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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보리 Jan 31. 2019

[植터뷰] 식물이 마시는 커피를 내리는 사람들

- 식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식터뷰 :  코스믹그린

보리둥둥(보리아내_이보현)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바이 그리너리> 대표


35년째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랜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 내, [식물상점] 바이 그리너리에서 판매하고 카페, 무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원예치료연구소] 바이 그리너리에서는 복지원예사(舊 원예치료사)로서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노인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는 [부부에세이]를 쓰는 보리둥둥 작가이자,

매주 목요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식물매거진] 바이 그리너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튜브 채널 보리둥둥TV를 운영,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bygreenery.bori @bygreenery.official

[식물매거진] BY GREENERY는 매주 목요일마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식물매거진-식터뷰’에서는 식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로 진행됩니다.


 식물 판매를 업으로 하다 보니, 식물을 대하는 손님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는 재미가 있다. 실물은 처음 본다고 설레어하시는 분들, 이름 모르지만 너무 귀엽다고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하나 특이한 반응이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먹고 있는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보면 의심을 하시는 손님들이 있다. 파인애플, 바나나, 올리브, 레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거 키워 먹을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의심을 받는 식물은 바로 커피나무다. 사실 우리도 의심스럽다. 근데 진짜 커피 열매는 열린다. 다만 작년엔 2알이 열렸다. 아메리카노를 short으로 한 잔 먹으려 해도 택도 없지만 주인인 우리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그 커피 2알만으로 의심은 환호와 반가움으로 바뀐다. 그러면서 기쁜 마음으로 커피 한 잔을 드시러 가신다.

한 알, 한 알이 소중한 커피나무 열매


 물론 환경이 커피나무가 잘 자라는 에티오피아, 케냐가 아니고 서울 종로 5가라서 2알의 커피 열매가 열렸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나 하나도 하루에 2-3잔은 먹는 커피를 감당하려면 커피나무에서 열매가 연중무휴 무수하게 열려줘야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귤은 겨울에만 열리니 겨울에만 먹는다지만, 우리에게 커피는 더우면 아아, 추우면 뜨아의 형태로 필요하다. 때로는 얼죽아.


 이렇게 하루도 커피 없는 삶은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가끔은 커피가 공장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커피 열매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다. 커피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열매를 수확하는 등의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거치고, 먼길을 날아와서야 내 손에 쥐어진다. 하지만 그 오랜 노고를 견딘 게 허무할 만큼 커피 열매는 나에게 카페인을 내어주고 99.8%는 커피 박이라고 불리며 쓰레기가 된다. 그렇게 나를 비롯한 모두가 커피나무 열매의 0.2%를 볼 때, 나머지 99.8%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코스믹그린

 

이들을 처음 본건, 인스타그램에서였다. 본업 때문에 내 피드는 초록 투성이었고, #식물과 관련된 계정은 모두 팔로잉을 하고 들여다보던 중에 만났다. 초반에 열심히 식물관리법을 올리는 이들은 나의 경쟁자였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소개를 받았고 나는 이렇게 경쟁업체를 소개하고 있다. 뭐랄까, 내게 경쟁업체이기도 하지만 내가 해야 하는데,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같은 것에 끌렸다. 이들은 내가 커피를 즐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까지 만들어줬다. 고마운 사람들.



 코스믹그린은 커피나무 열매의 버려지는 99.8%인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여 식물 비료를 생산한다. 흔한 일 아닌가? 그럴 수 있다. 왜 나면 우리 모두가 한 번은 스타벅스에서 주는 커피 찌꺼기를 집으로 갖고 와서 탈취제나 식물 거름으로 써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왠지 스타벅스에서 주는 커피 찌꺼기는 다른 커피숍보다 좋아 보이고, 또한 나는 엄청 환경을 생각하는 교양 있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근데 나 같은 경우 건조 과정에서 곰팡이가 생기거나, 현대 문물의 힘을 빌려보겠다며 전자레인지에 이를 넣고 돌렸다가 엄마한테 등짝을 맞은 기억이 있다.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왠지 쓰레기도 예뻐보이는 스타벅스의 커피 찌꺼기 재활용

 

 그래서 서울대학교 농업대학원 석박사 인력과 20년 이상의 전문 비료 업체가 콜라보했다. 그렇다. 이 정도의 맨파워는 있어야 쓰레기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 때문에 괜히 전자레인지 돌리는 전기료만 낭비했다. 그렇게 탄생한 친구들이 있다.

포장부터 예쁜 친환경 식물 비료, 커비


 얼핏 보면 당장 물을 끓여서, 카누처럼 내가 좋아하는 커피잔에 털어 넣고 싶은 비주얼이다. 환경호르몬이 나온다지만, 역시 커피는 봉지로 저어야 제 맛이라며. 하지만 이건 식물이 먹는 커피,

친환경 식물 비료 커비(COBBY)다.


