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혜택, 누릴 건 누려야지~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 집 갓난쟁이도 바쁘게 움직였다. 언니 학교 데려다주러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언니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집을 나섰으니. 그렇게 언니 위주의 일과를 맞이하다가 세 살이 되면서는 드디어 본인의 일과를 찾기 시작했다. 교회 부설 어린이학교에 다니게 된 것. 일주일에 세 번, 세 시간씩 공부하는 스케줄도 부담 없었고,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서 지도하기에 아이가 적응하기 더 수월할 것 같았다. 이렇게 우리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잘 적응할까 궁금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아이가 너무 말이 없다는 지적이 들어왔다. 아니, 너마저… 엄마의 핏줄은 속일 수 없단 말인가. 그래도 아이가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는데, 남자아이였으니 그건 또 신기했다. 언니는 남자아이 근처엔 가지도 않았는데, 이 아이는 벌써부터 남자아이 친구를 사귀어 생일잔치에도 초대받고 따로 만나서 놀기도 했다. 게다가 그 아이는 수학에 천재성을 보이는 영재였으니, 엄마로서 살짝 흐뭇하기도 했다.
그렇게 친구를 사귀고, 수업 시간에도 더 적응해 가더니 마지막 발표회 때는 무대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열심히 따라 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대견하던지. 세 살 시기를 이곳에 다니며 알차게 잘 보낸 것 같아 감사했다. 아니면 엄마 뒤꽁무니 잡고서 졸졸 따라만 다녔을 텐데.
- 풀타임 프리케이가 무료라니
이제 아이는 바야흐로 네 살, 유치원 연령인 킨더(Kindergarten) 전 단계인 프리케이(PreKindergarten)에 갈 나이가 되었다. 그때에 획기적인 뉴스가 들려왔다. 2014년 가을부터 모든 학생들이 6시간 풀타임으로 프리케이를 다니도록 뉴욕시에서 전액 보조해 준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보조만 해주었기에 사립 유치원의 프리케이를 보낼 경우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주로 파트타임으로 운영하는 공립학교는 자리가 많지 않아서 경쟁률이 치열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들어가는 해부터 공짜로 풀타임을 다닐 수 있는 데다가 받아 주는 학교의 선택도 많아졌다. 정말로 기쁜 소식이었다!
어린이학교 졸업을 앞두고 엄마들의 수다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어느 프리케이가 좋더라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우게 되었다. 나로서는 근처 학교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아는 엄마들의 추천을 참고해서 세 군데 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하나는 일반 공립학교, 두 군데는 사립 유치원. 다 괜찮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라 경쟁률이 세다고 들었는데, 모두 다 합격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빨리 등록원서를 낸 덕분이기도 했지만, 덕분에 이제는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 곳은 바로 우리 단지 앞, 다른 두 군데는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 학교가 가까우면 정말 편하다는 것을 첫째 때 이미 맛보았기에 둘째 역시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 유치원 이름은 아이비리그, 반 이름도 하버드, 예일 등이었다. 어린아이들에게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름에 걸맞게 교육이 좀 남다르려나 하는 기대감은 생겼다. 제 돈 주고 다니면 비싼 유치원을, 이렇게 공짜로 다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이리하여 아이는 미국 사립 유치원의 프리케이 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담한 교실에 담임 한 명, 보조 교사 한 명이 소수 정원으로 아이들을 맡고 있었다. 아침과 점심이 제공되고, 학용품도 다 제공이 되어서 편리했다. 프리케이라 낮잠 자는 시간이 있어서 작은 이불과 베개를 보낸 것이 준비물의 전부였다. 이곳에서는 매일 아이의 활동일지를 사진 한 장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 주는데, 아이가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잠은 언제 잤는지, 아이의 상태는 어떠한지 짤막하게 적어 주기에 부모로서 더 안심이 되었다.
아이들은 가끔씩 산책을 나가는데, 한번은 아이들이 함께 나란히 줄지어서 동네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시 줄지어서 돌아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지켜보았다. 어느 날은 소방서를 방문하여 소방관과 악수하며 소방차에 타 보는 지역 탐방을 하고, 어느 날은 작은 동물원들이 친히 방문을 해주어 아이들이 직접 만져 보고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양한 활동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마다 유치원에서 한 장씩 보내 준 사진들을 모아서 포스터로 만들어 주니 아이의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공부에 있어서는 사실 잘 배우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따로 숙제로 내주는 것은 없고, 알파벳도 소문자, 대문자 순서대로 배우는 게 아니라 이름을 써 보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배우게 한다는데, 얼마나 학습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은 겨우 네 살이기에 그렇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분위기도 좋게 여겨졌다. 공립학교는 공부를 더 시킨다는데, 아무래도 학교마다 분위기는 다를 것 같았다. 그냥 아이가 마음 편하게, 즐겁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랴.
2014년 6월 귀여운 꼬마들의 졸업식 날, 아이는 하얀 졸업 가운을 입고서 프리케이 과정을 잘 마쳤다는 졸업장을 받았다. 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하루 6시간 수업을 감당하느라 그동안 애썼다 우리 딸! 공립학교 유치원(kindergarten) 과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이에게도 좋은 워밍업이 되었으리라.
이렇게 뉴욕시에서 풀타임으로 프리케이 무료 교육을 제공해 주는 것은 롱아일랜드나 다른 도시에서는 받기 힘든 혜택이기에, 다른 지역의 엄마들이 참 부러워했다. 우리 아이 또래부터 첫 수혜자가 되어 지난 1년간 무상 교육을 잘 받을 수 있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훗날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와 보니, 여긴 4살 무상교육은 기대할 수 없었고, 5살 유치원 과정도 파트타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로서는 뉴욕에서 교육 혜택을 다 누리고 와서 얼마나 뿌듯한지. 그러고 보면 그때 그 시절 뉴욕시에서 살기를 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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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뉴욕의 풍성한 교육 혜택
뉴욕시는 맨해튼, 퀸즈, 스테이튼 아일랜드, 브루클린, 브롱스 등 5개의 보로(borough)로 이루어지며, 이곳의 공립학교들이 모두 뉴욕시에 속한다. 2014년 9월부터 ‘PreK for All’ 프로그램을 시작한 뉴욕시는 무상 교육 혜택을 더 어린 나이의 아동들에게로 확대시키고 있다. 연소득에 상관없이 3세 어린이는 누구나 무상 종일반 프리스쿨 교육을 받도록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뉴욕시는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 뒤 2021년 전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아침, 점심 무상 급식까지 제공하니 교육 혜택에서는 단연히 앞서 가는 뉴욕시이다.
한편 뉴욕주는 2017년 미국 최초로 주립대 또는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금 면제 방안을 발표했다. 20%를 제외한 중하위층 가정에게 해당되며, 풀타임 학생일 경우 신청 가능하다. 4년제 졸업 후 4년, 2년제 졸업 후에 2년을 뉴욕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