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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Nov 23. 2023

한의학의 마케팅을 말하다, 정인호 대표님

#한의원 마케팅 #광고전문의 #무명기획

요즘은 한의대 졸업만으로는 로컬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말. 다들 많이 들으셨을텐데요! 사실 한의원 운영에는 마케팅, 경영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플라밍고, 용, 갈매기가 전하는 '광고전문의' 정인호 대표님의 이야기. 함께 보시죠!
[약력]
무명기획 대표
메디람한방병원 행정원장
동의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전) 고흥군보건소 한의과장
전) 주식회사 몸과마음 총괄이사
전)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교육이사


Intro


Q. 첫 번째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먼저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해주세요.


A. 저는 동의대학교 07학번 정인호입니다. 중간에 1년 동안 휴학을 해서 졸업이 1년 늦어요. 졸업 이후에 ‘무명기획’이라는 광고 회사를 창업했고, 중간에 프랜차이즈 한의원 본사에서 근무도 해봤고, 지금은 한방병원에서 경영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무명기획과 한방병원 운영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 일정 중 80%를 병원 경영, 병원 컨설팅 쪽에 쓰고 있고, 20% 정도를 마케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학부생 시절부터 무명기획 설립까지
 


Q. 학부생 시절의 대표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A. 학부생 시절에 저는 노답 학생이었어요. 얼마 전에 권찬영 교수 인터뷰가 대만드에 올라갔던데, 찬영이랑 저랑 학교 동기에요. 친한 친구인데, 성향은 정반대예요. 인터뷰를 읽어보니까 찬영이는 강박적으로 학교를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학교 다닐 때 관심이 주로 외부에 있어서 학교 밖 활동을 열심히 했었어요. 

 의학적으로는 관심이 많지 않았지만, 병원, 한의원들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재학시절에 한의사협회 회보 인터뷰를 맡아서 여러 선배님들 인터뷰도 했었고요. 당시에 제가 정말 한의사를 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어서 학문적으로 훌륭하신 선배님들, 그리고 경영적으로 성공한 선배님들을 개인적으로 따라다니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하는 의료 관광 컨퍼런스, 의료기관 해외진출, 의료기기 세미나들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냥 호기심 많은 대책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Q. 첫 번째 질문에서 1년 동안 휴학을 하셨다고 답변해 주셨는데 휴학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A. 제가 본과 2학년 때 휴학을 했는데 그 이유가 타성에 너무 젖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힘들더라고요. 이전까지는 에너지를 뿜으면서 이것저것 했는데, 열정이 식으면서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나는 한의학에 대한 꿈도 없고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해서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휴학을 했죠. 그때쯤 페이스북, 트위터가 막 한국에서 유행이었는데 이 흐름을 쫓아가고 싶어서 휴학을 하고 창업을 했어요. 학생 신분으로 23살에 창업을 한 거죠. 때마침 부산에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첫 기수를 모집했었는데, 그 프로그램도 1년간 수료했고요. 또, MIT에서 1년에 한 번씩 나라별로 돌아다니면서 스타트업 워크숍을 하는 게 있었는데 그때 서울에 온다는 거예요. 거기에도 참가하고, 각종 스타트업 모임을 많이 나갔어요. 그때는 제가 하는 생각이 대단한 것 같고, 곧 큰 돈을 벌 것 같았어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던 거죠. (웃음)

 지금 생각하니 될 수가 없는 게, 이전까지 일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일을 어떻게 기획해야하는지, 조직은 어떻게 꾸려야하는지, 영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개념이 없었어요. 그냥 ‘나 이거 하고 싶어.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맞부딪혔거든요. 당시에 제가 하고 싶었던 창업의 테마가 병원을 추천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이었는데, 그때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어요. 무작정 전국에 있는 컴퓨터 개발 동아리에 메일을 뿌려서 ‘나 이런 거 만들려고 하는데 도와줄 사람 구한다.’ 이런 식으로 모집을 했어요. 면접을 해본적도 없고,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사람을 뽑았죠. 

