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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YOUR FATHER Apr 22. 2017

임신한 아내, 마음으로 안아주세요

쿵푸킥과 리스펙트


축구는 90분간 펼쳐지는 각본 없는 전쟁이다. 아무리 ‘친선’ 경기라고 해도 경기장에 선수들이 나서는 순간 승리를 위해 뛴다. 경기 내내 거칠게 부딪히고, 치열하게 싸운다. 가끔 누군가의 과한 플레이로 진짜 ‘싸움’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선수들끼리 서로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과하게 야유를 보낸 팬들과 맞붙는 경우도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선수 에릭 칸토나는 1995년 경기중 거친 플레이로 주심에게 레드 카드를 받았다. 경기장을 나서던 자신을 자극하던 팬을 향해 ‘쿵푸킥’을 날렸다. 결과는 참혹했다. 단순히 경기장 안에서의 징계로 끝나지 않고 폭력행위로 2주간 감옥에서 지냈다. 이후 9개월의 출전 정지, 12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이라는 중징계까지 받았다. 우발적인 상황이었지만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탓에 일어난 일이다. 어찌 보면 ‘승부’가 가지는 특성상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나, 지켜보는 팬들이나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선을 넘는 순간 그것은 스포츠가 가진 정신에 위배된다. 오죽하면 당시 사건 이후 ‘아이들을 축구장에 보내지 말자’라는 이야기도 있었을 정도니 파장은 대단했다. 


축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는 나름의 사회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승부로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통해 사회에서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다. 대한축구협회, 국제축구연맹, 유럽축구연맹 등 각 기관 들은 ‘리스펙트 (respect:존중, 존경)’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통해 선수와 지도자, 심판 그리고 팬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 전후 볼 수 있는 선수들의 훈훈한 행동들이 좋은 예다. 경기 전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입장해 서로 악수를 나누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한다. K리그의 한 팀은 매 경기마다 시작 직전 선수 대표가 함께 뛸 양팀 선수들, 공정한 판정을 할 심판, 지켜볼 팬들에게 미리 감사의 편지를 낭독하고 경기를 시작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승부를 앞두고 펼쳐지는 광경으로 보기에는 의아하기도 하다. 선수들은 경기 중 누군가 쓰러지면 달려가 손을 건네고, 경기 후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 한 서로를 격려한다.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 했음에 대한 찬사를 주고받는 것이다. 


사실 축구장 밖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은 필수적이다. 날로 각박한 삶 속에서 개인은 피폐해지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사회적 자정 작용이 일어나기도 했다. 몇 해 전 큰 인기를 얻은 ‘프리허그(Free Hug)’ 운동이 좋은 예다. 서로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포옹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개인의 평온함 나아가 사회의 평온함을 이루자는 취지였다. 작은 행동이었지만 울림은 대단했다. 프리허그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각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또 다른 이들을 위로해줬다.


임신한 아내도, 곁에서 아내를 돕는 남편도 모두 사랑을 받기 위해이 땅에 태어났다. 삶이라는 치열한 전장에서 가끔은 서로 거칠게 부딪히기도 하고, 진짜 싸움을 하기도 한다. 화가 난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임신 중’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온갖 특권을 누리려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감정이 격해지고, 인내가 극에 달하면 내뱉지 말아야 할 말도 내뱉는다. 종종 상황은 극단적으로만 향한다. 격한 마음에 “임신이 벼슬인 줄 아냐”라고 내뱉으면, 아내는 “내가 임신을 괜히 했지”라고 답할 것이다. 아내와 자신 그리고 뱃속 아이에게 모두 상처가 되는 말이다. 세상이 각박해서 그런지 임신한 부부 사이에서도 에릭 칸토나의‘쿵푸킥’과 같은 사건들이 벌어져 TV 뉴스나 포털사이트 1면을 차지할 때도 있다. 남들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임신한 아내와 남편을 위한 좋은 예방법이 하나 있다. 축구장처럼, 축구장 밖처럼,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 위로의 마음을 평소에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출근에 앞서 나누는 가벼운 입맞춤과 같은 직접적인 행동도 좋고, 직장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보내는 짧지만 따뜻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야근이나 회식에 끌려가더라도 남편을 기다리느라 임신한 아내의 목이 혹여나 빠지지 않았을지 걱정하고, 느지막이 돌아오는 길에는 아내와 뱃속 아이가 좋아하는 소박한 컵 케이크 한 조각 손에 들고 돌아오는 작은 마음이면 된다. 실천에 옮기는 작은 세심함, 존중과 위로 그리고 진심을 담은 남편의 ‘마음’이 특효다. 아무리 과해도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Tip – SNS는 인생의 낭비? No! 남편의 기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5년을 보낸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명언을 남겼다. 축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SNS에 허송세월을 보내는 일부 선수들을 향한 말이다. 퍼거슨 감독은 은퇴했지만, 선수들이 SNS에서 실수를 할 때마다 그의 말은 회자되고 있다. 남편에게 SNS는 기회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아내를 향해 ‘당도 100%’의 달달한 마음을 전해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나’ 임을 만방에 알려보자! 아내도 살포시 ‘좋아요’를 누르지 않을까? 


[ 이 글은 맘앤앙팡(http://enfant.designhouse.co.kr/) 2016년 9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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