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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에서 만나는 한의학, 김성진 한의사

by 대신만나드립니다
혹시 현대자동차 안에 한의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유독 더웠던 8월 마지막 주, 플라밍고와 사막여우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사내 한의원을 운영하는 김성진 원장님을 만났습니다. 사내한의원에 대한 소개부터 학생들에게 전하는 조언까지 정말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한 원장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던 사내 한의원에서의 이야기, 지금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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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대구한의대학교 졸업

대구한의대학교 대구 한방병원 침구의학과 전공의 수료 및 전문의 취득

학교법인 제한학원 남양현대한의원 前원장

학교법인 제한학원 현대한의원 원장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학교법인 제한학원 현대한의원의 대표원장 김성진입니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 있는 사내한의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원장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아이를 키우는 남자 한의사들의 일과와 같습니다. (웃음) 아침에 일어나서 8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면 육아를 해요. 출근 시간이 조금 빠른 편인데, 대신 퇴근도 5시로 빠른 편입니다. 야간 진료와 주말 진료가 없어요. 주중에는 똑같은 일과가 반복됩니다. 퇴근을 하면 아내가 아이를 놀아주고 저는 집안일을 주로 해요. 매일매일 그렇게 살고,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Q. 학부생 시절 원장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유급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정말 많이 놀았어요. 학부생 시절을 떠올리면 두 가지 정도의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첫 번째로, 동문에서 의료봉사를 매년 다녔어요. 그 당시에는 모든 동문의 존재 목적이 의료봉사였을 정도로 다들 봉사를 열심히 했거든요. 본과 2학년 때는 총무를 맡을 만큼 열심히 했어요. 봉사활동을 따라다니며 배우기도 하고 직접 찾아서 공부도 한 덕분에 한의사로서 필요한 공부를 조금씩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침구학회라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침이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들어간 동아리였죠. 공부를 정말 힘들게, 열심히 했고, 실전 연습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부원들과 모여서 심자나 투자를 해보기도 하고 장강혈에도 자침해보면서 열정적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들이 침구의학과 전문의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많이 주었습니다.


사내한의원이란


Q. 이전에 다른 로컬 한의원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당시의 생활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졸업하던 시기에는 병원 수련이 인기가 많았고, T.O.도 지금보다 많았어요. 인턴, 레지던트 지원율이 높아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붙어서 대구한의대 한방병원에서 전공의를 시작했습니다.

‘침구의학과’는 간단히 말하면 정형외과 같은 곳이에요. 주로 보는 질환이 비슷하죠. 저는 인턴일 때 침구의학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어요. 단순히 동아리 활동을 침구학회를 했고, 그러면서 침 공부를 했으니 당연히 침구의학과에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지원했어요.

전공의 시절에는 교수님께서 공부를 정말 많이 시키셨고, 못해서 매일 혼났어요. 사고도 많이 쳤고요. 병원 생활에서는 ‘조직’ 문화가 가장 중요한데, 스스로 조직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병원에 남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딱 제가 수련을 마치던 해에 대구한의대와 현대자동차의 협의로 울산 공장 안에 최초로 한의원이 생겼어요. 당시 모집 조건이 ‘관절 분야의 전문의 자격이 있는 한의사’였는데, 교수님들이 가실 수는 없잖아요. 제가 듣기로는 윗 학번 선배들에게도 다 연락을 했는데, 다들 각자 한의원에서 일하고 계셔서 못하시고 기회가 저한테까지 넘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시기가 운 좋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다른 로컬 한의원에서의 근무 경험은 따로 없습니다.


Q. 인테리어, 위치 등 사내한의원의 내부 구조가 궁금합니다! 혹시 간략한 소개 가능할까요?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은 부지가 정말 넓어요. 폭이 10km는 될 거예요. 공장 중심지에 서울 강남 같은 땅이 있는데, 거기에 산업보건센터라는 큰 건물이 하나 있어요. 자동차 공장의 본관 옆에 있는 건물인데, 그 안에 한의원이 있습니다. 내부 구조는 로컬 한의원이랑 비슷해요.

