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소나 Aug 17. 2021

학교의 일상이 멈춰 버렸다

팬데믹 속 미국 학교 온라인 경험담 (1)


* 팬데믹의 시작에


2019년 봄. 중국 우한에 갇혀 버린 사람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일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곳 미국까지 그 공포가 갑작스레 밀려들었다. 마트의 진열대들이 텅텅 비기 시작했고, 그 흔하던 휴지는 너도나도 집에 모시겠다고 달려드는, 그런 귀한 존재가 되었다. 


가장 절실했던 물건은 마스크. 아직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인데도 매장마다 마스크는 동이 나고 없었다. 일찌감치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했던 중국 사람들이 사재기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밖에. 한참 헤맨 끝에 낯선 사이트에서 마스크 구매를 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결국 스캠이었던 것이다. 카드사에 리포트를 해서 손실은 면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장 불안한 건 학교였다. 나도 학교에서 일하고 두 아이들도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에 더욱 신경이 곤두섰다. 극소수 학생들만 마스크를 끼고 다녔지 대다수는 무방비 상태였다. 하지만 다들 학교가 이대로 괜찮을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다른 학군들은 어떻게 결정을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근처 학군에서 대면 수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아침에 발표된 것이다. 우리 학군도 비상 회의가 소집되었고, 당분간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으니 집으로 귀가하라는 조치가 내려졌다. 우리는 가방만 얼른 챙겨들고서 서둘러 학교를 빠져 나갔다.  


그렇게 해서 떠난 학교를, 그 학기가 마치도록 돌아가지 못했다. 하늘 모르고 치솟는 감염률은 학교의 평범했던 일상을 멈추게 했다. 전혀 다른 변화가 찾아든 것이다.       



    준비없이 시작된 온라인 수업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작된 온라인 수업.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보조교사들은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는 학생들을 따라 일반 수업 하나씩을 참관하며 학생들 숙제 체크를 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아울러 특수교육 선생님들이 주관하는 자습 시간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에 한하여 튜터 역할도 담당했다. 


나에게 할당된 과목은 수학. 수학 선생님의 수업에 들어가 참관한다는 것은 내가 바라던 바였다. 하지만 내가 들어간 수업의 선생님은 나이 많은 분이라 온라인 수업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종이에 직접 써서 카메라에 대고 보여 주는, 원초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당시는 아이들도 인터넷 환경이 여의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출석도 선택으로 두니, 참여율도 저조했다.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조금 더 온라인에 능숙한 다른 수학 선생님이 수학 동영상 강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했고, 우리 반 선생님과 학생들은 그 강의를 공유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비단 나이 많은 선생님만이 아니었다. 다들 온라인 플랫폼이 능숙하지 않아서 전체 미팅이 갑자기 중단되는 일도 벌어지곤 했다.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도와주는 데 한계가 느껴져서 답답한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줌(zoom)'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면서는, 전부터 도와주던 학생들을 화상 미팅으로 따로 만나서 일대일로 수학을 가르쳐 주는 시간도 가졌다. 


한번은 특수교육 서비스를 받는 어느 여학생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학교에서 만날 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잘 풀어놓는 학생이었는데, 그날따라 많이 침체되어 있었다. 왜 그깟 바이러스 때문에 이렇게까지 격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을 많이 도와줬던 선생님에게 주려고 선물도 샀는데 다시 만나지도 못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그 아이는 졸업생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어떻게 위로의 말을 잘 건네고 싶었지만, 내 영어가 짧은 점이 한스러웠다. 


어느 날은 TV 뉴스를 보는데, 뉴스 중간에 졸업생들의 사진과 축하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었다. 졸업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뉴스데스크에서 마련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득 학교에서 만났던 친숙한 학생 사진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정말 반가웠다. 우리 학교에서는 카퍼레이드를 마련하여 졸업식을 대체하여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롬 파티나 정식 졸업식도 치르지 못하는 이번 졸업생들은 마음이 많이 어렵겠지만, 학교와 선생님들과 가족 및 친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학생들을 위로하고 축하하며 토닥토닥 팬데믹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나로서는 그 다음 학기가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온라인 수업을 계속해야 하나. 본격적으로 시작된 팬데믹에 학교로 돌아가기는 불안했다. 제발 온라인으로 일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신청했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다! 자연스레 우리 아이들도 온라인 수업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일 년 동안은 집콕하며 컴퓨터로만 공부하는 세상이 우리 가족에게 펼쳐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