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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보리 Feb 05. 2021

[식물다방] 원예과 교수님들과의 식물 이야기

- 식물하는 교수님들만의 뭔가 식물적인 느낌


 나의 첫 식물 선생님은 시부모님이시다. 식물의 이름은 무엇이고, 나무는 어떤 원리로 가지를 뻗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어떤 병해충을 입었는지 등등등 매일매일 질문을 이어가며 아주 훌륭한 학생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끝없는 나의 질문에 오디오가 빌 틈이 없는 우리 고부 사이다.  그렇게 나의 식물 레벨업의 8할은 모두 우리 시부모님, 첫 스승님들 덕분이었다.


 그리고 작년에 나는 또 다른 스승님들을 만나게 되었다. 대학 졸업 8년 만에 다시 들어가게 된 대학교. 경영학도에서 원예 전공자가 된 나는 20학번 아이들에게 이모님으로 불린다. 이모님인들 어떠하리, 어린 친구들과 배우고 싶었던 식물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만난 우리 학과 교수님들!!


 식물의 병해충을 전공하시는 교수님, 식물원/수목원 분야에서는 일가견이 있는 교수님, 플랜트 디자인을 하시는 교수님, 교정의 나무 이름을 다아시는 수목 분야의 교수님, 꽃을 하시는 교수님, 플라워 드로잉을 하시는 교수님 등등등. 나에게는 다 꿈같은 일을 전공으로 삼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멋지기만 할 뿐이었다. 공부가 지칠 때면 문득 나도 강단에서 식물을 가르치는 사람이 된 순간을 생각하며 힘을 내곤 했다. (하지만 20대의 체력과 피부는 내가 이길 수 없었다ㅠ나이는 나이긴 하더라ㅠ)


 비교되는 체력에 15년이 넘는 베이비들과 나의 좁힐 수 없는 세월에 울적한 날도 있었지만, 나에겐 그 모든 것을 물리치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식물하는 교수님들과의 대화였다. 주 4일, 21학점의 수업 시간 동안 식물에 대에 듣는 것이 행복했고, 남아서 무엇이든 하나는 꼭 질문하고 가는 시간도 좋았다. 너무 질문이 많은, 나대는 이모님이라고 어린 친구들이 흉보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일단 내가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슨 질문을 하든 최선을 다해 답해주시는 교수님들 덕분에 또 즐거웠다.


 하루는 sns 팔로워분이 질문을 주신 것이 있는데, 나도 모르고 있는 내용이라 A교수님께 질문을 드렸다. 질문은 이러했다. 겹동백 나무는 다른 홑동백에 비해 열매를 맺기 힘든가? 였다.

왼쪽이 홑 꽃잎을 가진 동백, 오른쪽이 겹꽃잎을 가진 동백이다.

 이 질문에 A교수님은 원래 동백의 꽃잎은 홑잎으로 되어있는데, 사람들이 암수술을 변형시켜 꽃잎으로 만들어 겹꽃잎 동백이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암수술의 형태가 변형되면서 그 기능 또한 변형되어 열매를 맺기 힘들 수 있다는 깔끔한 결론은 내어주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식물 애호가다운 수다가 이어졌다. 동물 복지도 인정되는데, 가끔 우리 식물은 너무 막 실험되고, 변형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관상 목적 때문에, 그들의 번식 기능까지 변형되고 있지 않은가. 식물의 복지도 우리가 고려해야 한다. 옳소!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지라 교수님의 말씀을 끄덕끄덕 동의하며 집중해 들었다.


 A교수님은 수목 분야의 전문가셔서, 수업 시간 내내 교내와 학교 부설 식물원의 식물들을 보이는 대로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등산 모임 같은데서는 엄청 인기가 좋으시다고 한다. 산에 있는 나무를 다 설명해주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부 친구들은 관심이 없어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는 자세히 설명을 안 해주신다고. 문득 나와 남편의 산행이 떠올랐다. 3보 1 설명이었다. 이건 잎이 몇 장이라 잣나무 종류이다. 잎의 모양에 따라 갈잎이 달라진다. 이건 맹아가 발달을 잘한다. 여기 피목을 봐라. 남편은 대꾸는 해주지만, 영혼은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하다.

다 소나무 같이 보여도, 5개의 침엽은 잣나무 종류라는 / 같아 보이지만, 떡갈잎과 신갈잎이라는 / 입술 모양의 피목으로 벚꽃이 안피어도 벚꽃나무라는 걸 알수 있다는 이야기!!!

 

 병해충 전문가이신 B교수님의 일화가 떠오른다. 어디를 놀러가든 자녀분에게 그 곳의 나무에 어떤 병이 있고, 어떤 곤충에 의해 피해를 입은 거라고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고. 물론 자녀분은 관심이 없으시다고 한다. 왠지 너무 공감이 간다. 식물하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가 보다. 이게 얼마나 재밌는 일인데, 그 재미를 알게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리고 단편적인 식물 이야기뿐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개척하고 계신 멋진 교수님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다.


  국내 수목원 관련 분야에서 유명하신 C교수님은 미래에 교수님만의 식물을 키우는 농장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어떻게 해왔고, 지금은 어떤 단계에 있는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도 내 나름대로 식물과 함께 꿈꾸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는데, 너무 좋게 봐주시고 또 응원해주셨다. 무엇보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제일 힘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학생이고, 그분들은 교수님이시지만, 뭔가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나도 나이가 들면 우리 교수님들처럼 다양한 곳에서 식물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식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식물일은 뭔가 얼굴에 주름이 한가득한 할머니가 해도 멋지지 않던가. 식물하는 사람들만의 그 식물적인 느낌. 뭔가 수수하면서도 착하고, 맑은 느낌의 원예과 교수님들과의 수다는 언제나 즐겁고 감사하다.


 아, 이건 학교를 홍보하기 위한 홍보글이 아니다. 나는 내돈내산으로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니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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