한의원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침, 뜸 부항 치료는 하고 있고 물리치료 기계(ICT)는 없어요. 추나 치료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횟수까지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엑기스 제제(보험 과립제)도 다 사용하는데, 올해 초까지 한약 처방은 하지 않았어요. 최근에 비보험 한약 제제를 판매할 수 있도록 지침이 변경되었습니다.


Q. 앞에서 산업보건센터를 언급해주셨는데요. 같은 건물 안에 사내 병원, 사내 치과 등 다른 의료 서비스도 있나요?
우선 일정 인원 이상의 사업장에는 꼭 병원이 있어야 해서 1차 병원 수준의 양방병원이 있습니다. 산업보건 관련 전문의분들 혹은 일반내과 전문의분들이 있으셔요. 마찬가지로 건강 보험 치료만 할 수 있어서 엑스레이 검사, 기본적인 약, 주사 치료만 가능하고, 관절주사나 초음파 검사 같은 것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주목적은 간단한 내⦁외상 치료와 직장인 건강 검진, 독감 예방 접종이거든요. 그래서 양방병원에 대해 진료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환자분들이 꽤 있었어요.
관절이 아플 때, 주사나 물리치료를 받는 것처럼 환자들이 당연하게 받고싶어 하고 기대하는 치료가 있잖아요. 그런데 공장 안에 있는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포함한 많은 치료를 받으려면 행정적인 절차가 필요하고 시스템적으로 어려워요. 그래서 접근성이 좋은 한의원으로 침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경우도 많고,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양방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으시는 경우도 많아요.


Q. 울산 현대자동차 사내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분은 주로 호소하시는 질환이 궁금합니다!

거의 95%는 근골격계, 즉 관절이나 근육의 문제가 있으신 환자분들이고, 한 5% 정도는 내과 질환으로 오시는 환자분들이에요. 소화 불량, 비염, 감기 등등 여러 질환으로 오시죠.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 환자는 의외로 거의 없어요. 출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야 사내한의원에도 올 수 있다보니 많이 아프신 분들은 사실상 방문하실 수가 없죠. 아마 대부분의 사내한의원이 저희랑 비슷할 것 같네요.


Q. 그러면 환자분들은 근골격계 질환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으로 내원하시나요?

제가 직접 조사를 한 건 아니지만 허리나 목, 어깨 통증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공장이다 보니까 특수한 경우가 몇 개 있긴 한데요. 손가락이 찍혀서 오신다거나 기계에 찍혀서 퉁퉁 부은 채로 오시는 경우도 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환자분들은 무조건 한의원 가서 피 빼면 낫는다고 생각해요. 의료 매뉴얼대로 엑스레이 찍어보고 확인해서 괜찮으면 그 다음 조치를 취해야하는데 양방은 놔두고 그냥 한의원 와서 피부터 빼달라는 경우가 진짜 많아요. 어디 부딪혀서 생긴 혈종 때문에 피 빼달라고 오시는 경우도 많고요.

또 기억에 남는 건 수술 받고나서 오시는 경우인 것 같아요. 제가 인턴 레지던트 하면서도 자주는 못 봤던 케이스들인데요. 어깨나 반월판 연골 수술 이후에 재활 때문에 오는 분들이 일반 로컬에 비해서 많은 것 같아요. 최근에 발바닥 뼈 골절로 철심을 박은 분이 오셨어요. 철심을 박았으니까 부어 있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출근을 해야하고 통증도 느껴지니까 한의원에서 매일 침을 맞고 가셨어요. 철심을 빼기 전에 최대한 안 아프고, 덜 불편하게 할 목적으로도 치료를 하고요, 철심 빼고 난 뒤에 피부가 부은 것들을 치료하거나 재활을 해드리는 거죠. 사실 그 분들 상황에서 갈 병원이 없으니까 저희한테 오시는 거예요. 근로자분들 입장에서는 회사 안에 한의원이 있는 게 진짜 좋은 것 같아요.


