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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보리 Jan 24. 2019

[식물여행자] 마곡 서울식물원

- 2019년 1월 :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 다시 가야 할 그곳

[식물매거진] BY GREENERY는 매주 목요일마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식물매거진-식물여행자 코너에서는 식물이 있는 여행지를 개인적 의견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얼마 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들을 만났다. 스무 살의 연애상담과 수업 때는 대신 출석도 해주고, 19금 영화(그것도 무려 '색계')도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서 같이 봤던 추억 많은 친구들. 근데 여행은 같이 간 적이 없어서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몰랐다. 친구들은 대도시파, 나는 대자연파였다. 애들은 좀 놀랐지만, 맞다. 나는 대자연파다. 초록한 자연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특히 결혼을 하고, 원예농장을 운영하는 시부모님과 함께 대자연으로 가면 뭐든 다 설명해주시면서 더더욱 대자연파가 되었다. 아산에 있는 세계꽃식물원에 갔을 때도 설명이 끊이지 않아 너무 좋았다. 그런 우리가 가지 않고는 못 배길 곳이 생겼으니, 


그곳은 바로 오늘 [식물여행자]에서 소개할, 서울식물원이다. 

2019년 5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는 서울식물원(seoul botanic park) 온실 전경


 작년 10월에 임시 개장하여 2달 만에 100만 명이 방문한 서울식물원을 주말에 한번, 평일에 한번 다녀왔는데,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내가 방문했던 1월 22일은 햇살은 너무 좋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이었다. 스스로 날을 참 잘 잡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강서구는 맑으나, 미세먼지는 나쁨


 가족들과 처음 식물원에 방문했을 때, 규모와 많은 사람에 놀랐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지하철만 타고도 이런 규모의 식물원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가족과는 자가용을 타고 왔고, 이번에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가봤다. 마곡나루 역에서 3, 4번 출구와 연결되어있다고 하지만 메인 장소인 온실은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그래도 그 15분 동안 걸어가야 하는 길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는 식물들이 곧 다가올 봄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상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압도당하는 사이즈의 온실 앞에 서있게 된다. 


붓꽃의 꽃말은 '기쁜 소식'이다. 올봄, 서울식물원의 기쁜 소식이 기대된다.


 식물원 외부에는 사람이 없었고, 평일이라 조용히 식물을 감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는 온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깨져버렸다. 로비에 줄지어있는 어린이집 가방은 나의 이런 기대를 비웃어 주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너무 귀여웠다. 뭔지도 모르는 식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엄마에게 보내질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식물원의 묘미였다. 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이 곳에 와서 지금과 똑같은 식물 앞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면 느낌이 어떨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취학 아동들이 이렇게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이 생기는 온실 카페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면 바로 제재가 가해지는데, 여긴 그래도 괜찮았다. 사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는데(그렇게 무분별한 자외선 노출로, 지금도 주근깨를 달고 산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그런 공간이 없다. 이런 인위적인 공간이나마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어 다행이고, 서울시의 세금이 참 좋은 곳에 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온실은 2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열대관과 지중해관. 두 공간은 엄연히 기후가 다르기에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고 그 기후대에 맞는 식물들을 볼 수 있다. 가족들과 멋모르고 갔을 때는 패딩을 입고 갔는데, 이번에는 얇은 코트를 입고 갔다. 그게 서울식물원 방문자들에게는 올바른 선택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지중해관이 26.2도, 습도는 57% 정도다. 참고하자. 



 한번 구경을 했던지라 나 같은 경우는 지중해관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식물도슨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덕구리난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와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위해 사이프러스 나무를 집중적으로 보러 갔다. 근데 뭔가 문제가 있는지 덕구리난은 흙이 파여있었다. 물 주고 계신 분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리고 사이프러스 나무 옆에서 계속 서있으면서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래 엿듣기도 했다.

 

1월 5일 자와 1월 22일 자 덕구리난 비교 : 밑동이 흙이 파여져 있어서 걱정이 된다


 이게 식물원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도 식물을 잘 모를 때는 식물원을 한번 쓱 보고 주변에 맛집을 찾았다. 나들이의 주요 목적이 식물이 아닌, 주변 맛집이었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식물을 하나 정하고 그 식물을 찾아보는 것, 그리고 다음에 다시 방문해서 그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식물원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우리는 열심히 사진을 찍지 않았던가. 다시 방문해서 그 사진에 배경이 되어준 식물을 찾아서 나는 얼마나 예뻐졌는지, 또 식물은 얼마나 자랐는지 보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런 사진 찍는 장소로 가장 인기 있던 곳은 커다란 바오밥 나무 앞이었다. 커다란 사이즈에 압도당하는 것도 있지만, '어린 왕자'와 함께 만났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표지판에 쓰인 설명을 진지하게 보고, 내 눈 앞의 바오밥 나무를 보고 신기한 듯 올려다본다. 그리고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김치~


