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들과 커피 마시면서 떠든 식물 이야기를 나누는 가상의 공간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만난 사람이냐에 따라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해지겠지만 우리가 무난하게 혹은 당연하게 대화의 주제로 삼는 것들이 있고 대충 이러한 양상을 띄면서 대화가 진행된다. 가볍게 날씨와 식사 여부를 묻는 걸로 시작해서, 건강(누가 더 아픈지는 거희 배틀 수준, 그리고 각자가 효과를 본 영양제 정보로 본 주제를 마감)을 논하다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로 넘어가 그래 유튜브를 하자고 끝내는 사이클을 보여준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대화 주제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식물이다.
식물 업계에서 일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만나는 지인들은 의무감처럼 우리의 대화에 식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보통의 월급이 아닌 식물로 먹고사는 자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내가 상대의 회사 생활을 어떤지 묻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만 국한되는 '식물' 주제의 대화를 최대한 빨리 종결하려고 노력했다.
대개 식물을 주제로 한 대화의 시작과 종결을 이러했다. '내가 어떤 식물을 키우는데, 얘가 죽어가' 그 소리를 들으면, 나는 잠시 점쟁이 모드가 된다. 어디 보자~ 상대방이 키우는 식물이 어떤 환경에 취약한지를 떠올리고, 혹시 그 취약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는 게 아닌지 되묻는다. 이러한 나의 대답에 상대방은 용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나는 약간의 으쓱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식물 증상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곤 끝나는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물 중심 대화가 나만의 관심일 거라는 생각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툭툭 무심한 듯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키우는 식물 사진을 보여주거나 어떠한 가드닝 행동에 따른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팠던 식물이 잘 자라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식물들이 해를 쬐고 물을 마시는 모습에 안정감을 느낀다. 죽어가는 식물에 마음이 아프지만, 어떻게든 노력해보겠다. 그 식물을 보면 네 생각이 난다. 그렇게 점점 사람들은 식물에게 본인을 대입하며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사람들과 단순하게 식물의 생사만을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각자의 생사도 묻고, 정보도, 감정도, 일상도 함께 공유하고 있었다.
식물 이야기는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이기에 재밌다고 주장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식물 이야기에는 뒤끝이 없다. 친구들과 흔한 주제로 신나게 얘기하고 집에 오면 왠지 찜찜하다. 걔는 그렇게 잘하고 있다는데 나는 뭔가라는 허무함. 아무개는 어디 좋은데 여행을 다녀왔다는데, 옆팀 과장은 유튜브로 돈을 번다는데라는 부러움과 시기심이 찌질하게 따라온다. 근데 식물 이야기는 아무리 해도 무차별하고 깔끔하다. 그저 다음에 만날 때까지 잘 키워보자고 각자의 식물 생활을 응원할 뿐, 그 식물이 잘 자란다고 시기심도 불안함도 없다.
그래서 <식물다방>을 열었다. 물론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 그저 내가 지인들과 커피 마시면서 떠든 식물 이야기를 나누는 가상의 공간일 뿐. 그래도 언젠가는 이렇게 식물 이야기가 가득한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겠다는 큰 포부도 첫 번째 글에서 호기롭게 던져본다. 언젠가는 이 글이 성지글이 되길 바라며, 식물다방의 첫 번째 손님으로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내 친구를 초대해볼까 한다.
다방면의 식물이야기가 있는 곳, 식물다방에 오신 여려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식물다방 마담보리입니다:)
40년 가까이 식물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랜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에서 판매했습니다. 그러다 제대로 식물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에 2020년 편입을 통해 두번째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현재 열심히 원예디자인 학부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학업을 하면서 동시에 [바이그리너리]라는 브랜드를 통해 카페, 전시, 무대, 웨딩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원예치료사로서는 꿈의학교,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어르신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의 작가이자, 농민신문의 오피니언 외부 필진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채널 <식물다방 마담보리>를 운영,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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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곁에 있고 싶은 당신을 위한 모든 것, [바이그리너리]에서는
식물 기반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식물다방]을 함께 운영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