Q. 또 다른 사내 한의원 환자군만의 특이점이 있을까요?
공장 안에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한의사로서의 업무 말고도 환자분들의 기본적인 의료 상담까지 해드리는 것 같아요. 한 번씩은 제가 가정의학과 전공인지 침구학과 전공인지 헷갈릴 때가 있기도 해요. (웃음)
혈압을 재서 160/100 나왔는데도 혈압약을 안 드시는 분들이 있어요. 허리 아파서 왔는데 혈압약 먹기 싫다고 안 먹은 지 1년 된 그런 분들이 정말 많아요. 안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안 먹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께 약 먹어야한다고 설득하는 것도 제가 하는 일 중에 하나입니다. ‘약 안 먹어도 혈관 안 터질 수 있고 중풍 안 걸릴 수도 있는데, 대신 심장이 망가졌을 때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약을 빨리 먹어라.’라고 말하거든요. 아니면 일 하다가 감염되어서 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발목이 봉와직염처럼 부어있는데 와서 피 빼달라고 얘기하세요. 그러면 빨리 항생제 먹으러 가라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좀 있죠.


Q. 환자분들이 근무 시간 안에 아무 때나 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나요?
주로 출퇴근 시간 전후에 오십니다. 만약 근무시간 중에 다친 경우, 갑자기 아픈 경우는 상급자에게 말씀드리고 오시기도 하고요. 공장이라서 교대 근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침 6시에 출근하시는 분들은 오후 3시에 퇴근하신 후에, 오후 3시에 출근하시는 분들은 출근 전에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한의원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건물의 규모는 매우 커요. 15~16개의 베드가 있고, 추나실도 따로 있어요. 대기실도 굉장히 큽니다. 직원은 한의사 2명, 간호사 4명으로 총 6명이 있어요. 한의원이 1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그때에는 울산 공장에 5만명 가까운 직원들이 있었거든요. 큰 규모의 공장에서 맞게 한의원도 크기가 커야 한다고 이렇게 지었고, 당시에는 굉장히 많은 분이 오셨어요.


Q. 하루 평균 몇 명의 환자가 내원하나요?

처음 개원했을 때는 하루에 80명 정도의 환자가 오셨어요. 이후에는 공장 내외 요건의 변화가 생기면서 환자분들께서 오실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생기고, 오실 수 있는 분들도 많이 줄었어요. 지금은 하루 평균 50명쯤 오시는 것 같아요. 날씨가 너무 더우면 거의 안 오실 때도 많고, 날씨가 좋으면 더 많이 오십니다.


Q. 대구한의대 출신만 현대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나요?
학교 출신은 관계없습니다. 학교법인 제한학원 현대한의원이 울산광역시에 하나, 화성시에 하나, 아산시에 하나 있어요. 화성에는 마침 대구한의대 출신 선생님이 두 분 계시지만 그전에는 다른 학교 출신 선생님이 계셨고, 현재 아산에도 다른 학교 출신 선생님이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전문의 보드가 있는 한의사만 사내한의원에 근무할 수 있나요?
아마 계약 조건은 그렇게 되어 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아요. 현실적으로 구하기 어렵잖아요. 제가 있는 울산은 대표원장만 전문의면 괜찮다는 방침으로 움직이고 있고, 화성에는 두 분 중에서 한 분만 부인과 전문의이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산 쪽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사내한의원의 운영


Q. 사내한의원을 개원,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사내한의원은 사내 양방병원처럼 공장 내에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근로자의 수요와 요청으로 존재하는 복지 혜택이에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그리고 삼성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부분은 학교가 들어가있고 삼성만 특이하게 다른 원장님이 들어가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기업에서 사내 한의원을 유치하겠다고 결정을 하면 공고를 냅니다. 입찰을 받아 기업에서 선정하는 것이죠. 대구한의대도 입찰을 통해서 현대자동차에 선정된 것이고, 현대중공업에는 동의대가 선정된 거죠. 삼성에 들어가 계시는 원장님도 입찰에서 붙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이 만든 한의원이 입찰에서 붙기 위해서는 이력이 필요할 거 아니에요? 제가 듣기로는 삼성 한의원의 원장님은 삼성 쪽에서 봉사활동도 많이 하셨던 것 같더라고요.
입찰이 끝나고 한의원이 운영되면 필요에 따라 페이닥터도 고용합니다. 타 로컬한의원들처럼 구인 광고를 내어 이력서를 받아요. 경우에 따라서는 추천받거나 지인 중에서 알음알음 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화성과 아산의 한의원 원장님들도 공고로 면접봐서 오신분도 있고, 제가 연락해서 모셔온 분도 있습니다.

