사과하고 넘어가거나, 어디 구석에다 아주 작게 ‘바로잡습니다’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개 숙여 사과한들 모든 오해와 거짓들이 마치 악령 물러나듯 스르르 사라져 버릴까?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문에 한번 사실로 믿었던 정보를 다시 바로잡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흥미진진한 가짜 뉴스와는 달리 사과, 정정보도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절대 화제가 되거나 확산되지 않는다.     


  2017년 10월. [디스패치]가 배우 조덕제 씨와 반민정 씨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기사를 단독으로 냈다. 그 직후 [디스패치]를 인용한 관련 기사만 약 144건이 쏟아졌는데, [디스패치]가 성폭력 피해자였던 반민정 씨의 실명과 얼굴을 최초로 공개하는 바람에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반민정 씨의 이름이 종일 올라있기도 했다. 기사는 반민정 씨가 정말 성추행을 당한 것이 맞는지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으나, 이후 해당 기사의 심각한 가해성과 오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디스패치]는 사과하고 오류를 정정하는 공지문을 올렸다.      


  그렇다면 [디스패치]를 신나게 인용했던 다른 언론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사과, 정정 보도에 대한 기사는 고작 4건에 불과했다. [디스패치]의 최초 기사를 받아썼던 기사가 144개나 됐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도 다수의 언론사들은 ‘반민정'이라는 이슈 키워드를 이용해 피해자의 ‘몸매’를 재조명하거나, 피해자의 과거 사진들을 활용해 다시 무의미한 기사를 만들어내기에 바빴다.     


  ‘반포의 모 아파트가 평(3.3m2) 당 1억이 넘었다’는 기사도 역시 150여 개가 넘게 쏟아졌었다. 반면 국토부에서 이 내용에 대해 허위 정보로 잠정 결론을 내린 이후, 이 기사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다시 알린 기사는 고작 17여 개뿐이었다. 150 : 17. 역시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허위 기사로 판명난 이후에도 최초의 가짜 뉴스가 여전히 사라지지도 않고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가짜 뉴스도 좀비랑 다를 게 없다.         

 

[2018년 8월 21일 작성 기사. 당시 허위 사실로 밝혀졌지만 2020년 10월 현시점에도 기사는 존재한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어떤 언론사의 기사가 가짜 뉴스로 판명 난다고 해도 언론사는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다. 현재 가짜 뉴스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독립적인 법은 없다. 그러니 일부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가짜 뉴스로 인한 득실을 감히 저울질해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짜 뉴스를 생산한 언론인과 언론사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여러 법안들이 계속해서 발의되고는 있다. 하지만 지난 19, 20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고, 21대의 문이 열린 지금 이 순간에도 가짜 뉴스 처벌법은 뿌연 안갯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결국 가짜 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는 피해자가 직접 언론중재를 신청해 정정보도를 요구하거나, 명예훼손으로 대응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언론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결국 현재와 같은 언론 생태계에서는 가짜 뉴스의 수를 조금씩 줄여나갈 수는 있어도, 가짜 뉴스 전체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 물론 각 언론사들이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해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다양한 팩트체크 시스템을 도입하고는 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갈길이 멀다. 그러니 죄송한 말씀이지만 뉴스를 클릭하는 뉴스 소비자들이 일단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짜 뉴스를 피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간단한 팁을 정리해봤다.        

  

1) '화제', ‘논란’이라는 말은 따져보자     


  특히 연예계나 정치계의 유명인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화제다’ ‘논란이다’ ‘이슈다’ ‘뜨겁다’ 등의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이유는 뉴스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마치 ‘지금 이 뉴스가 엄청 뜨거운데 당신은 아직도 모르고 계신가요?’ 그러니 ‘어서 클릭해보세요’라는 것. 하지만 그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였다면 당신이 정말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그토록 다급하게 화제와 논란을 언급하는 기사라면 제목 맨 뒤에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살며시 붙여보자. 그것이 이 기사의 속내다.     


  사실 화제나 이슈라는 단어는 어떤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표현이다. 기사의 생산자가 ‘화제다’라고 하는 순간 그 내용은 ‘화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기사를 보게 된다면 기사 내용에서 대체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화제가 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가장 쉽게 붙는 근거들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모 커뮤니티에서, 전 세계에서’ 등이다. 하지만 막상 직접 확인해보면 이게 그렇게 화제인가?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굳이 이렇게 기사 될만한 내용이 맞는가 싶은 기사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이슈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내용들만 여기저기서 ‘복붙’해 기사를 완성하는 경우도 많다. 가짜 뉴스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2) ’ 따옴표’를 조심하자   

  

