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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운 Dec 11. 2018

딕션 천재 메건 마클

웃으며 말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 좋은 음성과 딕션.

여배우라 확연히 다르다. 말하기, 내용에 감정을 실어 의미가 전달되게 하는 것을 '훈련'해온 사람답다. 오랜 시간 '따라 하고 싶은, ' 발음과 발성을 찾아 구글을 헤매 온 나는 서식스 공작부인 메건 마클 왕자비 (Meghan Markle, Dutchess of Sussex)를 나의 딕션(diction) 이상형으로 삼고 정착하기로 했다.


Meghan Markle blows away royal protocol with powerful speech about the right to education for girls


위의 링크는 뉴질랜드 여성 참정권 획득 125주년 행사에서 왕자비의 연설. 굳이 영국식 발음을 따라 하지 않아도 전달이 잘 되도록 또박또박 끊어서 기품 있게 말했다.

 

몇 년 전이던가, 탕웨이의 중국어 인터뷰 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며 "중국어가 이렇게 우아한 언어인 줄 몰랐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던 기억이 겹친다. (흔히 영국 억양을 품위와 전통이 느껴진다고 하지만) 메건 마클은 미국 억양도 듣기 좋고, 섬세하고 따뜻한 품위가 있음을 보여줬다.


장중하게 말을 늘이거나 끊어서 하지도 않는데 가뿐하게 잘 들린다. 살짝 드라마틱하게 빨랐다가, 강조도 했다가 하는데 시원시원하게 들린다.


연설을 하며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데 이게 또 신기하다. 미소 띤 얼굴로 말을 하면 목소리가 온화하게 바뀐다.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영상을 보며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웃으며 말하자. 좋은 음성을 얻을 것이다. 말을 할 때도 꼭 살짝 미소 띤 얼굴로, 좋은 마음가짐으로 말을 하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런데, 딕션이 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the art of speaking so that each word is clearly heard and understood to its fullest complexity and extremity, and concerns pronunciation and tone, rather than word choice and style, 즉


스피치의 기술로, 지극히 복잡한 구조에서도 단어가 깨끗하게 들리고 이해가 명확하도록 하는 것. 단어 선택이나 스타일보다는 발음 및 어조와 관련 있다.


참 어려운 개념이다. 아쉽게도 딕션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면 주로 성악이나 연기 교재가 나오지 언어에 대한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성악가들은 언어별로 딕션을 배운다길래 성악을 배워볼까 생각도 했었다. 내 입천장이 좀 더 둥글었다면 보다 깊이 있는 곳으로부터 나오는 영어식 발성과 발음이 가능했을 거라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그런데 동시통역 상황에서는 발음이 특히 어렵다. 귀로 다른 언어가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귀로는 다른 이의 말이 쏟아져 나오는데 '동시에' 뭔가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모국어인 한국어마저 발음이 뭉개진다. '내 목소리가 시끄러워서 연사의 발언이 들리지 않는' 한편, '연사의 발언에 방해받아서 내 말이 어눌해지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라니.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여름, 겨울철에는 A/S 삼아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고 보충하려고 하는데, 이번 겨울 나는 메건 마클의 딕션을 따라 연습해보리라고 다짐해본다. 동시통역 부스 안에서도 왕자비의 발음을 깨끗하게 재현할 수 있는 그 날까지.


+덧붙이자면, 이 글에 메건 마클의 연설문 표현을 조금 정리해볼까 하다가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표현 하나하나보다는, 왕자비가 선사하는 귀가 뚫리는 듯한 아름다운 말의 선율(!)을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한국어 딕션 하면 생각나는 사람은 가수 김건모. 질러도 굴려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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