Q. 일반 로컬 한의원과 돈을 버는 형식이 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내한의원에서는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나요?

큰 맥락에선 비슷한데 세부적으로 다릅니다. 사내한의원은 침, 뜸, 부항, 추나 같은 건강보험이 적용된 치료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비급여 치료들이 거의 없고 수요도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환자가 많이 와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큰 차이점이라면 치료비는 환자분들이 직접 내시고 추후에 회사에서 여러 복지 혜택으로 보상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사내에서 한의원을 홍보하기도 하시나요?

홍보를 할 수가 없어요, 네이버에 홍보할 수도 없고요. (웃음) 산업보건센터 건물에 간판만 한의원이라고 되어 있어서 한의원이 있다는 것조차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마음 같아서는 풍선 인형이라도 달아놓고 싶은데, 공장 내부에 있기 때문에 홍보를 하고 싶으면 공장에 보고를 한 후 허가를 받아야 해요. 사내한의원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도 홍보를 위한 절차도 어렵지만 홍보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홍보를 위해서 회사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 도움이 되죠. 가끔 인트라넷이라고 하는 사내 인터넷에 한 번 홍보해달라고 부탁드리는 정도가 홍보 수단인 것 같네요.

Q. 사내한의원 약간 유지 비용 등은 공장 측에서 부담하나요?
행정과 회계 쪽은 제 관리 영역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추측하건데 일부는 지원 받지 않을까요??


Q. 현대한의원에서 대표원장과 진료원장은 업무에 있어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월급을 조금 더 받는데 그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웃음) 특별한 건 없지만, 관리직이다 보니 직원 관리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퇴직을 하시면 제가 지원자분들 면접을 보고 결정해요. 또, 현대자동차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처럼 한의원에 필요한 행정 서류들을 처리하는 일도 합니다. 그 외에는 법인은 사용한 금액에 대한 서류를 만들기도 하고, 노동 조합이나 회사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처리하는 일 정도를 하는 것 같네요. 일반 한의원의 대표원장과 비슷한데, 회사와 관련된 일이 조금 더 겹쳐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Q. 로컬 한의원을 운영할 때에는 임대료 같은 지출 내역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사내 한의원도 이런 부분에서는 비슷한가요?

제가 회계 관리를 직접 하지 않아서 확실히 답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현대가 소유한 건물에 저희가 임대를 온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부 집기나 치료용 물품은 저희가 구해서 들어갔고, 일하는 한의사 선생님들은 다 학교 병원 소속으로 고용된 것일 거예요. 다른 회사에 있는 사내 한의원들도 저희랑 비슷할 거예요. 삼성에서 운영하는 한의원은 학교랑 협약을 맺은 게 아니라서 저희랑 다를 수도 있겠네요.


Q. 그럼 현재 소속이 현대자동차가 아니신 걸까요?

그렇죠. 한의원 이름부터가 학교 법인 제한학원 현대한의원이니까 저는 학교 소속인 거죠. 저희 한의원이나 남양 연구소에 있는 한의원은 다 똑같이 학교 소속입니다.

Q. 학교 입장에서는 원장님이 환지를 많이 보는 게 중요한가요?
중요는 하죠. 어쨌든 수익이 나면 법인의 수익이 생기는 거니까요. 그런데 제가 해보면서 느낀 건 사내 한의원이 수입이 많이 나는 구조는 아니거든요.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것도 아니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대구한의대에서 입학식 같은 행사를 하면 행사중에 ‘현대자동차와 연계된'이라고 학교 소개를 했어요. 학교 입장에서는 ‘우리 학교는 기업체와 연결해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만 해도 광고 효과를 얻는 거죠. 제 생각으로는 사내 한의원이 학교 이미지에 도움이 되니까 운영하고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생각해요


Q. 앞에서 운영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장점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혹시 그 외에도 다른 장점이 있을까요?

