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ICMART 2024! 학술대회가 개최되기 전, ICMART 2024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하시는 한의사 분들, 또 학술 연구 발표를 예정하고 계신 한의사분들의 특집 인터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그 네 번째 이야기는 경희대의료원 침구과 교수이자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로 활동 중이신 남동우 교수님입니다.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대한한의학회의 국제 활동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계시는 남동우 교수님의 이야기를 하늘다람쥐가 대신 전해드립니다.
[약력]
-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PPCR Course 수료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 경희의료원 한방척추관절센터 진료교수
- 한국한의학연구원 전문위원
- 대한침구의학회 부회장
-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Q. 안녕하세요, 교수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만나서 반갑습니다. 경희대 한의대 침구과 교수이자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로 재직 중인 남동우라고 합니다. 방학인데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요. (웃음)
침구학교실 교수로서의
남동우 교수님
Q. 교수님께서 저술하신 논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외과적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 불면 환자나 뇌파 이상 등과 관련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해 오셨는데, 이를 통해 침구학을 활용한 치료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침구법으로 치료 가능한 다양한 질환 중에서도 척추관절질환을 주로 연구하고 계시는데,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침구과로 진학하고, 병원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밟게 되면서 침구과 교수님들께서 진행하시는 다양한 연구 과제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었습니다. 침구과 교수님들의 수가 많으시고 각자 관심 분야도 다양하시다 보니, 연구 보조에서 시작해 실무 책임자를 맡게 되기까지 다양한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연구 기획부터 국가 연구 과제를 통해 펀딩을 받는 과정, 연구 결과물을 논문화하고 특허를 받거나 산업화하는 과정 등 연구 진행 전반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침구 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임상 연구를 비롯하여 진단 및 의료기기 개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치료 작용 기전을 탐색하는 연구 등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경력을 기반으로 교수 발령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침구과 한방척추관절센터에서 임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매일 보는 환자들과 관련된 연구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만성요통증후군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연구, 약침요법의 척추 관절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 임상연구, 새로 개발되고 있는 레이저침의 요통 및 관절염 환자에 대한 효과 연구 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레이저침을 생소하게 느끼는 독자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현재 사용하고 있는 레이저침은 표피에 레이저를 쏴서 경혈을 자극하는 기계인데, 저희는 침 끝에 조사기를 부착한 형태의 레이저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몸 안에서 레이저를 직접 쏘니 조금 더 경혈에 가까워져서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대둔근이나 요근처럼 더 깊이 들어가서 레이저 자극을 주면 치료 효과가 극대화될 것 같아요. 지금 동신대학교와 함께 공동 개발하여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해외에서도 침의 기전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통적 침구학의 개념은 기혈의 순환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반면, 서양의학적 관점에서는 신경계의 변화를 위시하여 침구학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관점으로 침 치료의 효능을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임상의로서 환자 치료를 가장 큰 목표로 삼다 보니 한의학적 관점과 서양의학적 관점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 같습니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라면 전통적 개념의 침구학뿐만 아니라, 근육학이나 신경학 등에 기반한 침구 치료도 필요에 따라 배합하여 활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에 있어서도 이러한 부분은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설계에서도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짓기보다는 잘 어우러져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연구 결과가 과학적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한의학의 진정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임상 연구 논문 중에 침이나 한약의 효과가 없다고 보고된 논문들을 보면 한의학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연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임상에서 행하는 변증이나, 각각의 환자 특성에 맞춰서 변형되는 맞춤형 처방, 단순히 한두 가지 증상이나 기능이 아닌 전반적인 망문문절 상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처럼요. 서양의학적 진단 하에 환자들을 모집하고 표준화된 치료로 획일적인 처방을 적용하면서, 한 두 가지 주요 증상에 무게를 둔 평가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다 보니 이러한 오류가 생겼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최근 임상 연구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로 한의학적 변증까지 적용한 피험자 선정 기준을 적용한다거나, 변증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 모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아예 일정 수준 이상의 임상 경험이 있는 한의사가 평소 임상 진료를 시행하던 대로 피험자를 각각 나눠 그에 맞는 치료를 자유롭게 적용하도록 허용한 후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을 들 수 있겠습니다.
