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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Dec 14. 2023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장 손지형 한의사 (1편)

국립재활원에서 임상과 연구, 정책을 아우르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국립재활원은 국내에 유일한 재활전문 국립중앙기관인데요. 2010년 12월에 한방진료과가 개설되었고, 현재에는 한방내과와 한방재활과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여름, 대만드의 참새, 갈매기, 백조와 유니콘이 국립 재활원에 계신 손지형 과장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한방진료과 개설 초기부터 재활원에 근무해 오신 손지형 과장님의 열정 가득한 이야기, 지금 만나 보시죠!


손지형 과장님 약력
-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 박사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 졸업 
- 現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장 
- 前 듀크대학교 방문학자
- 前 함소아 한의원 한의사
- 前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 침구과 전문의 


Intro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는 손지형이라고 합니다. 저는 경희대 95학번이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를 받고 경희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침구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고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에는 한동안 함소아 한의원에서 근무하다가 국립재활원에 자리가 생겼다고 해서 지원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Q. 요즘 하루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A. 보통 8시 반에 출근하고, 5시 반에 퇴근해요. 주로 협진 업무를 보고, 한 타임 정도 외래 환자들도 봅니다. 요즘은 연구소와 협업해서 두 건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한 건은 외부에서 수탁받아서 하는 뇌졸중 환자 데이터 연구이고, 한 건은 거짓 침 연구예요.


Q. 연구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내부 연구과제와 외부 연구과제가 있어요. 내부 연구는 재활원에서 펀드를 받아서 진행하는데, 지금까지 꽤 많은 과제를 진행해 왔어요. 뇌졸중 어깨 통증 RCT 연구도 했었고, 척수 손상 환자 통증 관련 연구, 뇌졸중 상지 경직에 관한 연구도 진행했고요. 2~3년에 한 번씩 임상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외부 연구는 의한 협진 1차 시범사업 때 국립중앙의료원, 부산대학교가 함께 연구팀을 이루어 연구를 진행했고 작년부터는 경희대, 원광대와 협업해서 뇌졸중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원과 수련의 생활

Q. 석사과정을 밟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원래부터 데이터 모으는 것, 연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신입생 때부터 한의대 선배들이 한의대에 뭐 하러 왔냐고 물어보면 협진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 당시는 한약 분쟁 시기였는데 선배들은 말이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이상하게 협진 연구를 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선배 중 한 분이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가시는 것을 보고, 저도 보건학, 보건 통계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보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석사 시절에는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소개해 주실  있나요?

A. 저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역학 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했는데,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분야라서 연구 방법론을 아주 중요하게 배웠어요. 제 지도 교수님이었던 조성일 교수님이 침 연구들을 모아서 체계적 문헌고찰을 해보라고 하셔서 '국내외 침 임상시험 논문들의 연구 방법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석사 논문을 썼어요. 그 당시에는 체계적 문헌고찰의 가이드라인이 정립되어있지 않아서 보건대학원 교수님과 한의대 교수님의 자문을 구해서 썼어요. 이향숙 교수님, 박히준 교수님께서 STRICTA(Standards for Reporting Interventions in Clinical Trials of Acupuncture) 관련 논문을 내셔서, 그 기준에 맞춰서 침연구논문들의 침 연구 방법론에 대해 평가하는 리뷰 논문을 시도했었어요. 당시에 보건대학원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하는 석사과정생 3명에게 1년에 한 번씩 상을 줬는데, 저에게 우수 논문상을 주시더라고요. 보건대 교수님들이 보시기에는 침 관련 주제로 한 연구가 흥미로웠나 봅니다. (웃음)


Q. 석사 과정 중에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저는 보건대학원에서 했던 지역사회 실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1년에 한 번, 일주일간 춘천에 가서 지역주민들의 건강상태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했거든요. 가가호호 다 방문해서 데이터를 모으고, 매년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문도 썼어요. 이런 사업은 의학의 기초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한의계에서도 이런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방생리학 교실 같은 곳에서 지역을 하나 정해서 지역주민들을 변증하고 질환과의 연관성 같은 걸 밝혀내는 사업을 하면 좋겠어요. 