 그런 식으로 일을 해나가다가 한 투자자를 만났어요. 그 분께서 배수의 진을 쳐야 투자한다고 ‘한의대를 자퇴하고 오면 투자를 해주겠다.’라고 하셨는데 그때 처음으로 제가 한의사 면허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거죠. 그전까지는 면허의 가치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막상 버려야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돌아가서 면허를 따자는 생각에 복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Q. 그러면 복학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A. 1년을 나갔다가 돌아오니까 정신을 차렸는지, 지각 한 번 안 하는 성실한 학생이 되었어요. 그렇게 성실히 남은 대학 생활을 보내고 국시까지 통과하고 나니 또 다시 한의사를 해야 되나 고민이 들었습니다. 국시 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집중력 있게 한의학 공부를 했는데 이게 하다 보니까 재밌기도 하고,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졸업하고 딱 1년 동안 이 일을 할지 말지 고민해 보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승님을 찾아서 배우고 싶어서 선배님들께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여러 분들이 노의준 원장님 이야기를 하셨고, 이원행 원장님께서 ‘말씀을 드려 볼테니 자기소개서를 달라.’고 하셔서 자기소개서 겸 편지를 썼습니다. 이후에 따로 말씀이 없으셔서 일단 무작정 찾아갔어요. 부원장으로 일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아침에 청소도 하고 시키시는 일을 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간절히 부탁드렸습니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그날 병원 근처에 고시원을 얻었어요. 노의준 원장님께 배웠던 기간이 6개월이 안 되는데 제가 한의대 6년 동안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후에는 부산으로 돌아와서 8체질을 배웠습니다. 노의준 원장님의 의론이 8체질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으로 계셨던 조병제 원장님을 찾아뵙고 거기에서도 수개월간 참관을 했습니다. 원장님이 한쪽에서 맥을 잡으면, 저는 반대쪽 맥을 잡고, 진료 보는 내내 옆에 서있었어요. 환자들은 얼마나 짜증나요. 환자가 누워있는데 이상한 애가 와서 이쪽 잡고 저쪽 잡고 한 세 번 정도 잡거든요. 민폐인데, 두 원장님 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졸업 후에 1년간 너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공보의를 갔습니다.


Q. 임상을 하다가 공보의를 가셨으면 좀 더 남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공보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A. 공보의 첫 해 동안은 배운 것들을 정리하려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놀아도 시간이 남아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을 자꾸 벌이는 타입이어서, 보건소장님한테 제안을 많이 했어요. 한약을 많이 써보고 싶었는데 보건소에서는 첩약을 잘 못 쓰잖아요. 그래서 일단 보건소장님을 설득해야겠다 싶어서 보건소장님부터 치료해드렸어요. 그때 소장님께서 불면증이 정말 심했었는데, 제가 노의준 원장님 옆에서 불면증 케이스를 많이 봤거든요. 소장님께서  한약의 효과를 직접 경험해보시고는 첩약사업을 위한 예산을 따오셨습니다. 넉넉한 예산으로 첩약사업을 3년 동안 크게 했어요. 관련해서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매년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공보의 3년 차쯤 되니까 다시 또 창업했을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내가 진짜 한의사로 평생 살 수 있을지 고민도 됐고, 진료가 내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잘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거든요.
  


무명기획의 시작

 

 