치료 효과의 기전을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도 두 종류의 관점을 함께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활용되던 한의학적 해석과 더불어, 대사체를 분석한다거나 유전자 분석을 통한 치료 반응군과 무반응군의 차이를 분석한다거나 하는 다양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죠. 이러한 접근을 통해 한의학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 도구와 설계 방식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침구과 임상의로서 침법과 뜸법을 어떻게 사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환자들에게는 대체적으로 침과 뜸을 함께 적용하고 있습니다. 봉독과 같은 약침요법을 적용한 이후 화학적 반응을 활성화하여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열자극을 가하는 개념으로 뜸을 병용하기도 하고, 특정 부분의 경결을 풀 때 침을 자입한 후 뜸으로 온열 자극을 더하여 그 효과를 배가시키고자 활용하기도 합니다.
입원 환자들에 있어서 좀 더 연로하시고 허증 경향이 있는 분들은 침치료 횟수나 침 개수를 줄이고 뜸을 더 많이 늘린다거나, 젊고 실증 경향이 관찰되는 분들은 거꾸로 침을 더 늘리고 뜸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응용하기도 합니다.
Q. 침구 치료가 세계화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그래서 중의학과의 차이가 뭔가요?’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브랜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수지침, 사암침법, 사상의학에 기반한 체질 침법 등도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워낙 진료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다 보니 새롭게 활용되는 침법도 많습니다. 성장침, 미용침, 비만침, 약실자입요법(매선), 다양한 약침, 침도요법 등 임상적으로 특화된 클리닉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침법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런 강점을 외국어 서적, 강연, 국제 학술대회 발표, 논문화 등을 통해 브랜딩하고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 기술의 발달로 전침이나 봉침, 약침 등 침구 치료의 종류 또한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교수님께서는 주로 어떠한 치료법을 활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MPS 요법이나 사암침법 등 다양한 침법들을 모두 활용하시는 편인지, 가장 효과가 있는 침법을 위주로 환자를 치료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예, 각각 임상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통증 조절 혹은 마비 증상 등을 치료하기 위해 전침을 사용합니다. 일반 침 치료만으로 효과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만성적인 염증이나 면역계 치료를 목표로 할 때 봉독약침요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유침보다 장기간에 걸친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만성적인 질환, 통증질환, 근육 강화가 필요한 퇴행성 질환 등에는 약실자입요법(매선)을 적용합니다. 급성적인 염좌 혹은 연부 조직 손상 등에는 동씨침을 활용하고, 근골격계 증상 외에도 특정한 변증을 암시하는 증상이 확연히 관찰될 때는 사암침법을 배합하기도 합니다. 이상근 증후군처럼 신경 포착으로 인한 방사통이 의심될 때는 Trigger Point를 잡아서 풀기도 하고, 금연 등을 목적으로 오신분들께는 이침요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이론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치료 요법 중 개별 환자의 특성과 증상에 따라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무기를 선택하여 사용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치료법과 관련해 직군 간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교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A.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침의 효과가 뛰어나고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해요. 치료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침이 다방면에서 활용될수록 시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한의사들이 더욱 가치가 높아지지 않겠어요? 물론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야겠지만, 전문성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환자들도 다 알고 한의사를 찾아 오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가장 보람을 느꼈던 환자와, 가장 보람을 느꼈던 연구에 대해 각각 하나씩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질병이 만성화되어서 잘 낫지도 않고,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어서 외래로 오시는 것도 큰 일이신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제게 침 맞아야 일주일을 버티신다며 옥수수도 챙겨다주시고 직접 기르신 복숭아도 가져다주실 때 많은 감동과 보람, 책임감을 느낍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꼽자면, 양방 병원에서 수술도 받고 신경차단술도 받고, 진통제도 달고 사시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통증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시던 환자분께서 저희 병원에 오신 적이 있습니다. 자증도 많이 나셨고 우울증도 오고 다양한 부작용 때문에 어지럽거나 소화도 잘 안되어 입맛도 없으셨던 환자 분인데 진료 받으시고는 왜 진작에 한방 치료 안 받았는지 모르겠다, 진통제도 끊으셨다고 말씀하시면서 밝게 활짝 웃어 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시는 환자분을 문진하는 과정에서 민물생선회를 많이 좋아하신다는 한마디가 마음에 걸려, 혹시 몰라 뇌 MRI를 찍었더니 기생충으로 인한 뇌 손상이 발견되어 신경과로 전원시켜 드렸던 경험도 기억에 남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환자의 증상을 잘 챙겨 들어서 생각지도 못했던 병명을 찾아드리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연결해드리는 것 또한 의료인의 큰 의무라는 생각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편, 가장 보람을 느꼈던 연구는 비특이적 만성요통 증후군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가 되기 이전부터 대한침구의학회를 통해 다양한 임상진료지침 개발 사업에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쌓다가, 교수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직접 책임연구자로 진행했던 연구라 더 애착이 갔습니다. 연구 기간이 길기도 하고 많은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진료지침 개발 과정의 특성상, 연구 과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분들과 함께 연구를 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결과물도 잘 나왔고, 다양한 국가의 연구자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서 해외 학회에 나가서 해당 연구를 소개할 기회도 많이 주어졌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꼽고 싶습니다.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로서의