Q. 국립중앙의료원 침구과 수련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A. 저는 MBTI가 ‘E’라서 그런지, 수련의 시절에 다른 전공의 선생님들과 교류하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저 때는 중앙의료원에 한방 전공의가 2명밖에 없어서, 양방 전공의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한양방을 그다지 구분하지 않고 지냈어요.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내관혈이 임신 오조에 효과가 있다는 외국 데이터를 보고는 실험을 한다고 자문을 구하러 오기도 했고, 신경과에서 갑자기 콜이 와서 구안와사 환자분에게 침을 놓고 오기도 했어요. 

  병원은 자기 과 수련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타과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이 쌓여 가는 게 수련의 일종이잖아요. 로컬로 나와버리면 이렇게 허물없이 교류할 기회가 적으니까, 타과와 교류하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그때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큰 기관에서 수련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Q. 그 당시 국가 기관에서 수련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이었나요?

A.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한방진료부와 타과의 교류가 많았고,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이라서 한의 보건 정책에 관련된 연구를 많이 했어요. 지금은 법인화가 되었지만요. 또 한국을 대표해서 미얀마에 의료 봉사도 갔었습니다. 제가 수련할 당시 국내에 사스가 발생해서 격리 병동이 국립중앙의료원에 처음 설치되었는데 한방병동과 가까워서 무서웠지만 감염병에 대해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과장님이 TV에 출연하여 금연침을 홍보해서 환자가 하루 100명이 넘었던 적도 있었고 여러 가지 한의정책 관련 연구나 회의 등을 옆에서 볼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보건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국가 정책과 관련된 많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국가기관의 장점인 것 같아요.


Q. 대학원 공부와 수련 생활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그 당시 보건대학원은 몇 가지 필수과목을 제외하면 야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지금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낮에는 수련 생활을 하고 당직이 없는 야간에는 수업을 들었어요.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주변 선생님들이 너무 좋아서 그때가 정말 재밌었어요.


Q. 석사 과정 이후 경희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제 석사 논문을 봐주신 경희대 박히준 교수님이 박사 과정 교실을 추천해 주셨는데, 김용호 국장님이 그곳 지도 교수님 이셨어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부장을 하셨고 한의학 정책과 국장님까지 지낸 분이신데,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으셔서 관련 연구도 많이 진행하셨죠. 그분이 정책 연구를 제안해 주셔서 경희대 대학원에서 한약제제 건강보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답니다. 이전에 한 연구와 너무 다른 분야를 연구한 거죠. (웃음) 그래서 저는 항상 저를 이렇게 홍보한답니다. 임상과 연구와 정책을 다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요. 연구면 연구, 정책이면 정책, 임상이면 임상, 확실하게 가야 하는데, 저는 다소 어정쩡하게 결합된 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기 국립재활원 한방재활의학과가 임상도 하면서 연구도 할 수 있고 정책도 제안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Q. 석사박사 과정에서 하신 연구가 지금 하시는 일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나요

A. 많은 영향을 주죠. 석사 과정에서는 미흡하게나마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의 맛을 봤고, 그때 배웠던 역학이 연구방법론이나 데이터 수집 방법을 결정하는 측면에서 지금의 연구에 다 영향을 주고 있어요. 역학을 공부하고 나오니까 보는 눈이 생겨서, 한의학 연구에 적용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박사 과정에는 정책 관련 연구를 하면서 질적 연구도 같이했어요. 그때 한의계의 미래를 내다보시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조금 머리가 깨이더라고요. 아직 실현되지 않은 한의계의 밝은 미래를 꿈꾸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걸 느꼈어요. 그렇다면 '나는 근거가 될 만한 데이터를 모아야겠다다른 사람들이 그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할 수 있게끔 도와야겠다.' 하는 생각을 그때 이후로 해오고 있는 것 같아요.


국립재활원, 공공의료와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가 2탄에서 계속됩니다.

Interviewer. 참새, 갈매기, 백조, 유니콘

Editor.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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