Q. 그렇게 마케팅 회사를 창업하게 되신 건가요?


A. 마케팅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앞으로 뭘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원하는 건 인생의 큰 흐름을 타고 싶은 거였거든요. 앞으로의 큰 흐름이 무엇일까, 그때 생각했던 게 로봇, 고령화, AI였어요. 그래서 파이썬도 공부해보고, 로봇 관련해서 사람들을 만나러 다녀봤어요. 그러다보니까 결국 내가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고령화와 관련된 이슈밖에 없다고 생각되더라고요. 고령화가 정말 큰 테마잖아요. 그 안에 식품, 주거, 의료 등등 묶여있는 게 많은데 이 중 내가 아는 게 의료밖에 없으니, 일단은 의료에서 고령화라는 테마를 바라볼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면허만 땄을 뿐 의료산업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어요. 업계를 너무 모르고 있는데,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예전에 했던 그 실수를 또 반복하게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의료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하다보면 이 산업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휴학 했을 때 병원 홍보와 관련된 일을 해봤기도 하고요. 병원 돌아가는 것도 알게되고, 어느 병원이 매출이 어떻게 나는지, 운영상의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느 곳은 왜 잘되고 어느 곳은 왜 안 되는지 등 마케팅을 하다보면 업계 상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겠더라고요. 말 그대로 마케팅 자체보다, 이 업계를 알고 싶다는 게 더 컸어요. 그래서 마케팅을 선택했는데, 뒤에서도 말씀드리겠지만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죠.


Q. 현재 대표님이 운영하고 계신 무명기획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병의원을 전문으로 하는 마케팅 회사입니다. 14여 명의 직원들과 같이 하고 있고, 대략 4년 정도가 됐어요. 중간에는 병원 말고 다른 일반 산업군 마케팅을 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저의 처음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다른 것들을 다 정리를 하고 지금은 병원 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무명기획 홈페이지의 사진



마케팅에 대해서



Q. 병의원 마케팅과 일반적인 마케팅 사이에 특별한 차이점이 있을까요?

A. 첫 번째는 의료 광고 관련된 법이 있다는 거예요. 병의원 마케팅은 의료법에 엄격한 제한을 받아요. 잘못하면 원장님이 잘 운영하시던 병원이 문을 닫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 아주 조심해야합니다. 회사 초반에 의료법 때문에 큰 곤란을 겪은 적도 있었는데 그 이후로 정말 빡빡하게 의료법을 신경을 쓰고 있어요.
  두 번째로는 의료 서비스라는 항목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어요. 소비재를 분류하는 방법 중에 ‘탐색재, 경험재 그리고 신뢰재’ 세 가지의 항목으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어요. 탐색재는 서비스나 제품을 탐색해보면 글로 알 수 있는 것들이에요. 예를 들어 핸드폰 같은 것들. 찾아보면 CPU, 램, 카메라 화소, 디자인 모두 볼 수 있잖아요. 안 사도 이미 비교가 돼요. 반면에 경험재는 직접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예요. 음식점 같은 것들이죠. 돈을 쓰기전에는 모르지만, 돈을 써보면 알아요. 맛있는지 맛없는지. 근데 신뢰재는 탐색재처럼 어떻게 수치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경험을 해봐도 몰라요. 대표적인 게 법률, 의료 이런 분야에요. 만약에 수술을 잘 받고나서 일주일이 지났는데 갑자기 다시 터졌더라도 의사가 수술을 제대로 못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의사는 제대로 했는데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건지 몰라요. 

이 신뢰재는 마케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탐색재는 스펙이나 디자인을, 경험재는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를 통해 마케팅하지만, 병원은 의료법상 후기광고도 못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말이 없어요.