남동우 교수님
Q.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로 활동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아버지께서 외교관이셔서, 어릴 적 꿈은 아버지처럼 외교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 일본,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언어도 쉽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이러한 능력을 좋은 곳에 활용하고자 했고, 다양한 국제교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대한침구의학회와 한방척추관절학회에서도 국제 이사를 맡아서 한일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한일 공동 임상연구를 수행하면서 실무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당시 대한한의학회 회장님이셨던 김갑성 교수님과 현재 회장님이신 최도영 교수님께서 저를 좋게 봐 주셨고, 덕분에 국제교류이사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져 지금까지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국제교류이사로서 활동하시면서 여러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셨을 것 같은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실까요?
A. 매년 개최되고 있는 한일심포지엄과 한중학술대회를 잘 이어받아 지속적인 조율과 진행을 거쳐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을 때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WFAS(세계침구학회연합)나 WFCMS(세계중의학회연합회)에서도 임원으로 임명받아 교류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같습니다. 먼저, 국제 활동에 많이 참여하다 보니, 전통의약 관련 국제산업표준을 논의하고 제정하는 ISO TC249에도 한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때 한국 대표단 단장님이신 김용석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KS로 제정되어 있는 ‘침 시술 안전 관리 국내 표준’을 Technical Report로 승인받아 출판하였습니다. 침구 시술의 안전 관리와 관련해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들과 조율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국제 표준 형태로 만든 것인데, 이것 또한 자랑스러운 성과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ICMART에 대한한의학회가 정식 회원학회로 승인받는 과정에서 ICMART 이사로 임명 받고, 결국 한국에서 ICMART 학술대회 및 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유치하는 데에 기여한 것 또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우리와 가깝게 교류하고 있는 전일본침구학회 또한 ICMART와 연결해 주어 이번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국제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PPCR 과정을 수료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당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해당 과정을 수료하면서 어떤 부분을 주로 연구하셨고, 어떤 깨달음을 얻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초등학생 딸아이를 하나 두고 있는데, 제가 어릴 적 경험했던 것처럼 해외 교육을 통해 영어도 배우고 외국인 친구들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빠로서 가장 큰 바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해외 연수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이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저를 위해서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마치신 김용주 상지대 교수님께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제가 임상에 종사하고 있고, 임상 연구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보 니 자연스럽게 PPCR이라는 임상 연구 전문가 양성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해당 과정은 임상 연구의 역사부터 다양한 형태의 임상 연구 설계, 계획서 작성 방법, 피험자 수 산정 방법, 임상 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통계분석 기법, 다양하게 고려해야 할 임상연구의 윤리 및 법률적 부분, 최근 새로운 연구 경향, 결과물 발표와 산업화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어, 임상에 필요한 최신 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위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면 이듬해에 새로 들어오는 수강생들을 상대로 멘토링을 진행하며 함께 공부하는 Teaching Fellow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현재도 한국에서 원격으로 수강생들을 멘토링하고 프로젝트를 채점하는 등의 활동을 지속하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국과는 다르게 수업 중 토론이 상당히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잘 모르는 부분을 부끄러움 없이 질문할 수 있고,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즐거워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워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수업 중에 교수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말씀이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There is no right or wrong in the classroom.” 교실은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정답도 오답도 없다는 말인데, 그 깊은 뜻은 어떠한 뜬금없고 엉뚱한 질문도 토론할 가치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강의 시간에 이미 다루었는데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은 아닌지 야유받을 만한 질문도 교수님께서 여유 있게 다시 설명해 주셨습니다. 함께 수강하는 동료들도 각자 어렵게 느끼는 부분을 본인들 수준에 맞게 쉽게 설명해 주면서 즐거워하는 분위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Q. 해외와 국내의 의료 제도가 서로 상이하여 어려움을 겪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떤 부분에서 난항을 겪으셨나요?