  흔히 ‘카더라 뉴스’라고도 한다. ‘누군가가 이렇게 이렇게 말했다’라는 사실을 그대로 인용하는 기사다. 자주 인용되는 매체로는 [디스패치]가 있다. 포털에 ‘디스패치에 따르면’이라는 말을 검색해보자. 디스패치가 생산한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는 수많은 기사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팩트체크 없이 그대로 복제되는 기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본 기사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개인의 SNS를 그대로 인용하는 기사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사들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개인의 생각과 코멘트는 매우 주관적이고, 사실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입장에서 유명인의 SNS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앉은자리에서 너무나도 쉽게 기사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진짜 고마운 점은 또 있다. 인용한 내용이 잘못되었다 한들 인용 기사를 낸 언론사들은 절대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유는 그 언론사가 직접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옮긴 것일 뿐’이기 때문에 역시 책임 또한 그 주체에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옴표 저널리즘’은 매우 뻔뻔하고 무책임하다.          


3) ’그럴싸한 출처’를 의심하자    

 

  비슷한 맥락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그럴싸한 출처의 기사들인데, 대부분 해외 언론사의 기사나 논문을 받아쓴 국내 기사들을 의미한다. 내용 출처란에 뭔가 생소하지만 외국어가 쓰여있으면 왠지 모르게 묘한 신뢰가 느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조심해야 한다. 팩트체크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엉성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고, 번역이 잘 못되거나 심지어는 완전히 허구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베트남 축구팀의 돌풍을 기억하는가? 당시 약체로 평가받던 베트남 축구팀이 강팀을 연달아 제압하며 화제가 됐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었다. 국내 언론사들도 앞다퉈 이 뉴스를 전달했는데, 우리에게 더 반가웠던 것은 그 중심에 자랑스러운 박항서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일 박항서 감독에 대한 훈훈한 기사들이 쏟아졌고, 어쩌면 한국 축구 팀보다도 더 크게 이슈 되는 날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상적인 글이 하나 등장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 선수들을 격려하는 명연설을 남겨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몇 언론사가 이 내용을 기사화하기 시작했고, 한 방송사에서는 메인뉴스에서 앵커가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바로 며칠 뒤, 앵커는 시청자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처음 박항서 감독의 훈훈한 일화가 올라왔던 곳은 어느 대형 커뮤니티였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대표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는 일화


  그리고 이 글의 끝에는 출처 ‘Thoi Bao Kinh Te 경제시보 (17.11.25)’가 적혀 있었다. 그럴싸하지 않은가? 이후 다수의 인터넷 기사와 한 방송사의 저녁 메인 뉴스에서도 같은 내용이 그대로 인용됐다. 하지만 며칠 뒤. 이 글의 작성자가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바로 이 글은 모두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 즉 ‘뻥’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작성자는 팩트체크도 없이 기사가 생산되고 있는 세태를 비꼬며 ‘발로 뛰며 써라’라는 말도 남겼다고 한다. 결국 방송사의 앵커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018년 2월 3일. MBN 뉴스8 사과방송]


 4) 복수의 기사를 체크하자    

 

  가짜 뉴스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번거롭더라도 내가 직접 팩트체크를 해서 가짜 뉴스를 피하는 수밖에 없다. 가장 쉬운 방법은 비슷한 이슈의 다른 기사들을 같이 검색해보는 것이다. 한 언론사가 가짜 뉴스를 낼 가능성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이슈에 대해 다수의 언론사들이 똑같이 가짜 뉴스를 쏟아낼 확률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주 자극적인 뉴스를 하나 발견했다면, 친구들에게 곧장 공유하기 전에 기사의 제목이나 키워드를 한번 검색해보자.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심코 내가 공유한 가짜 뉴스 링크 한 개가, 순식간에 수백만 명에게 까지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5) ‘바로잡습니다’를 찾아보자     


  언론사의 기사가 잘 못되었을 때, 언론사는 정정 기사를 내거나 사과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사과 방송은 매우 짧고 빠르게 지나가고, 정정 기사는 아주 작게 그것도 구석에 자리한다. 심지어 전날 1면을 크게 장식했던 대박 기사였더라도, 막상 정정 기사는 어디에 숨어있는지 잘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바로잡습니다’를 한번 작정하고 찾아보자. 종이 신문이든 온라인 사이트든, 관심을 갖고 찾다 보면 꽤나 많은 정정 기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번 꼼꼼하게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혹시 내가 읽었던 혹은 공유했던 기사에 해당되는 내용은 아닌지 점검해보는 것이다. 때로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분노를, 때로는 이들의 뻔뻔함에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5가지 팁은 아주 소소한 가짜 뉴스 방어법일 뿐이다.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당연히 뉴스를 생산하는 자들이 마련해야 한다. 법과 제도의 느슨함 뒤에 숨어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무책임하게 생산해낸다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 채 다시 생산자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짜 뉴스의 해답은 오직 진짜 뉴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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