 마케팅의 출발은 차별적인 강점을 명확히 하는 것인데, 병원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적 강점은 크게 세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규모와 역사, 전문성(학술적인 성취), 정성적인 부분 이 세 가지가 다예요. 그런데 규모가 작을수록 정성적인 부분만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제 더 이상 특정질환만 한다, 야간진료 한다, 추나요법 한다, 이런 것들은 차별성이 아예 안 먹혀요. 안 그래도 내세울 말이 별로 없는데, 법적인 제재까지 있다 보니 마케팅으로 할 말이 없어요. 의료 광고가 그런 측면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Q. 마케팅특히 병의원 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무엇인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제가 병원 운영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저는 ‘[마케팅의 효율] = 매체 콘텐츠 이렇게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해요. 결국 마케팅의 결과를 결정짓는 2가지 요소가 있다는 말이거든요. 각각에 대해 조금 자세히 얘기해보면 첫 번째로 매체. 매체는 광고 채널을 다루는 기술이에요. 어떻게 하면 블로그 노출을 더 잘 시키는지, 어떻게 하면 파워링크나 구글 애즈의 효율을 더 내는지 등 매체를 통해 기술적으로 얼마나 뛰어난가를 얘기하는 거죠. 콘텐츠는 말 그대로 내용이에요. 표현하고 싶은 말과 이미지, 이게 콘텐츠예요. 사실 두 가지가 곱하기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신경을 써야하는데, 대부분의 원장님들의 관심이 매체에 쏠려있어요. 그러다보니 저희도 당연히 매체에 가장 집중했었습니다. 내부적으로 신규 매체가 있으면 다 운영해보려고 했어요. 저희는 온라인 광고와 관련된 모든 걸 내부에서 다 하거든요. 외부에 맡기는 게 5% 정도밖에 없어요. 매체를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탐구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그렇게 2년 정도가 흐르니까 한계가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너무 매체에만 포커스가 맞춰져있고, 우리가 하는 게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업계 전체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보니,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저희는 콘텐츠에 많은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왜 의료 광고는 이렇게 콘텐츠가 별로지?’라고 생각했을 때 이유는 딱 하나예요. 너무 돈이 없어서 그래요. 만약에 삼성에서 광고 하나를 하면 가능한 모든 매체를 다 쓸 수 있겠죠. 물론 콘텐츠별로 효율적인 매체들이 있지만 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의료 산업은 좀 특이한 게 소상공인들이 직접 마케팅을 한단 말이에요. 의원들은 다 소상공인인데 그 사람들이 마케팅에서 콘텐츠를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대부분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한다.’라는 건 없어요. 사실 마케팅에서 그런 관점 자체가 잘못된 거거든요. 콘텐츠가 완전히 배제된 거잖아요. 포스팅 콘텐츠가 어떻든지 간에 내용은 가치가 없고, ‘개당 얼마, 몇 개 올려, 순위 몇 위에 올려… …’ 그걸로 모든 계약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그게 되게 답답했었고, 그래서 콘텐츠에 신경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답변에서 말씀해 주신 마케팅 공식이 엄청 인상적이에요혹시 콘텐츠 공식에 대한 설명도 조금 더 해주실 수 있나요?


A. 앞에서 “마케팅 = 매체 x 콘텐츠”로 이뤄져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콘텐츠 본질 브랜딩으로 이루어져있어요. 결국 “마케팅의 결과 = 매체 x 본질 x 브랜딩”이에요.

 본질은 병원의 핵심가치가 얼마나 뛰어나냐를 말하는 것이에요. 꼭 의료기술이 아닐 수도 있어요. 진료를 보는 데 굉장히 편리하다든지,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마음이 환자에게 감동적으로 느껴진다든지 등 차별적인 강점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는 것이 본질이에요. 물론 의료적인 차별점이 있으면 가장 좋죠.