 일반적으로 비료는 투박하다. 또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주요 타겟층이 어르신들이라 그런지, 화려하고 글씨도 큼직하다. 이름도 직관적이다. 병해충 약으로 넘어가면 더 직관적이다. 노버그, 노진디노깍지-no pain, no gain이 아니다. 그중에 시선 강탈하는 응삼이.

집에 두고 싶지 않은 비주얼의 병해충 예방약들

 이는 뭐든 항시 예쁨을 추구하는 우리의 가드닝 라이프에 맞지 않는다. 근데 커비는 참 예쁘게 만들어줬다.


 근데 또 예쁘기만 하면 안 된다. 우리는 합리적인 소비자니깐!


 일단 예쁘고 냄새도 없는 녀석이, 기존의 가축분 비료 대비 활성 미생물 수가 1,000배 이상 차이가 난단다. 사기 캐릭터다. 미생물의 활성이 활발해야 토양 개량에 효과가 있다는 지식을 하나 얻어가자. 기존의 커피 찌꺼기에 우리는 잘 모르는 미생물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유해균은 죽고, 유익균은 활성화시켜줬다. 이로써 활성화된 유익균은 식물의 면역 체계를 튼튼하게 해 주고, 식물병의 침투도 예방해준단다. 얘기를 들으면서 점점 구매 좌표를 찍어줬으면 했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기존에 우리가 많이 이용했던 화학비료의 경우, 높은 NPK(비료 3요소 : 질소+인+칼륨)로 식물에게 효과는 직방이다. 하지만 장기 사용 시, 토양의 건강이 저해된다. 토양의 부실해지면 더불어 그곳에 살아가는 식물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오염된 토양은 수질 오염까지 동반할 수 있다. 그런데 코스믹그린커피 비료, 커비를 통해 죽은 식물을 통해 살아있는 식물을 돕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에겐 좋지만, 누구에게는 문제를 야기하는 제로섬(zero-sum) 방식이 아니다. 죽은 식물에게도 살아있는 식물에게도 유의미한,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모두가 좋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 주었다.

식물들은 우리에게 향기로운 커피도 주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준다 @양주 오랑주리


 나는 코스믹그린을 만나기 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보자며 텀블러는 챙겼지만, 커피숍 뒷문으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쌓인 쓰레기가 5년 동안 57만 톤에 달했다고 한다. 이 찌꺼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어딘가에서 좋은 비료가 되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100% 소각되거나 매립되면서 대기 오염과 토양 오염의 주범이었던 것이다. 아니 근데? 커피 찌꺼기로 비료를 만든다면서, 땅에 매립하면 좋은 거 아닌가라는 의문에 휩싸인 나 같은 이과 무식자에게 코스믹그린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설명을 덧붙여줬다. 커피 찌꺼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카페인이 독성 물질로 남아 있기 때문에 식물에 거름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블로그 등에 커피 찌꺼기를 식물에 주었다는 리뷰를 보면 식물이 말라죽었다는 글이 많다고... 아하... 사람은 이래서 배워야 한다. 발효를 거치지 않으면 카페인이 남아있기 때문에 매립 처리 시, 토양을 병들게 하는 것이었다!! 맙소사!!


우리도 모르고 만들고 있었던 커피 쓰레기, 코스믹그린으로 반성하자!


 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지금껏 내 잠을 쫓기 위해, 회의하면서, 친구와 수다하면서 습관처럼 커피를 마셨다. 그러면서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환경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오늘 아침, 습관처럼 마신 커피 한 잔으로 만들어진 쓰레기에 대한 죄책감을 코스믹그린에 대한 후원으로 대신해보려고 한다. 우리 집에 초록이들도 내가 매일 마시는 커피 맛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다가오는 봄에는 냄새만 풍기고 당최 나눠먹는 걸 모르는 악덕 주인이었음을 반성하며, 초록이들에게 은은한 향의 커피가 담긴 커비(COBBY) 한 잔 줘야겠다.


 식물이 마시는 커피, 커비(COBBY) 주문은 사이렌 오더로는 안되니깐, 주문은 텀블벅에서 밀어 오더 해보자!





보리둥둥(보리아내_이보현)


꽃으로, 식물로 마음을 달래는 <바이 그리너리> 대표


35년째 농장을 운영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원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직접 길러낸 식물과 트랜디한 식물들을 종로꽃시장 내, [식물상점] 바이 그리너리에서 판매하고 카페, 무대,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을 식물로 구성하는 일을 합니다. [원예치료연구소] 바이 그리너리에서는 복지원예사(舊 원예치료사)로서 초등학생 스쿨팜 교육과 weeclass청소년, 특수학급 , 노인 대상으로 식물을 매개로 한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는 [부부에세이]를 쓰는 보리둥둥 작가이자,

매주 목요일,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긴 [식물매거진] 바이 그리너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유튜브 채널 보리둥둥TV를 운영,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고,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bygreenery.bori @bygreenery.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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