A. 미국은 워낙 ‘오픈 마인드’이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본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한의학 관련 발표를 하는 저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던 것 같습니다. 특히 최신 연구 기법을 적용한 다양한 침 및 한약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도 발표된다는 점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학술적인 부분보다 의료 이용자로 많이 당황한 경험은 있었네요. 딸아이가 어쩌다가 고열이 나면서 혈관염 증상을 보여서 병원에 데리고 간 적이 있습니다. 병원에 당장 환자가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예약을 하고 2~3일 있다가 다시 오라고 돌려보낸다거나, 어렵게 예약을 잡고 다시 방문했더니 긴긴 상담과 검사를 시행한 후 결국엔 별 처치 없이 지켜보라는 지시를 내리거나 하는 상황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더 심해지거나 나아지지 않으면 더 큰 병원에 다시 예약을 잡고 가보라면서도, 병원비용은 한국과 비교한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청구가 되는 시스템에 많이 당황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검사 결과가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서 집에 있는 상비약과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웃음) 이런 경험을 하면서 한국의 의료 체계가 얼마나 신속하고 저렴하게 잘 설계되어 있는지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대한민국의 한의사와 타 국가의 의사/중의사/침술사에게 허락된 의료 행위의 범위 간 차이가 궁금합니다.
A.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의료체계가 이원화되어 있어서 대만 중의사들의 면허 범위가 한국의 한의사들과 비슷합니다. 다만 대만의 경우 중의사도 x-ray라든지 혈액검사, 대소변검사, 심정지와 같은 응급 상황에서의 심전도 검사 등 현대 의료기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해당 법률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법적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 중의사의 경우 중의사, 서의사, 중서결합의 형태로 어느 정도의 구분은 되어 있지만 이는 전문 분야를 나타낼 뿐, 사실상 의료행위의 범위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어떠한 면허를 가지고 있어도 진료권에는 제한이 없도록 법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한약을 제약회사에서 생산하고 의사들이 처방하는 방식으로 체계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침과 뜸은 각각 침사, 구사라는 직업군이 따로 존재하고 있어서 처치법에 따라 직역이 모두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 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사들은 의료 행위에 있어서 제약이 거의 없다 보니 침구 치료부터 한약 처방까지 다양한 치료 요법을 배우기만 하면 바로 본인의 임상 진료에서 적용이 가능합니다. 중동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아직 한의사 혹은 전통의사 관련 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마사지 샵을 열듯이 침술원을 오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주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과 자격시험 점수를 획득한 사람에게 침구사 면허를 발급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한약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약품보다는 식품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의료 허가 없이 처방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따라서 한의학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고, 의료 체계 안에서 교육이나 면허가 관리가 되며 건강 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다는 점은 한국 한의사 제도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현대 의료 기기의 활용, 의료 기사 지시권, 물리치료사 고용, 국민건강 보험 수가의 현실화, 사보험 제도 안에서 한의약의 보장성 강화 등 넘어서야 할 과제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 기반은 대만과 비슷하게 잘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Q.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이사님께서 세우고 계시는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단기적으로는 한의학을 알리는 영문 서적, 일본어 서적 등을 집필할 계획입니다. 국가 과제를 통해 사암침이나 한국 침구학, 한국 한의학의 개론 등을 소개하는 책을 집필한 경험이 있습니다만, 이런 경험을 토대로 외국 의사들이나 침구사들이 한국 한의학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임상서를 편찬해 보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WHO나 ISO TC249처럼 전통 의약 관련 국제기구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꿈을 꿔봅니다.
Q. 졸업 후 해외 활동을 목표로 하거나 공중보건학 전문가를 꿈꾸는 한의대생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 말씀이나 조언이 있으실까요?
A.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석,박사 학위 과정에 진학한 한의사 선후배들도 있고, 그 외에도 존스홉킨스 쪽에서 학위를 받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미리부터 알아보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합격하여 진학할 수 있으니 유학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진출을 포함한 활동의 기회도 더 다양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국가에 따라 또는 주에 따라 관련 제도나 환경도 많이 다르니, 반드시 사전 조사도 많이 해보고 해당 지역이나 국가에서 활동하고 계신 선배들을 찾아 조언을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ICMART 2024와 관련해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Interviewer. 하늘다람쥐
Writer & Editor. 하늘다람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