 브랜딩은 옷을 입히는 것이에요. 병원을 크게 개원하려는 원장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이 브랜딩과 관련해서 오해를 많이 하세요. 브랜딩은 옷 입히기라고 했을 때 옷을 본질에 입힌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 한방병원이 옆에 있는 한방병원과 무엇이 다른지 본질적인 고민이 없이 브랜딩을 하고 싶다고 하면, 그냥 예쁘게 만드는 것밖에 답이 없죠. 이러면 제대로 브랜딩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콘텐츠가 브랜딩이라고 착각했어요. 사실은 본질이 없으면 브랜딩은 그저 허울뿐인 건데 말이죠.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본질이 뛰어난 양방병원 마케팅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가 너무 좋았어요. “아, 역시 본질이 좋으면 마케팅이 이렇게 쉽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마침 저랑 정말 친한 형 두 명이 병원을 한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 중 한 명이 김지호 원장님인데, 한의대에 나이가 좀 있는 채로 입학했어요. 들어오게 된 계기가 ‘암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저는 형이 처음 입학하고 나서, 오리엔테이션 때 했던 말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서울대 입학했는데 사업하다가 망했고 제적도 당했고, 부모님 두 분이 다 암으로 돌아가시고서 나의 마지막 희망이 한의대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암을 어떻게 하면 한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을지, 그걸 하러 왔다. 나의 목표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그 형님은 그 말에 맞게 한의대 생활을 했어요. 동기인 구자일 원장님과 함께 암 한방병원을 하자고 의기투합해서 졸업하자마자 두 분 다 암 환자만 진료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 형님이 밤에 전화로 집에 잠깐 오라고 하더라고요. 갔더니 노트북을 펴서 PT를 하시는 거예요. 곧 병원을 차린다, 아주 크게. 그러니 같이 돈 모아서 하자는 제안이었어요. 사실 저는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고, ‘마케팅의 본질과 관련된 부분을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겠다. 내가 매체 다루는 것이나 브랜딩 관련된 부분도 해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면 내가 원하는 어떤 모습까지는 가볼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제 같이 시작하게 됐죠. 그리고 그 둘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으니 좀 더 하기 쉽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아예 병원에 출근도 안 하다가 1년쯤 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합류해서 운영총괄을 맡게 되었습니다.


Q. 실제 한의원 운영에 있어서 마케팅의 중요도를 별 5개 중에 몇 개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A. 저는 0.5개 혹은 5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마케팅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앞에서 이야기했던 본질적인 부분들까지 포함시키면 다섯 개이고, 흔히 원장님들이 말씀하시는 마케팅에 한정한다면 0.5개입니다. 결국 본질적인 부분은 우리 병원만의 차별적 강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것은 병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잠깐 휴학 시절 얘기를 드리면 한 번은 아는 분이 병원 마케팅 좀 해달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휴학했으니까 할 것도 없어서 부탁대로 블로그 광고를 했더니 환자들이 엄청 몰려드는 거예요. 광고 퀄리티가 지금 생각하면 엉망이었거든요. PPT로 그림 만들어가지고 한 거였는데, 잘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것도 그 당시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았던 다이어트 쪽이었으니까요.  근데 지금은 아예 안 먹혀요. 경쟁하는 곳들이 너무 많아졌거든요. 지금 당장 00역 다이어트 한의원 검색해서 나오는 블로그 글들 읽어보세요. 다 똑같아요. 그거라도 안 뜨면 아예 내원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예요. 이런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중요성이 0.5개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임상한의사가 아닌 한의대 졸업생


Q. 그러면 현재는 임상과 관련된 일은 아예 안 하시는 건가요마케팅 외에도 하시는 일이 있다면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한방병원에서 진료는 안하고, 나머지 부분들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한방병원이 단순히 ‘큰 한의원’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우스갯소리로 ‘의료업’이 아니라 병원업이라는 게 따로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아예 다른 종류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병원 급에서는 생각보다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오히려 가장 중요한 건 조직 운영이거든요. 저희만 해도 직원이 110명 정도 되는데, 상담팀에서 어떻게 상담을 하고, 관리팀에서는 시설 관리 어떻게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컴플레인 대응을 어떤 식으로 하고 등등... 결국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운영하는가가 병원업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한의원이면 내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가 절대적이고 나머지 일은 보조 정도에 그치지만, 병원은 오히려 보조의 기능이 훨씬 비대한거죠. 

 너무 쉽게 봤다가 호되게 당하면서 배웠고, 지금도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진짜 운이 좋게 동업을 하고 있어서, 형들이 진료 파트를 맡고, 저는 경영을 맡았기 때문에 그나마 쉽게 왔다고 생각해요. 


Q. 한방병원 경영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병원을 경영하는 분들이 대부분 이전에 경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창업을 하는데 시작부터 사람을 몇십명씩 뽑는 경우가 다른 산업군에서는 매우 드문 일인데, 병원은 그렇게 시작을 해야해요. 