워라밸이 너무 좋아요. 주 5일 주 40시간 근무, 칼출근 칼퇴근 보장. 야간 진료도 없고. 사실 일반 한의원에서는 불가능한 구조잖아요. 그리고 공장에는 하계 휴가 기간이 있거든요. 그래서 8월 초에도 일주일 정도 쉴 수 있어요. 이번 하계 휴가에는 파리로 여행을 갔다 왔어요. 이 외에도 창립일처럼 근로자분들이 따로 쉬는 날들이 좀 있어서 그런 거 다 생각하면 주에 4.5일 정도 근무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돈을 많이 벌고 싶으신 분들보다는 육아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낮에 잠시 출퇴근할 수 있는 직장이 필요한 분들한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환자들이 젊잖아요. 공장 특성상 20대 중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 있으신데, 이 나이대 분들은 진짜 잘 나아요. 7~80대 어르신하고는 회복 속도가 차원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중풍이나 심장 문제처럼 위험 질환군에 해당하시는 분들도 잘 없어서 진료에 부담도 없고, 환자가 빠르게 회복되니까 환자 보는 재미도 있죠.
그리고 환자분들께서 저희를 좀 좋게 봐주시는 경향이 있어요. 소속은 다르지만 공장내에서 근무하는 동료 같은 느낌이라도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요. 제가 실수를 하더라도 좋게 넘어가거나 눈감아주는 느낌도 있어요. 일반 로컬에서 환자분들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면은 또 힘들거든요. 그런 점에서도 좋죠.


Q. 항상 비슷한 환자들만 와서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그러면 그 환자분들이 재진으로 잘 오시는 편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일단 앞에서 말했듯이 회복력이 좋아서 굳이 내원할 필요가 없는 분들이 많아요. 다른 이유로는 교대 근무 시간이 있겠네요. 오후 타임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오기가 힘든 것도 있어요. 12시에 퇴근하면 집에서 잠을 자야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사내 한의원을 오기 위해서 일찍 출근하기는 사실 힘들단 말이에요. 그러면 출근하기 직전에 잠시 오거나, 출근하고 잠깐 와야 하는데 저희는 4시 좀 넘으면 접수 마감하거든요. 타이밍이 안 맞는 거죠.
첫 일주일 오고, 다음 일주일은 못 오는 경우도 많고, 일이 바빠서 못 오시는 경우도 많아서 단기간으로는 재진율 자체는 좀 떨어지는거 같아요. 그렇다고 환자분들이 바깥에 있는 병원을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사내 한의원 오기도 힘든 스케줄인데 밖에 있는 병원을 언제 가겠어요? 그래서 길게 보면 저희한테 다시 오시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래서 길게 보면 재진율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반대로 사내 한의원의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한의사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한의원에서 다양한 치료를 하는 게 트렌드인 것 같아요. 약침이나 초음파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저희는 침 치료가 주된 방식이거든요. 특히, 비보험 치료를 하기가 어려워요. 여러 기계를 이용한 진단과 치료도 쉽지 않고요. 만약에 초음파 기기를 쓰고 싶다면, 사비로 가져와야 쓸 수 있고 가져오더라도 실제로 쓰게 되면 또 회사나 학교에서 뭐라고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게 단점이라고 볼 수 있겠죠.

Q. 상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학생들에게 사내 한의원을 추천하시나요?

너무 비슷한 답변 같은데 저는 워라밸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잘 나으니까 환자를 치료하는 보람이 확실히 있고요. 환자를 보는 게 두렵다거나 이상한 사람을 만날까 걱정하는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아요. 진료를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니 이런 부분에서 걱정이 많으신 분이나 이제 막 졸업하신 초출 한의사분들이 경력 쌓기에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관절 통증 계열이 한의사가 가장 많이 보는 질환군이잖아요. 사내 한의원을 하면 강제로 수련하는 거죠.

