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B고등학교 특수반 원예치료 2019-8차시
[바이 그리너리]에서 진행하는 실제 원예치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수업을 진행하는 [바이 그리너리]의 대표 이보현입니다.
여러분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 시간이 무엇으로 채워질지 궁금해하신 적이 있나요? 그럼 반대로 누군가가 여러분과 함께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그 기분을 격주로 느끼고 있답니다. 2019년 1학기부터 격주로 진행되고 있는 용인 B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원예치료 수업.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오늘은 또 어떤 수업을 할지 저를 보곤 졸졸 따라다니며, "선생님 오늘은 뭐 할 거예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없을 거예요.
커리큘럼 내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같은 주제라도 더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저의 일상이랍니다.
오늘은 낯설기도 하지만 왠지 몽실몽실 만지고 싶은 '스칸디아 모스'를 이용해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답니다. 순록의 먹이이기도 한 스칸디아 모스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숲이나 산과 같은 자연에서 손으로 직접 채취한 순수 천연 이끼입니다. 이를 가공 및 염색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컬러로 만들어 반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요. 습도 확인, 방음. 탈취의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지요. 다만 양은 아주 많아야 해요, 허허허. 저는 다양한 스칸디아 모스의 효과도 좋지만, 특유의 촉감과 아이들이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 자연의 일부를 수업에 이용한 과정에 집중해봤어요.
특히 저희 수업의 전체 과정은 Master gardener&florist라는 목표 아래 진행되는데요. 아이들이 수료 후에 마스터가 되어 각자의 브랜드를 만들어본다는 것에 착안, 스칸디아 모스를 이용한 나만의 간판 만들기를 진행했답니다.
그리고 저는 매 수업마다 디자인을 꼭 진행하는데, 내가 계획한 것을 실제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과 성취감 준다는 것인지 알기에 일정 시간을 디자인을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답니다. 아래 사진에 M이라는 디자인과 실제 작업 안의 모습이에요. 이 친구는 수업 후에 꼭 디자인 도안에 색칠까지 해서 저를 놀라게 한답니다. 훌륭한 학생이 더 노력하는 선생님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ㅠ
아이들은 처음 보는 이끼를 눈으로. 손으로, 향으로 계속 관찰하고 서로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몽실몽실한 이끼 안에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본인의 디자인에 맞는 컬러의 이끼를 선택해서 공간을 메우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단순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더 꼼꼼하게 공간을 채울 수 있는지 방법을 알아서 터득하고, 서로에게 공유하기 시작해요~ 이럴 때가 제일 뿌듯한 것 같아요. 사실 특수 학급의 친구들은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익숙한 법인데, 그와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는 연습을 계속해보고, 나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있답니다. 어떻게 보면 강의 스킬보다, 인내와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이 더욱 요구되는 게 이 원예치료사의 필수 사항이 아닐까 싶어요.
한 친구는 엉뚱한 걸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엉뚱했던 친구가 가장 개성 넘치고 멋진 간판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입니다. 한번 감상해보세요~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사진으로 담는데 집중한답니다. 담당 선생님께 자랑하고, 집에 가서도 가족들에게 본인이 만든 것이라고 자랑하기 위함이지요. 본인 작품을 얼마나 아끼고 소중하게 사진에 담아내는지, 수업을 준비한 사람으로서 정말 너무 뿌듯해요ㅠ... 이 맛에 수업 준비하나 봐요~
그리고, 항상 짐이 많은 저를 위한 아이들의 서비스. 주차장까지 짐을 들어다 주고, 차문도 열어주고, 이번 수업에는 이렇게 배웅까지 해주네요~ 회장님 부럽지 않은 아이들의 특급 서비스. 교실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수업이 끝나고 학교 정문을 나가는 순간까지, 그리고 다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원예치료,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는 또 다음 수업을 위해 준비하러 가봅니다.
보리둥둥(보리아내_이보현)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바이 그리너리> 대표
35년째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렌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에서 판매하고 카페, 무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복지원예사(舊 원예치료사)로서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노인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 및 가드닝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는 [부부에세이]를 쓰는 보리둥둥 작가이자,
유튜브 채널 <식물다방 마담보리TV>를 운영,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