 설상가상으로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아닐 세분화된 여러 가지 일을 해야해요. 진료만 해봤는데 간호, 급식, 행정업무, 시설관리, 상담, 그리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까지. 그래서 병원이 어려운 것 같아요. 너무나 다른 형태의 업이 쌓여있는 건데 이거를 그냥 의료라고 착각하기 쉽거든요. 예전에 병원에서 일을 해봤었지만, 진료 파트는 섬처럼 동떨어져 있거든요. 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몰라요. 그러니까 그냥 쉬워 보이는 거죠. 데스크에서 그냥 결제해주고, 밥 하고, 청소하고, 고장나면 고쳐주고. 그걸 할 줄 아는 사람들 뽑았으니까 됐다고 생각했지만 안 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어찌저찌 해나가다 보니까, 어느 병원에나 적용될 수 있는 병원의 틀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틀을 일단 한번 좀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이렇게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부산물들. 예를 들어서 저희 병원에서 따로 만들어서 쓰는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는 의사결정 방식, 직원갈등 해소 매뉴얼 등등. 이런 게 좀 자리가 잡히면 덜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이 생각하실 때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병원은 사람 관리가 절반이라고 생각해요. 다 사람이 하잖아요. 개개인이 어떻게 하는가가 우리 병원 그 자체입니다. 페이 닥터 선생님들이 회진할 때 어떻게 환자에게 이야기했는지, 청소하시는 여사님들이 어떻게 청소를 하셨는지, 상담팀이 어떤 프로토콜로 상담하는지 하나하나가 병원의 매출, 환자의 만족도에 영향을 줍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관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Q. 한의대 시절에 했었던 활동이나 들었던 수업 중에서 현재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수업에서는 답변드리기가 어렵고 도움이 되었던 외부 활동은 참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특정 능력향상을 도와줬다기보다, 저의 인생관이나 성향을 만들어 주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학교 다닐 때 학과 공부와는 다른 차원의 일들을 해보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무엇이 재미와 스트레스를 주는지 명확하게 깨닫고, 내가 멋있다고 느끼는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더라고요.


Q. 그럼 현재 대표님의 인생관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A. 가끔 한의사가 진료를 안하고 다른 일 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세요. 만약 삶을 나에게 주어진 퀘스트를 깨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그 말이 맞겠죠. 멀쩡히 하던 걸 멈추고, 다시 1부터 레벨을 높여야 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삶을 레벨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변 사람들과 많은 걸 함께 경험하면서 사는 것이 저에게 중요한 가치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는 당연히 있죠. 돈이 있으면 새로운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한 분야의 대가가 되고 싶다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된 적은 없어요. 

 저에게 있어서는 졸업 이후에 ‘진료를 안 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었는데요.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내가 왜 진료를 안 해야 하지? 이때까지 내가 한 게 이건데, 남들은 이거 하고 싶어서 난리인데.’하는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경험한 것들이 0이 되는 게 아니니까. 아마 제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게 OB형들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삶의 경로를 틀어서 한의대로 다시 입학한 형들과 함께 20대를 보내다 보니, 경로를 트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나봐요.


Q. 마케팅을 제외하고 한의대생이 나아갈 만한 한의학 외적인 분야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A. 한의학을 살리되,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잘 생각해봐야 해요. 한의대에 들어와서 몇 년 했기 때문에 아예 버리기는 아깝고, 애매하게 살리면서 다른 걸 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오히려 그게 비효율일 수 있습니다. 면허를 살려서 할 만한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심지어 그 분야에서 처음에는 조금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본질적으로 그 업을 영위하는데 큰 메리트가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저도 학교 다닐 때 한의학과 다른 무언가를 접목할 수 없을까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한의학과 다른 무언가를 접목 시키려면그 두 가지 다 정통해야 해요. 만약 한의학과 AI를 결합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합시다. 일단 AI를 공부하고서, 이제 한의학과 융합해야겠다하면 아마 느낄 거예요. “내가 한의학에 대해 아는 게 없구나!” 융합이라는 게 참 어려운 게, 각각의 *도메인 지식이 깊지 않으면 불가능해요. 그런데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사 면허를 딴다고 해서 한의학과 관련된 도메인 지식이 쌓이지 않거든요. 최소한의 출발만 한 거예요. 