Q. 사내 한의원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꿈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하라! 제가 와이프한테도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엄청 웃더라고요. (웃음) 졸업하시고 이것저것 몇 년 해보다가 내 삶이 이제 좀 안정이 필요하고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면 그 때 워라밸 찾아서 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 T.O.만 나면 올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근데 사내한의원이 많이 없는 게 문제이긴 하죠. 최근에 여기 오고 싶어 하셨던 분이 T.O.가 안 나서 다른 한방병원을 가셨다고 듣긴 했거든요.

Q. 사내 한의원은 한 번 들어가면 원할 때까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인가요?

1년 단기 계약을 계속 연장하는 형태거든요. 그래서 원하는 만큼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시기마다 사람들의 선호도가 다른데, 한 6~7년 전에는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때만 해도 페이에 대한 욕심이 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인가 재작년에 새로 구할 때는 페이가 별로 안 셌는데도 지원이 조금 몰렸다고 하더라고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경향성이 바뀌는 것 같아요.


Outro


Q. 10년 뒤의 원장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 여기 있겠죠? 근데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10년 후에도 여기에 있으려면 현대자동차도 잘 되고 있어야겠죠. 현대자동차에서 복지 혜택을 할 만큼 여유가 돼야 운영이 되니까요. 사실 현대자동차도 잘 돌아가고, 저희 학교도 잘 돌아가고, 한의원도 잘 돌아가야한다는 조건이 다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사실 10년 후의 일은 알 수 없잖아요.

Q. 원장님이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제가 바꿀 수 있는 건 크게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면, 사내한의원을 잘 운영해서 다른 회사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한다거나 사내한의원이 늘어나서 다른 한의사 선생님들의 구직 길이 열리지 않을까 희망하는 정도? 얼핏 듣기로는 처음 설립 당시의 수입적인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사실 사내 한의원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중요하잖아요. 경제적인 접근으로는 설립되기 어려운 조건인 것 같네요.

Q. 마지막으로 대만드의 공식 질문입니다! 저희 [대신만나드립니다]가 다음에 만나봤으면 하는 분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학생분들 중에서 돈을 잘 벌고 싶거나 성공하는 걸 원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실제로 잘 되는 한의원을 많이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딱 떠오르는 분은 김해에 있는 열린 한의원김현석 원장님입니다. 지금은 완전 네트워크화되어서 열린 한의원이 많이 있긴 한데요. 주로 이제 경남 경북쪽에 많고, 서울에도 조금 있다고 들었어요. 이 원장님이 처음부터 돈이 많아서 네트워크를 한 게 아니라 그냥 본인 한의원을 운영하신 거였거든요. 제가 학생이었을 때가 처음으로 ‘추나학회’가 시작되던 시기였는데 그 때 교육위원이셨어요. 그러니까 추나의 초기 멤버죠. 아 지금 이야기하는 추나는 보험 말고 ‘추나학회’입니다.

들어보니 동아리 후배나 동문 후배 중에서 끈기 있는 친구들을 데려가서 도제식으로 1년 동안 가르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돈 주면서 부원장으로 진료 시키는 게 아니라 추나 교육을 다 데리고 다니다가 1년 지나면 나가서 개원하라고 보내면서 한의원을 이름을 빌려주는 형태인 것 같아요. 이게 반복되면서 네트워크화 된 거라고 들어서 인터뷰가 가능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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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말 인터뷰해보고 싶었던 곳이 사내 한의원이었는데요! 지금까지 사내 한의원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뜻깊은 인터뷰를 해주시고, 사내 한의원을 포함하여 임상에 대한 어떤 질문이든 친절하게 답변해주신 김성진 원장님께도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다음에도 여러분들이 궁금해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던 그런 이야기를 대신 전해드리러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er: 플라밍고, 사막여우

Editor & Writer: 플라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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