서울식물원에서 제일 핫한 포토존 : 바오밥나무 앞


 식물을 기억하고, 사진으로 찍어두려는 심리는 그 식물의 이야기가 함께 있을 때 더 증가할 것이다. 이름뿐 아니라 설명이 함께 있을 때 더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설명이 쓰여있는 표지판 자체가 적었고, 정보도 조금 부족해 보였다. 이번 여행에서 내 목표였던 '사이프러스'의 경우 표지판은 있지만, 정작 사이프러스가 내 눈 앞에 어떤 식물인지 알 수가 없는 구조였다. 표지판 앞에 라벤더가 많이 심겨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라벤더를 보면서 이게 사이프러스 아니냐고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오지랖을 떨 뻔했는데 참았다. 아마 사이프러스를 가장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아닐까? 사람들이 다들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면서 가는데... 입이 간지러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식물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을 내가 해보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식물을 알리기 위해서!!(갑자기 의욕 충만)


사이프러스 설명 간판,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별이 반짝이는 밤>

 

 그리고 제일 아쉬웠던 올리브 카트. 별도로 올리브를 알리기 위해 카트까지 놓여있지만, 정작 근처에는 아주 작은 올리브 나무 하나만 있다. 지중해관이라 사실 제일 기대했던 식물이 올리브인데 아주 작은 아이 하나, 중간 사이즈 하나만 있다. 물론 내가 발견을 못했을 수도 있다. 대신에 올리브와 비슷한 페이조아는 무척 많았다. 여기에 중간 사이즈는 너무 구석에 있어서 첫 방문 때는 아예 보지도 못했었다. 사람들은 진짜 올리브를 찾지 못하고, 엄한 식물을 가리키며 서로에게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오지랖을 떨 뻔했다.


올리브를 설명해주는 카트. 정작 여기서 올리브 나무는 오른쪽  경계석 위에 놓인 주황색 토분에 심긴 아이다.

 

 물론 아직 정식 개장도 안 한 상태이기에 부족한 게 당연하다. 그래도 더 잘 운영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식물여행자]로서 아쉬움 마음을 적어봤다. 나부터라도 더 많이 배워서 사람들에게 식물을 재밌게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식물의 잎을 통해 전해지는 햇살은 사람에게 더없이 좋다고 합니다. 광합성 명소-서울식물원

 

아쉬움도 있지만, 서울 하늘 아래에 미세먼지 걱정 없이 광합성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오전 11시쯤 입장해서 오후 4시쯤 나왔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광합성을 오랜만에 잘해서 그런가 보다. 무엇보다 열대관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에 섰을 때, 느낌이 참 좋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사람들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눈 앞에 식물의 이름을 알든 모르든 식물을 보고 즐거워하고, 신기해했다. 식물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도 뿌듯함이 느껴졌다. 내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진 않는구나라는 확신도 들었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에게 지켜야 할 '모두의 온실'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같이 관심을 갖고 가꾸고 만들어가야 할 온실이 생긴 느낌이랄까? 다같이 의기투합해서 잘 키워야 할 곳.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많이 찾아가고, 더 많이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임시개장 기간 동안 무료입장이라 혹했던 것 말고, 정식 개장 후에도 더 많은 관심으로 서울식물원으로 식물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서울식물원 온실-열대관, 메이의 정원처럼 '모두의 정원'이 생긴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식물원은 기다림이라고 한다. 식물들은 하루아침에 자랄 수 없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수백 년간 대물림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해외의 경우,  식물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해 이런 공간이 많지만 우리는 이제야 시작이 아닌가.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식물 여행자로서 이곳저곳을 다니고, 서울식물원에도 다시 걸음 하여 내 30대를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 꽃피는 봄에 입장료 내고 다시 한번 방문하기로 약속하면서, [식물여행자]의 서울식물원 여행기를 마친다.  


식물여행 tip

1. 나만의 식물 정해보고, 미리 알아보고 방문한다. 같이 사진 찍고, 추후 방문 때마다 성장을 확인해보자.

2. 옷은 얇게 여러 벌로 입자!(별도의 보관 장소 없음)

3. 물길을 잘 보자!

   외부와의 온도 차이로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물이 카메라 등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걷자. 

 4. 기본이지만, 식물원의 식물들은 만지면 안 된다. 진짜 기본이다. 그런데 너무 많이 봐서 안타까웠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식물을 보고 만지고 할 기회가 없구나라는 생각에도 안타까웠다.  

길이 저렇게 젖어있다면 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곳이다. 저기는 후다닥 지나가자.




보리둥둥(보리아내_이보현)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바이 그리너리> 대표


35년째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랜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 내, [식물상점] 바이 그리너리에서 판매하고 카페, 무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원예치료연구소] 바이 그리너리에서는 복지원예사(舊 원예치료사)로서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노인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는 [부부에세이]를 쓰는 보리둥둥 작가이자,

매주 목요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식물매거진] 바이 그리너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튜브 채널 보리둥둥TV를 운영,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bygreenery.bori @bygreenery.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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