 반면에 한의사의 면허를 살리고,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건 가능하겠죠. 변호사나 기자, 공무원 같은 분야들이겠네요.

*도메인 지식 : *해당 영역에 대한 지식


Q. 그렇다면 한의학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하나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일단 적성에 안 맞는다의 정확한 의미를 좀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적성에 안 맞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근저에 여러 가지가 섞여있거든요. ‘한의학 학문자체가 싫다’, ‘업계에 비전이 없을 것 같다’, ‘어딘가에 갇혀서 일하는 게 싫다’, ‘나는 소상공인으로서의 삶이 싫어’ 등등. 도대체 왜 내가 한의사가 되고 싶지 않고, 다른 것을 찾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로 귀결되더라고요.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하기 싫어하는지. 그게 제가 생각하는 진로 탐색이자, 자아 탐구라고 생각해요. 그걸 알기 위해서는 굉장히 도전적이어야 돼요.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알려면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가 없거든요. 저도 아직 못 찾았어요. 열심히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 고민을 학생 때 깊게 해야 되는 것 같아요. 비교적 쉽게 도전을 해볼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한의원을 운영하면서는 그 고민이 뇌 내 망상에 그칠 수밖에 없어요. ‘한의원 그만두고 카페 하면 잘할 것 같은데.’ 싶으면 카페 할 거예요? 그런데 학교 다닐 때는 카페에서 알바도 해볼 수 있고 알바하면서 내가 주인처럼 해볼 수 있잖아요.  

 결론은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분해해보라는 거예요. 그 고민을 쉽게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들여보세요. 고민의 결과가 다시 한의사일 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쓸데없는 고민하다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니라, 훨씬 결정에 힘이 실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Outro



Q.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시다면 얘기해주세요!


A. 제 목표는 그냥 저와 우리 직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다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함께 하면서 ‘다른 데서 일하는 것보다 나쁘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그게 제 일차적인 목표예요.
  제가 한 번씩 ‘우리는 평생 같이 일한다. 여기에 몸과 마음을 바친다.’ 이런 거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든요. 바치지 말라고 해요. 왜 바쳐요. 그냥 여기에 있으면서 그 기간 동안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배우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랑 즐거우면 되는 거죠. 이정도까지도 어려워요. 일하면서 즐거운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웃음). 

 일을 하다 보면 24시간 중에 자고, 먹고, 이동하는 시간을 빼면 12시간 남는데, 그중에서 최소 9시간은 일을 해요. 그럼 남은 건 3시간인데 저는 이 3시간을 위해서 살기가 싫더라고요. 3시간의 여가나 취미를 통해 제 인생의 행복을 찾는 걸 저는 원치 않아요. 9시간을 너무너무 즐겁게 할 수는 없더라도, 9시간의 삶이 저를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대만드의 공식 질문입니다저희 [대신만나드립니다]가 다음에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A. 제가 추천하고 싶은 분들은 이미 대만드에서 다 인터뷰를 하셨더라고요. (웃음) 생각나는 사람이 2명정도 있는데 한명은 한의사를 안 하고 차량용품을 팔고 있어요. 나준오라는 친구인데 이 친구는 공보의 때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에서 만났어요. 처음에 집에 3D 프린터 몇 개 설치해놓고 사업을 시작하더니, 지금은 꽤 성장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명은 제 동기 윤성훈이에요. 졸업 후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을 거쳐서 지금은 WHO 서태평양지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둘 다 색깔이 뚜렷한 친구들이라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며 들은 대표님의 진솔한 이야기와 그 속에서 느낀 대표님의 열정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인터뷰였습니다. 대표님께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2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지루한 순간이 단 1분도 없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인터뷰 이후의 식사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의 대표님의 행보도 대만드 동물들이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인호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플라밍고, 용, 갈매기

Writer & Editor. 플라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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